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3월 23일

후와후와…애묘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랑법

후와후롸

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기도 하고 짧은 회상을 연상시키는 듯한 시 같기도 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런 류의 책을 내놓았단 사실 만으로도 흥분이 될 듯 한 책을 읽었다.

읽었다기보단 오랜만에 그림과 함께 곁들여 보는 듯한 짧은 단상처럼 느껴지는 글 속에 그가 얼마나 애묘 가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라면 맞을 듯 싶다.

 

책 제목인 후와후와~

처음 이 단어를 읽었을 때는 마치 눈 앞에 솜털이나 버들강아지의 털, 민들레의 씨들이 여기저기 부산하게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내 곁에 왔을 때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면 불어버릴 듯한 모양새를 연상시키는 단어였다.

 

 

하지만  일본어에서도 느낌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후와후와’는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이라든지, 소파가 푹신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커튼이 살랑이는 모습이라든지, 고양이 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한 말입니다.’라고 책에선 설명이 나와 있다.

 

친구 중에 고양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 동물처럼 깨끗하고 정갈하며, 깍쟁이인 동물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후와후와란 말이 정말 고양이와 잘 맞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방송에서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나 연예인들 중에는 족보가 뚜렷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는데, 아마도 강아지의 매력만큼이나 고양이의 밀당을 느끼게 하는 매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라카미의 어릴 적 자신의 집에 같이 살게 된 고양이 단쓰가 주인공이다.

단쓰란 중국의 고급 양탄자같이 털 모양이 비슷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특이하게도 저자는 고양이 중에서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 고양이 새끼도 아닌 이미 모든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웬만한 일에는 눈을 뜨지 않을 연배의 그런 고양이가 연상이 된다.

 

후와2

작가의 글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한만한 점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그림이 있다면 반드시 이 사람의 작품일 것이란 확신이 드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솜씨가 같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 특유의 섬세한 그림이 아닌 유아들 대상으로 어떤 단어에 맞는 커다란 형상만 제시했을 것이란 연상만 되는 그런 큼직한 그림들이되 고양이란 느낌이 드는 솜씨가 제법 무라카미와 잘 어울린단 생각이다.

 

늙은 고양이가 자신의 집에 오게 된 절차서부터 고양이 특허인 가르랑 거리는 고양이가 내는 소리에 대한 표현과 그 곁에서 동물이나 사람이나 살아있는 생명체의 확인인 숨 쉬는 소리까지의 표현이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제대로 표현해 내는 작가다운 센스가 넘치는 책이다.

 

후와1

 

누구나 한 번쯤은 동물에 대한 추억거리는 있겠지만 무라카미가 그리는 고양이 단쓰에 대한 추억을 읽노라면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동물에 대한 기억이 연상 떠오르게 된다.

 

고양이와 한 몸이 된 듯 취해서 고양이의 털 냄새를 맡고 생명이란 것에 대한 의미, 행복에 대해서  고양이를 통해 배워나간 저자의 아련한 추억이 또 다른 즐거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아직도 늙고 거다란 암고양이를 좋아하는 저자의 고백처럼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를 선사하는 것,  추억을 기억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하나의 위안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책,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고양이의 특색을 잘 포착해 그려낸 작가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