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결혼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니 비단 꼭 결혼이란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과 서로의 공유를 위해서 이루어져야 할 사항을 고르라면?
아마도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이 신뢰가 아닐까 싶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손가락질을 한 행동을 할지라도 내가 상대방에 대한 어떤 확고한 믿음이 강건한 바탕을 이루고 있다면 그 어떤 난관이라도 헤쳐나갈 용기는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되는데, 다(多) 작품 작가의 계열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다.
제목 자체도 비트레이얼, 배신이다.
배신의 종류도 다양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부부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 배경을 이루는 근간에는 나 자신의 어떤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있다.
로빈은 신문기자를 거쳐 공인회계사로서 일하고 있는 40대를 바라보는 여인이다.
자신의 뜻이 가는 대로 소비를 지향한 18살 연상의 폴이 자신에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전 결혼생활의 파탄을 뒤로하고 워커홀릭처럼 살아갔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녀 앞에서 자신의 재정상태를 상담하러 온 폴을 본 순간 한눈에 빠져버리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한때 자신이 머물렀던 모로코로 여행 가자는 폴의 말에 둘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동안 작가가 보여왔던 배경지와는 사뭇 많이 동떨어진 아프리카의 모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가지 복합된 설정으로 독자들을 북아프리카로 이끈다.
더 이상 늦으면 아이를 가질 수없다는 촉박감을 느낀 로빈은 임신에 힘을 쓰지만 폴의 정관수술을 받았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배신을 느끼게 된다.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을 적어 놓고서 나온 호텔이었지만 이내 폴이 충격으로 인해 행방을 감추었단 사실을 알게 된 로빈의 기막힌 인생의 회오리바람은 누구나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경험을 보여준다.
남편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알게 된 남편의 과거,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전 처의 딸이 느낄 배신감은 자신의 엄마처럼 같은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인생의 답습, 화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던 젊은 날의 복수를 꿈꾸며 폴을 위험 상황에 몰고 간 벤 핫산이 느낀 배신감에 젖어 살아온 인생의 길, 사막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자 치러야만 했던 그 끔찍했던 살인의 주범이 된 로빈의 입장들이 어드벤처의 영상미, 아프리카만이 지닌 고색창연한 분위기와 카페의 풍경, 자신의 재능적인 솜씨를 맘껏 발휘했던 폴의 한때나마 행복했던 시간들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당장 한 길 앞길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의 길이다.
로빈 자신이 그토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폴에게서 느끼게 되어 낭비벽이 심한 것을 알면서도 결혼 결정을 한 것도 자신이요. 폴에 대한 배신으로 미국으로 훌쩍 혼자 떠났어도 될 상황을 폴에 대한 염려로 인해 찾아 나서길 자처한 것도 그녀 자신, 사막 한가운데서 강간을 당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간범을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행한 살인의 모습들이 인생의 다양한 변주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정신적인 충격을 겪고 헤어 나온 로빈의 인생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기 위해선 어떤 인생설계와 행동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별다른 것 없이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추구했지만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로빈의 자신의 인생 개척의 행동은 이러 점에서 정말 적극적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 p 439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로빈의 행동은 인생의 굴곡진 한 부분에서 탈피해 자신이 스스로 가꾸어가야 하는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란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대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여전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무엇인지, 그것을 알았다면 이 모든 것의 결정권을 쥐고 살아가야 할 자신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듯한 작품이다.
비록 부모자식 관계뿐 아니라 직장에서는 상사를 욕해가면서도
닮는다고 해요. 나는 저렇게 안할거야 하면서도 그대로 따라하는….
좀 우습죠?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렇죠.
신뢰 만큼 인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