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북유럽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복지 국가 천국이란 인식이다.
다른 나라보다는 훨씬 윤택하고 노후의 삶이 풍요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자체가 일반 선진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데서 우리들은 그들의 제도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지라 더욱 그렇다.
어제 뉴스에서 2050년도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에 진입한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부터도 서서히 나이를 먹는다는 현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희석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이 한 권에서 보이는 내용들은 한층 심도 깊게 다가오게 만든다.
방년 79세의 메르타 할머니-
왕년에 체육교사로 일한 이력이 있지만 연세가 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산다.
요양원의 이름은 찬란하고 완벽함을 자랑하다는 보석 중에 보석인 다이아몬드를 딴 일명 다이아몬드 노인 요양소다.
모두가 부러워할 요양원이 생활은 그야말로 군대는 저리가라다. (유시진 대위라면 충분히 견디고도 남지 말입니다.)
아침 8시 취침을 시작으로 , 간식 금지, 산책은 어쩌다 한 번만, 그야말로 행동제약 투성이에다가 알게 모르게 주는 알약들은 노인들의 의지력을 저지시키는 무언가에 동참을 무력하게 만드는 신비의 약이다.
어느 날 메르타 할머니는 우연히 TV를 보다 감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고 감옥에서의 생활이 요양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근간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산책, 요양원에서의 산책은 일일이 감시가 따르고 제한적이었던 반면 감옥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감옥에 가기로 결심한다.
설마 하니 요양원보다 더 나쁠 수는 없겠지 하는 희망으로~
그러자면 감옥에 가기 위한 어떤 법 위반을 해야 하는데, 이후부터 할머니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액션이 발동하게 되고 곧이어 친구 4명을 끌어들이면서 행동을 취하게 된다.
특급 호텔에 투숙해서 보유층이 맡긴 물건 훔치기, 실패하자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을 훔치기까지 하는데….
웃음을 연발시키는 가운데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어리숙하다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재미를 더한다.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우리가 언젠가는 닥칠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데서 책의 내용은 심도 있는 가운데 그 중심 자락을 흔들지 않으면서 독자들에게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년층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복지국가로서 아무리 잘된 나라라고 해도 모두가 똑같이 만족을 느낄 수만은 없는 법, 그런 허점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노년층이 점차 많아지는 가운데 노년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륜이 쌓이는 지혜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나이 들은 노인이란 인식만 하는 세태, 그 가운데 요양원의 비리가 섞이면서 그것에 수긍하지 못하고 오죽하면 감옥에 가기고 자처를 했을까? 싶은 주인공의 활약이 생각을 더하게 만든다.
그림을 탈취하고 도망치는 와중에 연관되는 경찰들의 허술함, 하긴 노인들이 그림을 훔쳤다고 의심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노련한 솜씨를 보이는 천재 할아버지와 메르타 할머니의 주도적인 탐정다운 행동과 방식, 그들을 따르는 나머지 동료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은 시종 긴장감 속에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더욱 유쾌함을 주기에 이 책을 통해서 또 하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노인 복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게 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주위에 아는 분들의 자제들도 각기 생활이 바쁘고 생활전선에 메이다 보니 부모님들을 요양원에 보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두 분중 한 분이 몸이 편찮으시기에 나머지 한 분만 집에 따로 모시기도 마음이 좋지 않아 내린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듣는 자식 된 입장에서의 생각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생활이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젠 점차 이렇게 서양처럼 언젠가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좀 더 가깝게 노인들이 겪을 수 있는 심리상태와 발전의 모색을 도모하게 하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북유럽의 소설들이 연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무거울 수도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북유럽 특유의 유머와 감각을 통해 색다른 독서의 경험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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