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6년 3월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김옥메르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북유럽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복지 국가 천국이란 인식이다.

다른 나라보다는 훨씬 윤택하고 노후의 삶이 풍요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자체가 일반 선진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데서 우리들은 그들의 제도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지라 더욱 그렇다.

 

어제 뉴스에서 2050년도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에 진입한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부터도 서서히  나이를 먹는다는 현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희석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이 한 권에서 보이는 내용들은 한층 심도 깊게 다가오게 만든다.

 

방년 79세의 메르타 할머니-

왕년에 체육교사로 일한 이력이 있지만 연세가 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산다.

요양원의 이름은 찬란하고 완벽함을 자랑하다는 보석 중에 보석인 다이아몬드를 딴 일명 다이아몬드 노인 요양소다.

모두가 부러워할 요양원이 생활은 그야말로 군대는 저리가라다. (유시진 대위라면 충분히 견디고도 남지 말입니다.)

아침 8시 취침을 시작으로 , 간식 금지, 산책은 어쩌다 한 번만, 그야말로 행동제약 투성이에다가 알게 모르게 주는 알약들은 노인들의 의지력을 저지시키는 무언가에 동참을 무력하게 만드는 신비의 약이다.

 

어느 날 메르타 할머니는 우연히  TV를 보다 감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고 감옥에서의 생활이 요양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근간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산책, 요양원에서의 산책은 일일이 감시가 따르고 제한적이었던 반면 감옥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감옥에 가기로 결심한다.

설마 하니 요양원보다 더 나쁠 수는 없겠지 하는 희망으로~

그러자면  감옥에 가기 위한 어떤 법 위반을 해야 하는데, 이후부터 할머니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액션이 발동하게 되고 곧이어  친구 4명을 끌어들이면서 행동을 취하게 된다.

 

특급 호텔에 투숙해서 보유층이 맡긴 물건 훔치기, 실패하자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을 훔치기까지 하는데….

 

웃음을 연발시키는 가운데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어리숙하다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재미를 더한다.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우리가 언젠가는 닥칠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데서 책의 내용은 심도 있는 가운데 그 중심 자락을 흔들지 않으면서 독자들에게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년층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복지국가로서 아무리 잘된 나라라고 해도 모두가 똑같이 만족을 느낄 수만은 없는 법, 그런 허점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노년층이 점차 많아지는 가운데 노년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륜이 쌓이는 지혜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나이 들은 노인이란 인식만 하는 세태, 그 가운데 요양원의 비리가 섞이면서 그것에 수긍하지 못하고 오죽하면 감옥에 가기고 자처를 했을까? 싶은 주인공의 활약이 생각을 더하게 만든다.

 

그림을 탈취하고 도망치는 와중에 연관되는 경찰들의 허술함, 하긴 노인들이 그림을 훔쳤다고 의심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노련한 솜씨를 보이는 천재 할아버지와 메르타 할머니의 주도적인 탐정다운 행동과 방식, 그들을 따르는 나머지 동료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은 시종 긴장감 속에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더욱 유쾌함을 주기에 이 책을 통해서 또 하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노인 복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게 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주위에 아는 분들의 자제들도 각기 생활이 바쁘고 생활전선에 메이다 보니 부모님들을  요양원에 보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두 분중 한 분이 몸이 편찮으시기에 나머지 한 분만 집에 따로 모시기도 마음이 좋지 않아 내린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듣는 자식 된 입장에서의 생각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생활이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젠 점차 이렇게 서양처럼 언젠가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좀 더 가깝게 노인들이 겪을 수 있는 심리상태와 발전의 모색을 도모하게 하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북유럽의 소설들이 연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무거울 수도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북유럽 특유의 유머와 감각을 통해 색다른 독서의 경험을 하게 한 책이다.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게 뭔지 알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아무리 늦었어도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다는 거야.  (204페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메르타 할머니 외 다른 네 분들,…

바베이도스로 떠나는 그들 앞에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동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몽화(夢花)

몽화

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일제 시대의 가슴 아픈 역사적인 사실들은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을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안부란 명칭으로 불리고, 삶을 살았던 할머니들의 연세가 이제는 고령에 접어들었단 사실, 한 두 분씩 세상과 이별하는 시점에서 역사의 산 증인으로 살다간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울분과 통탄을 느끼게 된다.

 

덕혜옹주(손예진 주연으로 영화화 다고 한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역사 시선을 던져 준 작가의 신작, “몽화’를 읽었다.

 

덕혜옹주가 높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인 압박과 역사 속에 자신의 인생을 살다

간 인물이라면 이번에 접한 책 속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본 순사를 패고 만주로 달아나버린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엄마는 국밥집을 운영하는 동생에게 자신의 딸을 맡기고 떠나 버린다.

 

중학교도 채 못 마친 차영실이는 그렇게 이모가 중학교를 졸업하게 해 줄 것을 기대하며  국밥집과 사촌 동수를 보살피는데, 어느 날 거대한 한옥의 집에서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 여학생으로부터 친구하자는 말을 듣게 된다.

