내일모레면자카르타로돌아가려고합니다.

이번에는서울에서,자카르타사람이된후두번째로긴나날들을보냈습니다.

늘하는이야기이지만떠나기전에는한번도빼놓지않고허둥대는자신의모습을봅니다.

미리미리떠나는준비를해도늘그렇습니다.저의본모습이그런가봅니다.

우중의날들이었지만마음이빚을조금은내려놓는날들이었습니다.

어제는원효로성심수녀원을찾아가그리웠던수녀님들을뵈었습니다.

수녀원문이열리고성매자수녀님뒤에필립핀에계실것으로생각했던김영자수녀님이제이름을부르며나오실때너무반갑고기뻐서왜이제왔을까하고후회를많이했답니다.충동적이지요?

돌아가신김재순수녀님을빼고는모두그곳에계셨습니다.동생이신김재숙수녀님은평생을동지로사신언니수녀님을보내시고더작아진모습으로계셨습니다.수녀님을안으니너무마르셔서갈빗뼈가그대로잡혀왔습니다."나는참나쁘다."이런생각들이순식간에머릿속을스쳐갔습니다.식당에는팔순을훌쩍넘기신김희일수녀님께서동그마니앉아계셨습니다.참무섭고무섭던분이셨는데인자하신미소를지으시며"살찌니보기좋네!"를연발하셨습니다.

"맛있는것을사다드렸어야하는데.."달랑케잌하나를들고간제말이끝나기도전에"아니..네가가장큰선물이야!"수녀님들의말씀이제게커다란기쁨으로일렁이며다가왔습니다.제가큰선물이라니!이런찬사를받아본적이있었던가요?아마제가태어났을때제부모님께제가선물이었겠지요.수녀원을나와서성심여고건물과붙어있는원효로성당에들어가보았습니다.아주작고오래된성당이어찌그리단아하고아름다운지그작은성당을끼고사시는분들의모습을그곳에서보았습니다.

오늘은비가엄청나게내렸는데둘째여동생이수술을했습니다.

수실실에들어가보아야정확한것을알겠다며말을아끼시는주치의덕분에온가족이쫄아붙은나날들이었습니다.

이틀동안금식을하며장을비워내는오십대중반의중년여인이된동생은눈동자만검게반짝였습니다.녹내장기운이있어약을먹었더니속눈썹이자란다며걱정중에도자라는속눈썹자랑을하며여자임을잊지못하던예쁜눈은그동안더자란속눈썹이길게드리워져서서양인형의눈같기도했습니다.참곱고예쁜아이였는데순수예술을한다는그림장이남편을만나서어깨에짐을많이졌던아이인데..예술가의길을오롯이걷고픈마음을이해는하지만언니가볼때결코예쁘지만은않았던제부는안절부절마누라의곁을지켰습니다.

우려와달리수술은예상을깨고싱겁게(?)일찍끝났습니다."너무아프다"를연발하며병실로돌아온동생바라보는제부의눈에이슬이살짝스쳐지나갔습니다.그래도맘은아픈가봐..내가맘속으로비아냥거렸습니다.동생을고생시킨제부가얄미워서요.수술후발이차서늘고생을했던내경험상동생의발부터만져보았습니다.동생의발을만지는순간저는넘놀라서제손의촉감을의심했습니다.발바닥에굳은살이너무딱딱하게박혀있었기때문에..동생은늘서서있는직업을가졌었습니다.날리는꽃꽃이사범시절에도늘서있었고계단에서굴러다리를다친후에새벽에꽃사러다니는것이힘들다면서도그림을그리는남편때문에집에들어앉지못하고택한직업이기성복대리점이었습니다.아주열심히열심히살고있는것은알고있었지만발바닥에그렇게굳은살이박히도록서서있었다는사실은정말몰랐었습니다.가슴이메어져와서동생의발을더주물러줄수가없었습니다.

키가울여형제중에서가장작은셋째딸..

내동생의발바닥에그렇게코끼리가죽같은굳은살이있다니..

집으로돌아오는길,강은둔치를다잡아먹고누렇게넘실댔습니다.

내가슴도누런강물이넘실댑니다.

자카르타로가는걸음을잠시멈춘며칠..내게는보석같은날들이었습니다.

내가누구에게나선물이될수도있고평소에느끼지못하던뜻밖의아픔과사랑을나누어가질수도있었던날들..

사랑을나누어주신분들,찾아뵙지못하고전화도다못드리고여전히빚을남긴채…

7월1일자카르타로돌아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