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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제시램

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요즘에 소설 속의 장르를 선택해서 읽다 보면 현재의 실정이 피부로 와 닿을 때가 많다.

그만큼 인류의 진보적인 이기 문명 발달 뒤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현상의 출현으로 인해 인류의 삶에 혼동을 일으키게 하고 그것이 해결이 되었다 싶으면 또 전혀 새로운 현상들을 마주 할 때가 그렇다.

 

먼 미래의 가상의 일로만 그려졌던 디스토피아의 세계라든가 SF 장르를 이용해서 보이는 이러한 책들의 내용들 중에는 그 체감이 실로 무척 빠르게 다가온단 사실을 이번에도 또 한번 느낀다.

 

작년에 메르스 사태도 그랬고, 오늘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공포에 몰아넣는 지카 바이러스의 등장이 그렇게 다가왔다.

 

지난 주말에 방송을 보니 벌써 콜롬비아에서는 어느 한 지역에서만 임산부 2000여 명이 이 병에 감염이 되었다고 하고, 뉴스에도 동남아 지역 여행 자제와 미국에서도 성관계에 의해 이 바이러스로 감염이 된다고 발표를 했단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무섭고 많은 희생을 낳았던 몇몇 병의 출현이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공표를 했던 세계 보건기구의 발표를 무색하게 겨우 모기 하나로 이러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불안을 자아내게 했다는 데서 더욱 그 현실성의 체감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아서 클라크 상의 2012년 수상작이자,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 부커 상의 2011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이 책은 이런 인류사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소설이다.

 

모체 사망 증후군 MDS(Maternal Death Syndrome)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는 설정하에 벌어지는 이 소설은 16살의 제시 램이 갇혀 있는 상태에서 적은 고백서이자 일기 형식으로 쓰인 글이다.

 

아버지에 의해 자전거 체인으로 발과 손이 묶인 채 감금되어 있는 제시, 왜 그녀는 친아버지로부터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세계 곳곳에 모체 사망 증후군 MDS(Maternal Death Syndrome)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난 이유 때문이다.

이 병은 임산부가 걸리는 병으로 태아는 살아나거나 죽게 되는, 물론 엄마의 사망은 100%란 설정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자기 피부에 이식하는 피아 이식형 피임제인 임플라논 시술을 받으며 생명의 출현 자체를 막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 인류가 고안해 낸 방법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방법이다.

16세 미만의 건강한 여자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제시 램의 아빠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인공수정 중에서 배아 연구소에 진행하고 있었고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보관하고 있었던 배아를 수정해서 건강한 여자의 몸에 이식을 시키고 병원에선 이 지원자에게 생명이 태어날 때까지 잠을 자는 방법의 주사를 투하하여 그 자신의 모든 신체 기능은 정상이 아닌 채 태아만 꺼내어 새 생명을 얻는 방식이다.

 

제시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아빠 덕에 이러한 정보를 더 빨리 얻을 수 있었고, 어차피 모든 각 가정마다 엄마가 없는 상태의 가정이 깨진 현실, 어린아이 납치, 길거리 폭행이 행해지는 현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이모가  임신으로 인해 죽어야만 했던 현실을  곁에서 보았기에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 이 프로그램에 대리모 자격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생명은 귀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누구라도 선뜻 자원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고 결국엔 친구나 가족, 사랑하는 남자 친구에게 조차도 응원을 받지 못하는 제시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를 연신 묻게 된다.

 

내가 자원함으로써 내 생명은 꺼지지만 나로 인해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부터는 이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그 후세 대대로 영원히 새로운 생명의 출현을 보장받는다면 난 제시처럼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또 다른 백신의 개발을 기다려보자는 아빠의 말을 거부하고 자신이 결정한 삶에 주체권은 자신임을, 결코 어떤 허영감에 들떠서 이뤄진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읽는 내내 솔직한 심정은 제시가 선택한 과정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아빠의 말을 받아들였음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담담히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건네는 글 속에서도(그것도 자신과는 이복동생 관계가 될 확률이 크다는 사실도 영~~) 착잡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이 소설은 지금의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각지에서 벌어지는 병과의 싸움을 연상하게도 하면서 제시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소설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두운 미래의 가상현실을 그린 책이자 청소년의 성장소설로도 읽히는 이 책은 두고두고 자신의 인생 기준점을 어디에 둬야할 지를 묻는 소설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