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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나는 나를 믿어!

사라바

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일본의 저명한 수상작품 발표, 그중에서 나오키는 유독 관심이 가는 상이다.

그 이유가 아마도 첫 일본작품을 손에 넣고 읽었을 때 나오키 수상작이었던 관계도 무관치가 않았었는지, 아니면 일본 느낌이 그대로 와 닿는 발음상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

 

책 띠지에 적힌 그대로 제 152회 나오키 수상작이자 일본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책이란다.

유명상을 탔다고 해서 모두가 한국인 독자 정서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이 주는 공통된 점으로써 느낄 수 있는 점은 글의 흐름과 저자가 무엇을 드러내 주는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감동은 같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이 작품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한 사람의 성장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7살의 아유무란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총 2권에 걸쳐서 나타나는 그의 일생은 우리네와 별다른 바가 없는 삶의 연속이다.

 

단지, 조금 다른 형태로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라면 달리 보일까?

 

첫 문장이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

대부분의 출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벌써 이미 아유무의 성격에는 이렇게 세상 밖이란 공포로 가득 차 있고, 더군다나 별로 평범하지 못한 누나를 둔 덕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서의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회사의 이란 상사 주재원으로 온 아버지 덕에 이란에서 출생했고, 그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초등학교를 다니다 다시 이집트 카이로로 가면서 아유무는 누나의 별난 행동과 더불어서 그 당시를 가장 행복했던 아쿠쓰가(家) 의 한 시절로 기억을 한다.

 

남들이 모두 등 돌리던 이집트 아이들 중 야콥을 만나고 전혀 다른 두 사람만의 우정보다 더 가까운 친형제 같은 사이를 지나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아유무는 가정의 파탄을 목격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힘을 쓰는데 무기력하기만 하다.

 

나이도 어렸을뿐더러 부모의 이혼과 누나의 방랑, 그리고 대학 졸업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자유기고가로서의 삶, 어렸을 적부터 잘생긴 외모로 남들에게 시선을 받던 자신이 어느 날 탈모로 인해 변해가는 외모로 인한 위축감은 아유무 자신의 인생 나락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30대 후반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아유무의 삶은 인생이란 것에 놓고 볼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쁨과 실망, 상실감, 배신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에 대해 모르고 방황하는 삶을 보여준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남고 싶어 했던 아유무란 인물의 성장과 나락에서 가장 위안을 삼았던 말은  야콥과의 사이에서 가장 빛나던 그들만의 시절에 나눴던 인사말, 바로 사라바였다.

 

 

‘사라바(さらば)’는 한국어의 ‘안녕’ 이란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 둘 사이에 원활한 대화 교류는 없었어도 뭐든지 통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유무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내가 피해 보는 것도 싫고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은, 그저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중간 정도의 위치를 유지하는 사람들, 그런 삶을 살아온 아유무란 인물은 친하지 않았던 누나로부터 들은 충고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나만의 믿음을 찾아간다.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누나의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내가 잘됐다면 내 잘난탓이요, 잘못됐다면 남의 탓으로 돌렸던 아유무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상상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 나가자고 한다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자신 뿐이란 사실, 다시 야콥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단 결심을 한 아유무 앞 길은 희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이 소설 속에서 보이는 아유무의 삶을 읽어나갈 때 여러 가지 인물들이 생각났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의 삶과  비교되는 면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시 일어서게 한 원동력, 바로 사라바란 사실, 그 말이 주는 위안과 희망을 안고서 제 2의 삶을 살아가려는 아유무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저자의 힘이 실린 글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