 

한정인, 일제 앞잡이로 생활하는 아버지를 멸시하며 계모 밑에서 자라는 소녀는 화월각이란 기생집에서 자라는 은화와는 친구사이, 곧 세 사람은 아지트를 모처로 삼아 우정의 맹세를 하는데, 역사는 그녀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시대는 해방을 맞기 전인 1940대를 그리고 있다.

각자가 간직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던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인 세 소녀의 삶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주위의 압박과 억압, 오로지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개척해야 함을 알게 되면서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굴레로 들어가는 과정들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여인들의 삶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몽화꿈2

일제의 앞 날에 대한 불투명과 강제 징집이란 것을 피하기 위해 앞잡이란 명분을 내세워 불란서로 피신시키는 정인 아버지의 행동은 지금의 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는 듯하며, 홀로 서기를 위해 기생집을 뛰쳐  나왔건만 결국엔 위안부란 삶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은화의 기구한 삶, 중학교를 마치기 위해 일하면서 학교를 다닐 결심을 하고 일본까지 갔던 영실의 기막힌 인생 항로는 그들 스스로가 원했던 삶도 아니었기에 더욱 현실적인 갑갑함과 막막함, 힘없고 돈 없는 민초들의 기구한 운명이 일제라는 역사의 한 줄기 속에 이처럼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 버린 꿈같은 꽃을 연상시킨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뎌진다는 것이다. 무뎌진다는 것은 천천히 스러져 간다는 것이다. 무엇엔가 저항할 힘조차 사라진, 슬픈 야합.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 p276

 

정인은 결혼이란 것을 통해 제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 은화는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을 위해 발을 내딛는 용기를 통해서, 영실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의 설계를 통해 또 다른 시작의 의미를 알려주기에 길들여지게 했으나 그것에 대한 거부와 무뎌짐과 스러져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이란 알기에 더욱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이뤄나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얼마 전 위안부들에 대한 역사적인 한. 일 간의 일도 있었고 영화 ‘귀향’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소리 없이 응원하며 관객이 많이 몰렸단 소식을 접했다.

작가가 책 끝말 미에 소신 있게 한 말이 인상에 남는다.

 

 -그들의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름 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이도, 아직 생존해 있는 분들도 억울함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그들은 점점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가는 것이 잊히는 것이라면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역사의 광풍 앞에서 자신을 지켜 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가녀린 소녀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p382~383

 

 

오늘 신문을 보니 수학능력시험에 한국사를 봐야만 한다는 정책이 발표됐다.

역사란 무엇인가?

한 나라가 지닌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얽히고 섥혀서 만들어낸, 좋은 일, 나쁜 일 모든 것을 통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역사가 아닌가?

근본적인 문제를 예외시 하고 오로지 시험 점수에만 올인하다 못해 정작 중요한 우리나라의 역사를 옵션 식으로 선택 사항으로 남겨뒀던 정책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간단 느낌이 들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책의 내용을 비단 소설을 통해서만이 아닌 진정한 우리의 뿌리 깊은 역사적인 인식을 바르게 인지하면서 제대로 된 역사 가치관을 가지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

새파란 싹이 피어나 한 떨기 청초한 꽃들로 피어나기까지 그 숱한 시간들을 견디면서 오로지 독보적인 아름다움마저 피어 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때를 타며 사그라져버린 꿈들, 오늘도 몽화(夢花)에 대한 그녀들의 꿈이 진정 몽화(夢花)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진정한 꽃으로 피어나길…..

성인만이 아닌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못생긴 여자

못생긴여자

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한때 이미 고인이 된 유명 코미디언의 멘트인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란 말이 유행을 탄 적이 있다.

그만큼 그 연예인은 일반 연예인들이라고 하면 인정할 정도의 뛰어난 외모가 아니었고,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개성이 뚜렷한 얼굴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미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고대부터 비너스의 신체가 황금비율이란 말부터 미인대회에서의 입상 자격조건에 해당되는 신체적인 비율,….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으로 미인 축에 드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첫인상이란 중요하다.

면접에서나 소개팅, 미팅에 나갈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인상을 받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인간의 내재된 욕구는 기본이란 느낌이 들고, 비록 외모가 별 주목을 받지 못할 상태에서 그 사람만이 간직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란  쉽지가 않다.

즉, 우선 외모에서 오는 호감이 있어야 다음으로 말을 걸어보고 싶고, 대화를 통해서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뜻이 나와 어느 정도 맞는구나를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지금의 내 외모가 만족스럽지 않다 할 지라도 워낙 성형술이 발달하다 보니 이런 점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도 현실인 요즘 아주 인상적인 책 한 권을 읽었다.

 

이 책은  신인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탈로 칼비노 상의 2010년 수상작이자,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의 2011년 최종 후보작이란다.

 

외모 지상주의가 제일인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저자의 절묘한 작품이랄까?

 

태어날 때부터 아주 못생겼다고 생각될 만큼 태어났다면, 그 이후의 삶도 어두워야만 할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책-

 

여기 한 여자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비로소 자신의 이름이 레베카란 사실을 알 정도로 집 안에서만 있고 어둠이 내리면 비로소 집 안 여기저기  돌아다닐 정도의 아이…

집안은 비교적 유복하단 느낌이 드는데, 산부인과 의사인 미남의 아빠를 두었고 자신의 못난 출생으로 인해 우울증의 나락으로 빠진 엄마를 둔 덕에 일찍부터 엄마 곁에는 가보지도 못한다.

