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가 서로 다른 여러 종(種)에서 진화한 후손이라는 오래된 학설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BBC가 17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분석한 결과 인류가 같은 종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지아 국립박물관과 스위스 취리히 인류학연구소 과학자들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약 80㎞떨어진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180만년 전 인류의 두개골 특징을 분석한 결과 여러 종의 초기 인류 특징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었다고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했다. 이 논문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서로 다른 종으로 알려진 인류가 실제로는 한가지 종에 속하며 크기만 다른 개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5년 드마니시에서 성인 남성 2명, 노인 1명, 여성 1명, 어린이 1명 등 총 5구의 완벽한 형태를 갖춘 유골을 발견해 약 8년간 연구를 해왔다. 연구팀은 이들 두개골에서 작은 두뇌, 큰 치아, 긴 얼굴 등의 특징을 발견했다. 호모 하빌리스(도구인)·호모 에렉투스(직립인)·호모 루돌펜시스(루돌프인) 등 다양한 종의 특징이 한꺼번에 관찰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여러 종류의 인류 조상은 다른 종류가 아니라 실제로는 호모 에렉투스가 정상적으로 ‘변형’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팀 화이트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 진화의 새로운 척도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학자들이 화석의 작은 차이점에 주목해 인류 진화의 가지가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아직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신중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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