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2월 14일

조가비 해변

 

조가비전체

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유년의 시절을 회상한다는 것은 현재와는 다른 과거를 마주하는 것이며 지금의 내 모습 속에 간직되어 있는 작은 아이를 꺼내어 보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두 명의 등장인물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은 특히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 스스로의 옛 시절을 더듬어 보게 하는 것과 동시에 같은 나이대에 속했던 그 시절에 난 과연 어떤 일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를 비교해 볼 수가 있다.

 

두 사람의 인물은 크리스티나 린뎅, 울리카이다.

민속학연구소의 연구원인 울리카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어린 시절 조가비 해변이 있는 별장에 가족과 함께 머물다 그곳에서 안네 마리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매년 여름방학이 오길 기다리게 되는 회상으로 젖는다.

 

자신의 아들들과 함께 유년의 이모저모에 얽힌 얘기를 하던 중 아들이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경찰에 의해서 크리스티나 린뎅이란 인물임을 알아내게 된다.

 

크리스티나-

세상과 담을 쌓고 오로지 침묵의 소리로만 의지해 삶을 살아가던 그녀, 정신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거치면서 독자적인 삶을 이어가던 그녀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울리카는 외동인 자신의 가족과는 달리 대가족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안네 마리의 가족 속에 일원이 되고픈 꿈을 꾸었고,  안네에 대한 친구로서의 우정을 좀 더 쌓아가던 중 마야란 인도 아이를 입양한 후 안네의 집이 어떻게 변하게 되어가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북유럽의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공한 저자의 이력답게 책 속에 나타나는 울리카의 직업을 통해 전래이야기를 알 수가 있게 되고, 여기에 해골이 발견된 미스터리를 첨가함으로써 크리스티나와 마야와의 관계, 안네의 부모님의 감춰진 비밀, 청소년기에 느꼈던 풋풋한 사랑의 감정들이 이젠 중년으로 접어든 울리카의 시선을 따라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울림, 그리고 감동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과거와 단절한 채 현재를 살아가기는 힘든 법, 울리카의 내면에 쌓였던 안네에 대한 친구로서의 그리움, 전혀 상상치도 못하게 변한 모습과 삶의 소식들이 자신의 삶과 같이 비교가 되면서 보인다

 

조가비 해변을 다시 찾은 그곳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의 감지를 느끼면서 인생을 돌아보는 울리카를 통해 과거의 아련한 추억에 젖을 수도 있고 그 가운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 특히 고독과 외로움을 느껴가는 크리스티나의 삶은 안타까움마저 준다.

 

큰 사건이 없는 가운데 잔잔한 파문과 감동을 일으키는 북유럽 특유의 풍광이 함께 펼쳐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