 

이란성 쌍둥이인 고모의 발견으로 피아노의 재능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지만 초등학교 입학부터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아이, 그런 아이 곁에 수다스럽다고 느낄 정도의 루칠라 라는 친구가 있고 자신을 보살펴 주는 마달레나가 있어서 그녀의 인생 전반부에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얼마나 못생겼는지에 대한 묘사는 단 몇 줄에 그친다.

-낡은 인형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쉼표 모양으로 구부러진 커다란 엄지발가락,  그리고 미소를 지으려 할 때마다 왼쪽으로 일그러지며 슬픈 냉소로 변하는 얇은 입술이 있다. 나는 냄새도 풍긴다. 마치 짐승처럼 온갖 종류의 냄새란 냄새는 다 안고 다닌다.-p 6

 

세상에는 모두 똑같은 존재는 없다.

일란성일지라도 자세히 보면 똑같지 않다고 하던데,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외면받고 자란 아이의 성장은 묵묵히 동양적인 수묵화의 여백의 맛을 보게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이미 어릴 적부터 알아버린 아이, 무엇을 해야만 폐를 끼치지 않고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함으로써 좀 더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오직 피아노란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음악성에 위안을 삼고 친구와 아주머니, 그리고 결정적으로 치매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  데 렐리스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고서야 비로소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변화를 느끼게 되는 과정이 어떤 한 인물의 결정적인 결과물이 아닌 주위의 평범한 우리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보통의 삶을 보는 듯한 책이다.

 

어느 한 곳에 치우진 편견에서 오는 불합리한 조건들은 그것을 보고 느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이중적인 잣대에 치우진 결과물인지를 저자는 한 여자 아이의 성장을 통해서 조밀 조밀하게 그려내되, 영웅적인 결과물로 만들지 않는, 고른 숨쉬기를 한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다른 부모들의 항의성을 단칼에 물리치는 선생님의 교육자 철학, 놀림감으로 번진 사태를 무마하기까지의 겪었을 아버지의 고뇌를 이해하는 아이의 성장은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결과물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못생겨서 겪었던 여러 가지 불편함을 딛고 다른 사람은 하지 못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이용해 세상과 화해하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인생은 못생긴 여자란 말속에 내포되어 있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비난하되, 이것을 극복하면서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한 의지력을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무너진 세상에서…갱스터들의 삶

무너진세상

무너진 세상에서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갱스터를 다룬 독자라면 대표적인 영화로 ‘대부’를  연상할 것이다.

스티븐 킹이 말했듯 대부 이후 최고의 갱스터 소설’ 이라고 했다던 작가 데니스 루헤인 소설인  ‘무너진 세상에서’ 란 책은 갱스터를 다룬  책을 목말라하던 독자들에게 단비로 선사할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2010년도에 처음 접했던 ‘운명의 날 1. 2부’,  2013년도에 읽었던 ‘리브 바이 나이트(밤에 살다)’, 그리고 완결 편인 이 책, ‘무너진 세상에서’로 커글린 가(家)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그의 역량을 발휘한 책이라고 하고 싶다.

 

1부작인 운명의 날에서는 솔직히 미국의 역사에서 큰 상처를 남긴 1919년 미국 보스턴의 사상 최대 경찰 파업을 다룬 역사소설이라  이 부분에 대한 역사적인 부분들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읽는 데에 있어서 약간의 정성이 필요했다면 본격적으로 커글린 가의 막내인 조의 인생의 황금기를 다룬 제 2부에서는 금주법 시대에서 어떻게 조가 아일랜드 혈통임에도 이탈리아인들이 주름잡고 있었던 마피아의 세계에서 살아 남아 사랑과 아내를 맞이하고 쿠바에서의 삶까지 다룬 책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알다시피 뒷골목의 세계에서는 위계질서가 철저하다.

상하의 명령엔 아무리 끈끈한 정이 있고  혈육 이상의 감정을 지닌 사이라도 윗선의 명을 거부할 수 없는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과 법이 있는 법-

‘무너진 세상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그들의 세계를 끈적거리면서도 우울한, 그리고 마피아의 세계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보통 시민으로 봤을 때의 조가 어떤 마음과 행동을 망설이게 되는지에 대한 긴박감을 그린다.

 

이제는 플로리다 템파 일선에서 물러나 친구인 디오에게 최고의 지위를 물려준 조-

아내가 죽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싱글이자 아들인 토머스를 보면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찡함을 느끼는 남자다.

황금알을 낳게 해 주는 마이더스의 존재처럼 군림하되, 어느 누구에게도 원망과 비난의 대상이 아닌 그가 어느 날 살인청부의 대상으로 올랐다는 제보를 접한다.

왜, 누가, 무엇 때문에….

