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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부딪혔을 때 이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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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오늘 아침 4호선 지하철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 시내 어느 지하철 노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평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4호선은 매우 붐빈다. 배차 간격을 매우 짧게 조정해 놓았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오전 840분쯤 지하철에 타서 ‘7-4출입구 오른쪽 부분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꽉 차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외신을 체크했다. 국제부 소속이기 때문에 출근 시간에 외신을 보는 것은 등이 가려울 때 긁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입구 왼쪽 부분에는 키 160cm에 밝은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서 있었다. 지하철을 탄 지 한 5분쯤 지났을 무렵 그 여성의 가방이 조금 움직이는 게 보였다. 누군가 내리기 위해 출입구 쪽으로 나오면서 그 여성의 가방을 밀친 것이다. 그러자 그 여성은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곁눈질을 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것까지 파악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시야는 바깥쪽으로 약 100도 정도 되기 때문에 충분히 볼 수 있다. 누구나 정면을 주시한다고 하더라도 양 옆에서 벌어지는 일도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또 곁눈질을 하는 그 여성에게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에 섬뜩한 기분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나는 평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 순간 내 왼쪽 외이도를 통해 이런 말이 들렸다.

아가씨 왜 그렇게 쳐다봐요?”

젊은 여성의 가방을 밀치면서 출입구 쪽으로 나온 60대로 보이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20대 여성은

저한테 왜 그러세요?”라고 톡 쏘듯이 쏘아붙였다. 다음은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간 대화 내용이다(편의상 20, 60대로 지칭하겠습니다).

60: 왜 쳐다보는 거예요?

20: 안 쳐다봤어요.

60: 가방 쳤다고 그러는 거예요?

20: 왜 가방을 치세요?

60: 아니 그렇다고 세상에 그렇게 쳐다보는 거예요?

20: 진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60: 허 참. 사람이 많으니까 나오려면 가방을 칠 수도 있지.

저런 XX지 없는 것들이……

하며 60대 여성은 지하철에서 내렸고 20대 여성은 반대편 출입구 쪽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나는 지하철을 매우 자주 이용하는데 누군가를 밀치고 간 적도 있고, 또 누군가가 나를 밀치고 간 적도 있다. 물론 누군가를 밀치고 갈 때 도대체 이 사람은 뭔데 치고 가는 거야라는 식으로 나를 흘겨보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사람들은 대중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구나라는 것이다. 지하철을 탄다는 것, 특히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불가피하게 물리적인 접촉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더더욱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가방까지 메고 있다면 지하철에서 독야청청 하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타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치고 가더라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차를 몰고 다닐 여유가 없어서 지하철을 타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인 것이다.

오늘 아침 날카롭게 곁눈질을 한 여성은 매일 아침 무슨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인지 궁금하다. 혹시 난생 처음 지하철이라는 것을 타봐서 누군가 가방을 밀치고 가는 일을 처음 당한 것일까, 너무나 아끼는 가방이기 때문에 누구든 가방을 건드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그 때마다 곁눈질을 하며 살아온 것일까, 또는 아침에 워낙 기분 나쁜 일이 있어 누구든 건드리기만 해봐. 신경질 부릴 테니까라고 다짐하며 집을 나선 것일까.

출근 시간에 바로 옆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찐득찐득한 기름때가 묻은 것처럼 기분이 찝찝하다.

/김강한

4 Comments

  1. 아멜리에

    2013년 1월 29일 at 11:17 오후

    전 아침 지하철을 안타봐서.. 그런데,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요. 그 젊은 여자분은 분명 비싼 가방이었을 것 같구요. -아시다시피 요즘 가방값이 왠만한 직장인 한달 봉급이니깐, 왕 짜증 났을 것 같구요. 나이든 여자분이야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젊은 것이 정말 버르장머리 없다. 이렇게 느끼셨을 듯.

    지하철을 타긴해야하고, 그런데 아끼는 핸백 건드리는 건 짜증나고.. ㅊㅊ

    핸백 보다 먼저 소형차부터 장만해얄듯.    

  2. 찬기파랑가

    2013년 1월 30일 at 12:08 오후

    지하철에서 차칸이동은 자신은 편하게 내리려고 하는 행동이지만 타인에게 불편함을 줍니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은 불쾌감 뿐이라, 나같은 경우는 사람이 없을때만 다른 칸으로 이동하고 걸리적거리면 이동하지 않습니다.    

  3. 김두한

    2013년 1월 30일 at 1:29 오후

    요즘 등에 메는가방이 남여를 가리지 않고 대세인듯, 자기는 편할지 모르지만 남들 불편을 주는 것도 알아야 하지요. 문앞에서서 타고내리는 분들에게 피해주는 젊은사람들 많습니다. 부딪치기라도 하면 도끼눈으로 째려보면서… 공중도덕에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4. 심효섭

    2013년 1월 30일 at 4:27 오후

    출근 시간에 만원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얼굴이 차창에 짓눌리고 팔다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붕 떳던 고약한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런데 그 나이드신 여성분이 ‘미안합니다’ 또는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젊은 여성이 ‘미안한 건 저지요’라며 허리굽히는 예의바른 시대가 과연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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