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2004년 <검은 집>을 출간하며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접한 독자라면 이 책으로 인해 또 다른 스릴의 맛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제목 자체가 주는 어떤 궁금증을 넘어서 기존의 작가가 써온 작품의 취향대로 느껴질 수도 있겠고 또 다른 도플갱어란 존재의 정곡을 찔러서 제대로 그려낸 작품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서스펜스 작가인 안자이 도모야다.
어느 날 자축 파티를 하며 깨어보니 옆에 누워있던 아내 유메코가 사라진 것을 안 것과 동시에 이상한 소음을 듣게 되는데, 바로 노랑 말벌의 출현이다.
벌들의 날갯짓이 커다란 소음 이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말벌의 날갯짓 소리, 통풍구에서 이러한 소리들은 장수말벌 떼의 습격으로 더욱 무서움을 더해준다.
왜? 누가? 내게 이런 일들을 벌어지게 했을까?
주인공이 벌과 싸우는 사투의 과정들 속에 독자들은 읽어나가면서 말벌 떼의 습격을 받은 자는 미스터리 작가인가, 도플갱어인가? 아니면 아내 유메코와 말벌 전문가가 안자이를 죽이려 제대로 세운 계획이었을까?
이 소설의 묘미는 반전의 반전, 그 결말에 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히치콕 감독의 ‘새’란 영화가 생각이 났다.
창을 향해 공격해오는 무서우리만치 공격적이었던 새들의 공격을 피해 사투를 벌이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겹쳤던 것은 작은 것이라고 무시하지 못할 ‘벌’이란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벌에 쏘여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순식간에 톡 쏘면서 날아감과 동시에 피부는 부어오르고 몸부림을 치게 되는지….
이 책 속에서 안자이가 벌과 전쟁을 벌이는 장면 장면 하나하나가 바로 그런 경험들을 되살려서일까?
어떤 큰 동작이나 물건을 이용해 처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시시각각 몰려오는 벌을 물리치면서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들을 경험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범인을 잡기 위해 애를 쓰는 안자이의 모습과 오히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이런 일들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아내 유메코의 주장은 둘 중에 과연 어떤 이의 말이 옳은 것인지, 형사들조차도 헷갈리게 하는데, 마지막 반전의 결말은 다시 앞장을 찾아보게 되고 그럼으로써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이는, 그렇지만 여전히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해선 정확히 집어 말할 수 없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가 섞여 있는 책이다.
분신이라는 스토커의 등장과 보기 드문 말벌떼의 습격을 받은 산장의 모습 표현과 함께 독자들의 허를 찌른 마지막 반전의 맛을 즐길 준비가 된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짧은 분량 속에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는 숨 막히는 맛을 제대로 느껴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