처음엔 무시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그런 말을 들은 이상 좀체 안정이 되질 못하고 서서히 마음의 창이 무너진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득을 볼 사람이 누군지, 알게 모르게 피해를 주진 않았는지, 하지만 뭣보다 가장 염려스러웠던 부분은 자신이 잘못됐을 때 홀로 남겨질 아들 토머스에 대한 걱정이다.

 

비록 깨끗하게 돈을 벌어보지 못한 삶이었지만, 아들 앞에서만은 특별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아빠란 것을 생각하게 하고픈 마음이 마피아라도 부모란 모두가 똑같음을 느끼게 해 주는 부분들이 안쓰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가족만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배제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는 마피아의 가족관을 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나의 이득을 얻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며 총질이 난무하는 장소, 자신을 배신했지만 가족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인 친형제나 다름없었던 친구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는 비정한 세계, 결코 보이고 싶지 않았던 현장까지 보게 한 아버지로서의 조의 마음과 행동이 세상이 아무리 나쁜 마피아라 해도 아들 앞에선 여전히 좋은 세상만 보여주고 싶었던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의 ‘조’란 인물에 동정이 가게 만든다.

 

“아들을 사랑하나?”

“세상에서 제일.”

“그럼 당신 생각은 때려치우고 엄마를 선물하게.”

먼투스는 옷장에서 갈색 바지를 꺼내 입었다.

“아들은 언젠가 떠나. 늘 그래. 평생 같은 방에 앉아 있다 해도 아버지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니까.”

먼투스는 바지 고리에 혁대를 꿰어 넣었다.

“나도 아버지한테 그랬소. 당신은?”

조가 럼주를 한 모금 홀짝였다.

먼투스는 가죽으로 된 총 지갑을 어깨에 찼다.

“비슷해. 그렇게 어른이 되잖아? 아이들은 매달리고 사나이는 떠나고.”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 사내로 거듭 태어난다.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었던 존재인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느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조가 믿었던 동료의 배신과 그 배신을 염두에 두고 자신 또한 또 다른 계획을 세워 살아남아야 했던 비정한 세계를 그린 이 책은 대부 이후의 갱들의 삶을 잘 그려낸 또 하나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이 세계엔,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진솔함이 존재했다. 이곳에 들어와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이 지은 죄의 죄수이자, 망가진 삶의 볼모였다. 영혼이 무구하고 삶이 자유로워서, 조 커글린이나 디온 바르톨로, 엔리코 디자코모가 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이 세계의 일원이 된 까닭은 죄와 슬픔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삶과 어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 그 안에서도 사랑과 경쟁, 의리, 배신, 믿음이 난무하고 온갖 추악한 일을 저지르고 살아가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던 세계지만 결국엔 조가 믿었던 세계는 조를 배신하고야마는, 비열함 극치의 세상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자, 책을 덮고서도 가슴 한구석이 왜 그리도 쉽게 여운이 가실지 않게 되는지….

 

 

그동안 살인자들의 섬(셔터 아일랜드)>, <미스틱 리버>등 여러 작품을 통해 작가의 글을 대해왔지만 이번만큼 여러 가지 복합된 감정을 쏟아내게 한 작품은 없지 않았나 싶다.

 

 

미국 역사의 격동기 시대를 다룬 3부작 시리즈를 차례대로 읽어도 좋지만 따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독립적인 색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책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부를 제외한 2. 3부를 연이어 읽으면 조의 삶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같이 읽어 보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벤 애플렉이 ‘리브 바이 나이트’ 영화를 만든다고 한 지도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곧 보게 될 것이라고 하니 영화에서는 어떻게 조란 인물의 삶을 그려낼지, 정말 궁금해진다.

연이어서 ‘무너진 세상에서’의 영화화도 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 만큼 유연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마피아의 세계을 그린 책, 한 번 읽어 보면 대부와는 또 다른 느와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후와후와…애묘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랑법

후와후롸

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기도 하고 짧은 회상을 연상시키는 듯한 시 같기도 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런 류의 책을 내놓았단 사실 만으로도 흥분이 될 듯 한 책을 읽었다.

읽었다기보단 오랜만에 그림과 함께 곁들여 보는 듯한 짧은 단상처럼 느껴지는 글 속에 그가 얼마나 애묘 가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라면 맞을 듯 싶다.

 

책 제목인 후와후와~

처음 이 단어를 읽었을 때는 마치 눈 앞에 솜털이나 버들강아지의 털, 민들레의 씨들이 여기저기 부산하게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내 곁에 왔을 때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면 불어버릴 듯한 모양새를 연상시키는 단어였다.

 

 

하지만  일본어에서도 느낌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후와후와’는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이라든지, 소파가 푹신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커튼이 살랑이는 모습이라든지, 고양이 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한 말입니다.’라고 책에선 설명이 나와 있다.

 

친구 중에 고양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 동물처럼 깨끗하고 정갈하며, 깍쟁이인 동물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후와후와란 말이 정말 고양이와 잘 맞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방송에서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나 연예인들 중에는 족보가 뚜렷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는데, 아마도 강아지의 매력만큼이나 고양이의 밀당을 느끼게 하는 매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라카미의 어릴 적 자신의 집에 같이 살게 된 고양이 단쓰가 주인공이다.

