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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 사랑하느냐, 죽지않기 위해 사랑을 속이느냐…

불의꽃(양장) 저자 김별아 출판사 해냄출판사(2013년04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고려말과조선초의대회오리바람의역풍속에새로운왕조편에처신을잘한조신은개성의여장부인청화당마님의딸인경심과의사이에서로를낳고산다.

장사로부를이룬청화당마님에겐먼친척뻘인여인이있었고그의딸인채심은유씨성을가진선비와혼인,그들사이에여아를낳는다.

시대는이른바새로운역사를요하고그와중에전왕조에대한지지세력편이었던유씨집안은화재로풍비박산,여아는청화당마님이거둔다.

말한마디못하는여아에게서로는녹주라는이름을지어주고그녀가부르는옥피리에엄마와아버지의기대치에부응하느라피곤한몸을풀어나가면서우정과사랑사이의아슬아슬함을이어간다.

녹주를보면서그녀의어미인채심과경쟁하듯살아온경심은녹주를못마땅해하고청화당마님이죽자바로녹주를시주하던암자에보내비구니로살것을명한다.

몸은비구니로가는절차를거치나마음만은서로에게향한정신때문에괴로워하던녹주는속세의몸으로돌아오지만갈곳이없었으므로절에공양주처럼살아간다.

어느날부부애가남달랐던이귀산이란사람이부인의명복을빌어주고자암자로온것을계기로속세로내려가그의두번째부인이되어살아간다.

그러던차,그녀에게줄피리를구하던것을계기로다시서로와의인연을이어가고둘은이산의눈,귀를뒤로하면서끊임없는열정의세계로들어간다.

-조선왕조실록』에“전관찰사이귀산의아내유(柳)씨가지신사조서로와통간(通奸)하였으니이를국문하기를청합니다”(「세종실록」21권,세종5년(1423년)9월25일)라는문장으로시작되는이사건은시대적인이슈가된조선양반가간통사건이다.-

이문장의하나로작가는또다시채홍에이어서상상의나래를편다.

불교를숭상하고남.녀간의규제가그렇게심하지않았던고려에살던사람들이새로운나라를건설함에있어서불교의페단과명분을내세우기위한정책으로유교를받아들이면서남.녀간의사랑은한층규제를받는다.

사람이보다잘살기위해서만든다는제도와법이점차그에예속이되어실제생활과남녀간의사랑에규제를한다는아이러니를작가는녹주와서로란두이성간의불타는사랑이야기를그려냈다.

부모와동생의흔적조차찾을수없고벙어리처럼지내던녹주에게서로는위안이자친구이며,서로에겐엄마의우울증과드센성정,아비의채찍질속에자신을진정사랑하는부모는맞는지에대한의문과함께부모를거역할수없는장자로서의한계를알아줄이는녹주뿐임을,둘은그렇게의지하고사랑했다.

하지만가진것없고오갈데없는녹주에게지어진삶의무게는종교에귀의를해도,이산이란귀인을만나세속에내려와살게되도,그런고마운인연은악연이되고,서로에게향한자신의마음은머리에흰머리가나는세월을겪어도그칠줄모르는불타는꽃이었다.

그것은녹주에게선택의문제가아니었다.지금껏운명이라불리는굴레에묶인채왜바람을맞은검불처럼꺼둘렸다.죽음보다두려운것은단한순간도스스로살수없다는사실이었다.

그리하여가장행복한순간에가장무서운파국을떠올릴지라도목숨을걸고사랑할수밖에없었다.그토록어리석은사랑이그녀가생에할수있는유일한저항이었다.-P285

이산에대한미안함,고마움을생각할지라도자신을진정으로가슴깊이사랑하지않는단사실,자신의숨김없는사랑을위해서지금껏억지춘향으로감춰왔던결실의감정은늦바람이무섭단말처럼걷잡을수없는향해을하지만이마저도조선초기의정통적인역사를바로잡고자했던선대왕의뜻을받든왕에이어서세종마저도이둘에게벌을내리를처사를감행한다.

하지만여기서도똑같이불륜이라면불륜이라고이름지을수있는이둘의처리방식은여전히남자와여자에게가해지는형량이달랐던점이눈길을끈다.

물론믿었던신하의행동에충격을받았을세종의입장에선좀더그를곁에두고싶어했을맘이컸단점에서유배의결정을내린반면여자인녹주에게가해진처벌은격이너무크다.

그저아녀자란이름하나로,유부녀란이름하나로,통정을하였단죄때문에구경거리요,참수의형장길을걸어가게한처사는나중에후회를한다했지만당시의그들이겪었던나이와세종이보위에오른나이의간격이너무컸으며,그들의사랑을이해하기위해선왕이너무어렸단점이아쉬운점으로떠오른다.

제도안에서숨막히듯살아온녹주에게는아마도짧지만,무서웠고,두려웠고,서러웠던,서로를곁에둔그순간까지느꼈을심정의묘사가작가의필치대로종횡무진독자들을빨려들어가게한다.

사랑때문에겪었던안타까웠던여성에대한시리즈채홍에이은불의꽃이2부격이란다.

3부작으로예정되어있다는데,언제3부가나올지는알수없으나,작가의눈으로그려본당시의시대에숨막히게살아간여인들의사랑이야기는누가이들에게돌을던질수가있을까싶다.

채홍처럼앞과뒤에현재의광경이그려지고과거를되돌아보는구성으로이어진책은한국말의묘미와한자의숙어조합이어우러진아름다운문장들로이어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