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3월 1일

성룡: 철들기 전에 늙었노라.

성룡

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명절 때가 되면 항상 나오는 영화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콩 영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성룡이 나온 것이 있을 때가 있는가 하면 홍금보, 주윤발, 장국영, 곽부성, 여명, … 셀 수 없는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에는 한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바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홍콩 무술영화, 그것도 심각한 복수가 아닌 코믹이 섞이고 중국어 특유의 약간 시끄럽다고 느낄 수 있는 억양까지 듣노라면 여전히 즐거움이 앞선다.

 

성룡 전에는 이소룡이 있었고 그 뒤를 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성룡의 자서전이 나왔다.

 

성룡 자신과  영화사 홍보 직원이었던 주모(주묵)가 함께 썼다.

자서전 치고는 약간의 의외성이 있긴 하지만 아주 솔직하고 담백한 그의 인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수식어는 여러 개다.

영화배우, 감독, 각본가, 제작자, 무술가  배우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취권’이었다.

무술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고 어쩌면 그렇게 술에 취한듯한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익살과 정교한 무술의 솜씨가 극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아~ 이래서 무술영화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이가 바로 성룡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그다지 평탄치는 못했다.

1954년 홍콩에서  청룽은 전 국민당 군인으로 상하이 부두의 깡패를,  외국 영사관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역시 전 상하이 암흑가의 여걸로 영사관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태어난 것 자체가 흔한 탄생은 아닌 듯하다.

 

 

학창 시절에도 말썽을 부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바로 일곱 살 무렵 ‘중국 희극학원’에 보내진다.

이후 10년 동안 매일 6시간만 자면서 쿵후 연습에 매진, 영화계에 나왔지만 주목을 끌지 못하고 부모가 있는 호주로 가게 된다.

 

이소룡과 성룡

(이소룡과 성룡)

 

이후 영화가 흥행이 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고 이후부터 자신의 개인사인 결혼과 자식의 이야기가 시종 솔직함을 내세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아내 몰래 재산을 빼돌린 일이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혼외자 이야기까지, 비교적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서술한 부분들이 유명인사들이 뒤로 내빼고 변명을 늘어놓기 바쁜 세태와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진솔함을 준다.

 

성룡시절

 

인생의 마지막 뜻을 이루기 위해 15년 전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한 사연, 액스트라를 등장시키지 않은 채 몸소 직접 자신이 힘든 액션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적인  부상 지도를 보는 재미는 역시 성룡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만 시간의 법칙이란 용어가 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적인 길로 들어서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진정 달인이란 명칭과 함께 그 명성을 쌓아 올리기까지 모든 노력이 필요함을 성룡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청룽(성룡)이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쥐라기 공원’에서 사람과 공룡이 함께 나오는 장면의 특수효과를 어떻게 찍었는지 물었다. “간단해요. 버튼, 버튼(을 계속 누르면 되죠)”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스필버그가 청룽 당신은 그 위험한 액션들을 어떻게 찍었느냐고 물었다. “간단해요. 롤링(구르고), 액션(몸놀림 하고), 점프(뛰고), 컷(끝나면), 호스피털(병원 가죠)!”

 

역시 성룡다운 발언이다.

이 책에 대한 많은 연예인들과 인사들의 축하의 말이 실린 정도만 봐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듯이 영원한 철들지 않는 성룡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너무 이기적일까?

                                                                                                                          
                                            

루미너리스 1 .2

루미너리스

루미너리스 1,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인간이 가진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현재도 그렇지만 물욕을 본 순간 인간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 때문에 이익을 생각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물로 치닫게 되기도 한다.

 

2013년 맨 부커상 수상작으로서 쟁쟁한 작가들을 물리치고 최연소로 상을 거머쥔 저자의 당찬 글 구성이 눈길을 끈다.

 

현재도 아닌 시대적인 배경은 골드러시 시대로 불리는 빅토리안 시대이면서 실제적인 장소로 등장하는 곳도 뉴질랜드, 1866년대를 그리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구성은 별자리와 행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양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천체, 점성술을 근간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나간다.

 

1866년 영국을 떠나 한몫을 잡겠다는 꿈을 갖고 고향을 떠난 무디-

그는 금광 마을 호키티카의 한 호텔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12명의 남자로 구성이 된 모임에 끼어들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이러한 배경으로 보면 금에 얽힌 탐욕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저자의 구성은 12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살해된 한 남자가 교묘히 서로 연관이 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 창녀의 자살기도, 금이 발견이 되는 과정이 벌어지면서 12명의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독립적으로도 읽힐 수 있을 만큼 개별적인 파트란 생각과 함께 이 전체가 다시 모여서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게 되는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이 끈기를 요하며 읽게 만든다.

 

총 1. 2권으로 나올 만큼 두께도 있지만 1권에서의 전황을 설명하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넘기고 나면 2권은 그야말로 술술 읽히는 미스터리의 맛을 느낄 수가 있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시대적인 배경과 맞물려 전체를 12파트로 나누었다는 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창작한 작품 치고는 정교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시대가 궁금하게 하는 매력도 지니고 있는 책이다.

 

책 제목인 루미너리스란 말은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해와 달을 뜻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동양인들에게 다소 낯선 점성술에 친근한 서양인들의 인식 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역사와 미스터리를 복합적으로 다룬 책이기에 처음엔 과거와 현재가 오고 가는 부분만 잘 넘어간다면 후반부에 들어서 별난 재미를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