단쓰란 중국의 고급 양탄자같이 털 모양이 비슷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특이하게도 저자는 고양이 중에서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 고양이 새끼도 아닌 이미 모든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웬만한 일에는 눈을 뜨지 않을 연배의 그런 고양이가 연상이 된다.

 

후와2

작가의 글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한만한 점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그림이 있다면 반드시 이 사람의 작품일 것이란 확신이 드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솜씨가 같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 특유의 섬세한 그림이 아닌 유아들 대상으로 어떤 단어에 맞는 커다란 형상만 제시했을 것이란 연상만 되는 그런 큼직한 그림들이되 고양이란 느낌이 드는 솜씨가 제법 무라카미와 잘 어울린단 생각이다.

 

늙은 고양이가 자신의 집에 오게 된 절차서부터 고양이 특허인 가르랑 거리는 고양이가 내는 소리에 대한 표현과 그 곁에서 동물이나 사람이나 살아있는 생명체의 확인인 숨 쉬는 소리까지의 표현이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제대로 표현해 내는 작가다운 센스가 넘치는 책이다.

 

후와1

 

누구나 한 번쯤은 동물에 대한 추억거리는 있겠지만 무라카미가 그리는 고양이 단쓰에 대한 추억을 읽노라면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동물에 대한 기억이 연상 떠오르게 된다.

 

고양이와 한 몸이 된 듯 취해서 고양이의 털 냄새를 맡고 생명이란 것에 대한 의미, 행복에 대해서  고양이를 통해 배워나간 저자의 아련한 추억이 또 다른 즐거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아직도 늙고 거다란 암고양이를 좋아하는 저자의 고백처럼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를 선사하는 것,  추억을 기억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하나의 위안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책,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고양이의 특색을 잘 포착해 그려낸 작가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흉가(凶家)

흉가

흉가 스토리콜렉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일본의 작가들 중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니아 형성층을 이루고 있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 바로 미쓰다 신조다.

 

스릴의 절묘한 맛을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느낌과는 독보적인 그만의 특유의  전매특허를 연상케 하는 작품을 대한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집 3부작 시리즈’로 알려진 흉가 <凶家>, 화가 <禍家>, 재원 <災苑> 중에서 흉가를 읽게 됐다.

 

기존의 시리즈 형태로 내놓은 작가의 작품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3부작 시리즈가 주는 기대도 클 것 같은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든다.

 

집이란 무엇인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온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하루 일과의 저마다의 개인적인 일을 나누며 웃고 떠들고 대. 소사를 의논하는, 그러면서 내일을 위한 안락함을 주는 장소가 아닌가?

 

그런 집이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에 휩싸인 채, 알듯 모를 듯 사람들의 기운에 스며드는 기운이 있다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아버지의 전근으로 온 가족이 나라 지방으로 이사하게 된 초등학생 히비노 쇼타는 엄마, 누나, 어린 동생과 함께 산 위에 지어진 집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다.

 

어릴 적부터 몸에서 이상 징후를 느끼게 되면 바로 이상한 일들을 겪어 온 쇼타는 네 번씩이나 새로 이사 오게  될 장소로 가던 중 같은 징후를 느끼게 되고, 이사 온 집의 주변 환경이나 멀리 떨어진 다른 집들과는 동떨어진 자신의 집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게 된다.

 

정체불명의 노파로부터 끌려 들어간 폐허가 되다시피 변해 버린 집, 도도 산과 뱀신에 얽힌 저주의 현장을 목격도 하게 되면서 같은 학년의 새롭게 사귄 친구인 코헤이와 함께 이 지역의 집과 산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려고 노력하는데…..

 

 

예전의 어른들은 집에도 집을 지켜주는 신이 있다고 해서 새롭게 이사 온 집일 경우엔 특히 팥시루떡을 지어서 잘 보살펴 달란 의미로 기도를 하는 의식을 치르는 의식이 있었다.

미신이든 아니든 간에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두루 평안함을 바라는 의미일 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러한 장면들이 생각나는 것은 어린 소년이 느끼는 알 수 없는 형체의 형상을 본다는 것, 어린 여동생으로부터 어떤 이름들이 나오면서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듣는 쇼타의 심정이 읽으면서 섬뜩함과 찝찝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스릴이라고 해서 어떤 커다란 액션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랜 터를 잡고 살았던,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산을 후손들이 함부로 대대로 정비작업을 통해서 또 다른 일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몰락하는 사연, 그 안에  뱀을 형상하는 듯한 힘에 빙의되어 위험에 빠드릴 뻔했던 이웃 여인, 온 가족의 비밀을 보게 되는 쇼타의 힘든 행동들이 손에 긴박감 그 자체를 느끼게 해 준다.

 

과학이 발달하고 종교적인 의미에서 볼 때는 전혀 헛된 현상으로 보일 진 몰라도 이러한 일들이 간간이 나타난다는 현상을 빗대어 볼 때, 과연 흉가 속에 살고 있는 미지의 힘은 뭐였을까? 를 생각하게 된다.

