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본보루네오밀림
때로는삶은자신이전혀생각지도못한일들을맞닥뜨리게할수도있다.
자카르타에서발릭빠빤으로가는비행기에서아래로내려다보이는깊고푸른바다같은광활하게펼쳐진숲을바라보며혹시바다를잘못본것은아닌가몇번이나눈을의심해야했다.
그곳이바다가아니라는증거는가늘게뱀처럼줄기를이루며햇살에빛나고있는강들과누런황토빛으로뻗어있는길이푸른빛깔의그림을이리저리가르고있기때문이었다.
내가살아야할곳에대한두려움과호기심이조금씩조금씩가슴속을꿈틀거리며일어났다.
밀림에내리는비기둥
침대에앉아멍하니먼곳에쏟아지는거대한비기둥을바라보곤했다.
내생전에저런광경을보게되다니정말로장관이다.마치영화에서보던회오리바람의기둥같기도한저기둥속에서있으면그빗줄기에온몸이멍이들던지아님하느님의[만나]라도쏟아져내릴까?나를저속에내던지면그리운가족들이있는곳으로나를실어다주려나원자폭탄이그려낸것과같은검은테두리가있는거대한구름에서쏟아지는짙은회색의비기둥은자연에대한경외심에저절로머리를숙이게했다.
그곳의땅은온통붉은진흙이었다.
우기에는땅이젖어신에붉은진흙덩이가찰떡과같이덩어리로붙어떨어지지가않았다.
건기에는메마르고갈라진붉은땅에서붉은먼지가휘날렸다.
거대한밀림의작은언덕위에있는집은푸른숲에둘려싸여있었지만한국의숲속의통나무집과는아주거리가먼것이었다.
숲은아기자기하지도않았고가끔씩피어있는들꽃이라던가작은나무들의옹기종기모여앉은속삭임같은것은없었다.밀림은마구칠해놓은미완성유화같은모습을하고있었는데키가커다란나무들과멋대로자란가지들,기생식물과넝쿨들로어우러진자유분방한나무들의모임이었다.
그곳에서나는언제나목이말랐다. 빗물을받아서먹는식수때문이아니라그저모든것에목이말랐다. 작은야채조각하나에작은인쇄물한페이지에테이프를통해들려오는음악에뭐든새로운것은없었다.회사의사택이있는언덕이나의행동반경의전부였다.3시간반이면나갈수있는도시는회사차를이용해야하고가는길이위험하므로남편의동반이없거나몸이아프지않으면허락이되지않았다.그안에서나는새로운것들을찾기위하여필사적인노력을하였으나밀림속작은언덕위에있는새색시는아무것도할수가없었다.싯누렇게흐르는강물을바라보며늘목이말랐다. 나는매일꿈을꾸었다. 분주히일을하는꿈을,직장에서내책상이치워져쫓겨나는꿈을,일하게해달라고애원하는꿈을학교를졸업하고나서시험답안지를메우지못하는악몽을꾸는것처럼매일꿈을꾸었다. 하루는책을실컷사고하루는음악회를가고하루는충무로의화랑을가는몽상을하며나무들이쑥쑥자라는열대우림의밀림한복판에서나는병들어갔다.
내가바란것은별것이아니었다.
작은꽃나무들을마음껏심어보고픈것…
붉은진흙덩이를푸르게바꾸며그위에아침이면방글거리며나를맞아줄예쁜꽃들을피워보고픈작고소박한꿈이었다.너무도밀림에서의생활을힘들어하는내게총무과담당이던신랑은가끔씩현지인들이회사일을보기위해길을떠나는차에나를태워보내주곤했다.
그들은회사일을하러길을갔지만나는꽃을찾아서길을떠났다.
붉은먼지휘날리며황토길을따라서야생바나나들이마치농장처럼자란곳들을지나인가를찾아서길을가도또갔다.드문드문나타나는인가는너무도초라해서그걸집이라고부를수있을까?
야생등나무로역은돗자리같은것으로얼기설기역어서몇조각되지않은나무위에얹어놓은집.
차에서내리는이국인을신기한눈초리로쳐다보는아이들과웃으면웃는입이야생담배를씹어서모두귀신같이빨갛게보이는다떨어진옷들로겨우가릴곳만가린아녀자들에게둘려싸여말도통하지않은상태에서온갖손짓발짓으로딱딱하게굳은진흙땅에서그나무한뿌리를얻으면얼마나가슴이후련해지며기쁨이솟아나던지….유일하게유창하게할수있는고맙다는말을수도없이되풀이하고나는흙먼지를날리며집으로돌아오곤했다.
그들의삶이행복할까내삶이행복할까를저울질하며…
아파트베란다에있는작은나무를본다.
십여년전에주택에살때동네에지나다가담장밖으로나온나무의빨간꽃이너무예뻐서초인종을누르고조금만꺾어달라고했더니20센티쯤자란작은화분모종을주며가져가라고했다.
아직도이름도모르는이나무는한번에두가지색의꽃을피운다.처음에는개나리같은노란색의꽃을피우고그꽃이질때쯤되면빨간꽃을피우고거기에까만열매를맺는다.
얼마나신기하고예쁜지….
베란다앞에쭈그리고앉아옛일을회상한다. 잔잔한미소가피어오른다. 그때시뻘건이를보이며활짝웃던시골의그아낙들은지금어떻게살까? 이직도그렇게? 나는내꿈을아직은못이루었지? 나는꽃들이있는집에살고픈데….베란다가너무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