 

집을 짓다 만 집 근처에 방치된 세 구획의 주택지, 집 안의 불운을 당하고 또 다시 그 뒤의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게 되는, 독자들이 예상을 하지 못했던 마지막 순간마저 제대로 허를 찌른 작가의 노련함을 또다시 느끼게 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에 처한 미묘한 기(氣) 싸움, 이미 지나갔던 사람이 쓴 일기장에 담긴 비밀을 알게 된 쇼타의 일을 통해 밤에 읽으면 더욱 실감을 느끼게 되는, 그러면서 잠이 제대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독자들의 빙의를 경험할 수도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곧이어 나올 다른 작품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이와 같다면 등장인물이나 장소는 달라도 작가가 그리는 신비한 스릴의 맛을 즐길 준비를 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필독, 필사

필독필사

필독, 필사 – 고종석이 가려 뽑은 생각의 문장들
고종석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3월

 

좋은 글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읽어도 가슴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을 메모지나 수첩, 컴퓨터 안의 작은 폴더를 만들어 보관해 오던 내게  이 책은 그런 반가움에서 벗어나 그동안 몰랐던 좋은 문장들을 한꺼번에 얻는 행운을 안겨준 책이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이었던 고종석 작가가 가려 뽑은 63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제목처럼 필독과 필사로 나뉜다.

인문학적인 중요한 지식이나 사고력은 책을 통해서 더욱 내적인 양식을 폭넓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여기에선 더욱 그 범위를 넓혀 자연과학과 서적,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섯 파트로 나뉘어서 분류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소설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물 흐르듯 유연한 문장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유명한 소설가들도 한 때는 소설 지망가로서의 시절이 있었음을, 당연히 그들도 존경하는 작가들이 있었을 터, 가장 기본적인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필사를 하는 것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읽고서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내 손으로 한 문장에 담긴 뜻과 해석을 통해서 다시 제 2, 제 3의 느낌을 공유한다는 데서 이 책은 그 뜻과 같을 수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첫 파트인 첫 번째 노트란 이름으로 “모두가 행복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란 주제로 조지 버클리의 [시리스]를 시작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발췌한 짧은 글들을 읽고, 영문과 한글 해석, 그리고 다시 내 손으로 적어나가는 빈 노트의 공간이 있어서 필사의 맛을 느껴보게 해 준다.

 

유명한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에서 발췌한 글은 다시 읽어도 좋다는 말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글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성서 속의 이야기나 성자들의 글을 적어놓은 부분들도 좋은 글귀는 어디서나 통용이 될 수 있는 명문장임을 느끼게 한다.

경험

 

경험1

딱딱한 과학적인 분야의 명사들의 글은 문학이 주는 느낌과는 다른 현실적이되 지금까지도 통용이 되어오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글들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제대로 읽어보지 못할 기회를 이번 기회에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뭐니 해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다섯 번째 노트 부분인 문학이 많이 포함된 부분이었다.

 

유명 작가 작품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발췌해 놓았기 때문에 그 책을 들쳐보고 싶단 생각도 다시 들게 하고 시대를 넘어선 주옥같은 명문장들을 읽고 쓰노라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넘어섬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 보내게 된다.

 

 

오만

오만1

안나1

 

카레

 

예전에는 편지지에 편지를 직접 쓰는 노고도 마다않고 편지지에 정성스런 글씨로 내용을 적은 후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시절도 있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멜을 주로 사용하게 되고 컴을 이용하다 보니 사실, 내 손으로 직접 어떤 것을 써보는 것이 어떤 것이  있어나?  하는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 책을 통해서 만년필도 꺼내서 써보고, 유성펜, 컬러 펜을 동원해서 두세 번씩 써보기도 하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책인 만큼 두고두고 읽어봐도 좋고 이미 필사를 끝낸 상태라면 다른 공책에다 옮겨다 적어보다도 좋을 문장들이 가득하기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을 것을 읽을 수 있는  요점정리를 잘 해 놓은 책 같은 생각도 들게 한다.

 

필사를 통해 저절로 그 문장에 대한 기억이  읽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김종필 증언록

증언록      김종필 증언록 1~2 세트 – 전2권 – JP가 말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김종필 지음, 중앙일보 김종필증언록팀 엮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정식으로 불려지면서 본격적인 현대 국가의 길로 들어선 우리나라의 역사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흔히 말하는 3김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정치계의 인물로서 이 세 사람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현대사는 굵직한 여러 사건들과 정치 신념들, 그리고 서로 다른 이해로 인해 변화의 모색을 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2 김의 체제도 대한민국의 한 역사를 장식하고 마무리했지만 아직까지 건재한 마지막 남은  정치계의 거두인 김종필 전 국회의원의 증언록을 기록한 책을 접했다.

 

순서

책이 나오기 훨씬 전인 2014년도부터 시작된 중앙일보에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고 이 뜻은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음’, ‘말 대신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 ‘남에게 질문을 받고 분명하게 대답하기 싫거나 곤란할 때,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심정의 상태일 때 ‘소이부답’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란 뜻을 포함한다고 한다.

 

바로 김종필 전 총재를 연상시키듯 한 말도 같단 느낌이 드는데 정치계의 칼날 같은 비바람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정치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어울린단 생각이다.

 

이 내용을 신문을 보면서 접했던지라 낯설지만은 않았지만 당시엔  대강적인 큰 사건의 테두리 내지는 어느 한 사건에 대해 치중해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접하면서 새삼 그때의 글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좀 더 자세한 그의 정치 인생과 신념, 그리고 대한민국이란 격동기 시대에 어떤 일들을 해왔고, 그가 가진 정치 소신을 글을 통해 접해본다.

 

흔히들 앞에 나서는 정치 실세권자 뒤엔 그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자가 바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이자 9선 국회의원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한 인간의 정치 생명에 있어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루어진 정치계의 인생길이라면 김종필 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처신과 환경에 주어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 사람이 아닌가 싶다.

 

육상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페이스메이커 정도라고 할까?

삼국시대나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볼 수있다면 현대엔 바로 김종필 전 총재가 아닌가 싶다.

 

 

누구든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매혹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권력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뜻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고픈 마음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말이지만 실제 이러한 일들을 하기란 정말 어렵단 생각을 요즘의 정치 풍토를 보면 더욱 실감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은 두 사람 모두에게 대한민국 발전이란 부분에 있어서 궁합이 제대로 맞는 파트너였으며, 역사란 양 면의 칼날을 들여다볼 때, 때론 칭찬과 비난의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이루어 놓은 일들은 그의 정치 인생 전, 후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이내믹하단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회고록이니, 자선전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책 이름 대신 그는 증언록이란 말을 썼다.

 

증언록 이유

역사란 후대의 사람들에게 판단을 내릴 뿐이기에 자신의 가감 없는 정치 인생을 담담히 술회한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부분들 중에서도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정치 부분의 미세한 사실들을 얘기한 점이 눈길을 끈다.

 

5. 16혁명공약 제1조는 당시 사상을 의심받고 있던 궐기군 지도자 박정희를 보호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심하며 그가 직접 작성한 것이란 이야기부터 이병철, 정주영 회장의 사업 선택 기로 사항, 중앙정보부를 JP가 만들었다는 사실, 김대중 납치 사건의 진실, 차지철과 김재규에 대한 이야기 부분들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심리 상태를 가까이서 본 그의 증언을 통대로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진실을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5.16허와 실

5.16차트

또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겪은 정치의 긴박했던 역사적인 산 증인으로서의 그가 쏟아 놓는 이야기와 인간적으로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이야기,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말과 자중해야 할 말에 대한 지적은 정치계의 노장다운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 있다.

 

3김

 

남들이 모두 이제는 김종필의 시대가 갔다고들 했을 때 자민련을 통해서 캐스팅보드를 쥐고 정치계의 노련함을 보였던 그이지만 사생활에 있어서의 모습은 전혀 냉철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아내와의 첫 만남, 음악과 미술에 통달한 실력,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내각 의원제를 주장하는 일관된 정치의 신념은 9선 국회의원다운 대한민국 앞날에 정말 필요한 정치 체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한다.

 

권력도 한 때요, 잡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되지만 2004년도에 정치계를 과감히 물러난 후에 느끼는 노 정치가로 느끼는 권력 무상함에 대한 느낌은 어떤 것일까?

 

정치신념

 

이제는 뒤에 물러난 정치계의 산 증인으로서 그가 바라보고 느낀 대한민국이란 역사의 성장과 발전은 그야말로 김종필이란 인물과 같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많은 시대를 뒤로하고 태어난 후세들이  읽어보기에도 좋은 자료가 될 듯 싶다.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

이토록쉽고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 – 최군의 단칸방 게스트하우스 이야기
최재원 지음, 임호정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2월

여행을 하는 추세의 패턴들이 정말 다양하게 변화했다는 것을 느낀다.

한 때는 패키지가 유행이었지만, 물론 지금도 패키지 만의 편리함과 알찬 여행지를 두로 본다는 점에 장점이란 생각을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여행의 패턴이 점차 세계 여행이라는 보편화된 일상의 생활로 접어들게 되면서 사람들의 여행 인식도 변화를 거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서 더욱 자유 여행만이  주는 자유로움의 만끽을 시청자들은 편안히 대리 만족을 하면서 볼 수가 있는데, 특히 에어비앤비의 활용도는 자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이용하는 여행의 패턴이 아닐까 싶다.

 

해외에 여행을 가기 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는 것은 기본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이러한 행태는 아직까지는 많이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직접 타국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만날 수 있을 기회를 제대로 이용한 재치가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이력이 독특하다.

유명 대기업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음반 기획사로 이직해 좀 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일하 던 중, 합정동에 자리 잡은 자신의 집을 부업 삼아 에어비앤비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처음엔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도움이 되고자 자신의 이력과 현재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을 소개로 올리는 일부터, 정말 외국인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와 줄까 하는 걱정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서부터 각 나라별로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려서 20개국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추억한다.

 

이토록방

 

직업도 정말 다양하다.

F1 자동차 디자이너부터 셰프, 시골 마을 의사, 프로 댄서,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지키면서 살기 위해 제 3 국행을 모색하는 사랑의 커플,,,,  모두가 정말 귀중한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각 국적마다 풍기는 생활의 패턴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해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웃고 손짓 발짓을 통해, 그리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란 선입견으로 인해 그전에 생각했던 고정된 이미지가 다른 종교에 대한 존경과 그에 따른 자세를 이국인의 행동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의 포인트, 홍대만이 가지는 진정한 뒷골목의 맛난 집과 별난 곳이고 이색적이지만 알고 보면 한국적인 멋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 저자의 이야기가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한 나라의 국민이 타국에 나가서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그 나라 사람의 행동처럼 인식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비춰볼 때 자신의 작은 부업의 일이 결국은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좋은 추억거리를 남겨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저자의 이러한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외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과 함께 자부심, 책임감도 약간은 들지 않을까?.

 

홀로 사는 사람들의 가장 취약점은 아플 때라고들 하던데, 사람이 사는 곳엔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인정이 있다는 사실, 저자가 속이 좋지 않아 힘들어할 때 외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은 것, 하나만으로도 저자나 외국인이나 모두 좋은 추억거리에 속할 수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과거를 공유할 것이 없는 대신 현재를 중심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에어비앤비란 공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라이프 셰어의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  또 다른 감정의 공유를 느끼고 생활할 수 있다는 데서 여행의 기본 조건이라 할 떠나야야 만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것에 비중만 둘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여행법도 있음을, 새삼 다른 여행책을 접한 느낌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랜드 마더스

그랜드마더스

  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중편 소설로 엮은 책이다.

 

총 네 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인 그랜드 마더스가 책 제목으로 나온 만큼 이  내용은 이미 ‘투 마더스’란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상영이 된 바 있다.

 

저자인 도리스 레싱의 출생지서부터 남다르고 자신이 한 때 살았던 아프리카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까? 이 책에선 인종의 구별을 넘어선 인간이  현실에서 부딪치는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그랜드 마더스의 경우엔 영화조차 보지 않았다.

예고 편 자체도 파격적인 엄마들끼리 친구 사이인데다 그들이 낳은 아들이 서로의 엄마와 사랑에 빠진다? 하는 설정이 왠지 다가오게 만들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책을 통해서 읽었단 점이 오히려 저자가 드러내 보려 한 이야기의 장치를  어느 정도는 문학적인 면에서 수긍을 할 수 있는 경우에 속했기에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레즈비언이라 불릴 정도로 단짝인 두 여자, 한쪽의 남편조차 들러리 같단 느낌이 들자 이혼을 하면서 떠나게 되고 그녀들은 자신의 아들들을 키우게 되지만 서로가 누구의 ~것 이란 인식조차 없이 허물없는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아들을 보는 엄마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이 상대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러한 상황을 그려나가는 저자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사랑이란 감정이 어느 한 순간에 반짝 터지는 것이 아닌 이들에게 있어서 힘겨워하던 아이를 포옹해주고 위로해 주면서 감정이 싹트게 되는, 알게 모르게 자연스러운  감정의 느낌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게끔 그려진다.

 

하지만 두 여인들은 스스로 한 사람의 또 다른 연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가족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 인생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두 번째 이야기인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 가-

 

흑인 여인이 백인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내용은 딸 메리를 낳고  그 딸아이를 스테이브니가에 보내야 할지 아니면 목사의 딸로 살아가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야기 속에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심정과 그  메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가족 관계의 어긋남과 엄마로서 딸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래서 과연 스테이브니가에 보내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까를 자신과는 다른 경계선상에 놓여 있는 딸의 출생 배경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엄마의 사랑법을 느껴보게 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주인공이 속한 부족이 동방의 로다이트 부족에게 정복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서 그 안에 역시 가족과 인생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서사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편인 ‘러브 차일드’다.

 

배경이 1930년대인  유럽의 풍경과 함께  전쟁에 출전한 제임스는 인도로 향하게 되고 온갖 고생 끝에 잠시 케이프타운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조란 남편이 있는 여인 대프니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다시 이별을 하게 된 후 그는 대프니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음을 알게 되면서 길고 긴 그의 인생 전. 후반에 걸쳐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잠시였지만 사랑이라고 느꼈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여성의 시선이 아닌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흐름으로써 일편단심 여인의 평생에 잊지 못할 사랑이 아닌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정치에 대한 이념도, 자신을 좋게 본 군에서 제시한 장교의 제안 마저도 거절할 만큼 책상 받이로의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결코 잊지 못한 ,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에 대한 사랑과 언젠가는 자신을 찾아 올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 남자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아내가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아이에 대한 생각은 주변에 맴도는 진실된 아내의 사랑을 보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다.

 

80이 넘은 노 작가의 인생 전반에 걸친 여러 이야기들의 사랑은 어느 특정한 시기와 환경 속에 처해 있는 인간들의 계급성, 차별, 동경,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중성들이 서로 얽히면서 이어지는 생의 이야기들을 닮고 있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섬세한 풍경의 묘사와 절제된 이야기 속의 상상력을 불어넣는 짧은 호흡의 이야기 속에 작가의 통찰력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