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증언록 1~2 세트 – 전2권 – JP가 말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김종필 지음, 중앙일보 김종필증언록팀 엮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정식으로 불려지면서 본격적인 현대 국가의 길로 들어선 우리나라의 역사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흔히 말하는 3김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정치계의 인물로서 이 세 사람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현대사는 굵직한 여러 사건들과 정치 신념들, 그리고 서로 다른 이해로 인해 변화의 모색을 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2 김의 체제도 대한민국의 한 역사를 장식하고 마무리했지만 아직까지 건재한 마지막 남은 정치계의 거두인 김종필 전 국회의원의 증언록을 기록한 책을 접했다.
책이 나오기 훨씬 전인 2014년도부터 시작된 중앙일보에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고 이 뜻은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음’, ‘말 대신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 ‘남에게 질문을 받고 분명하게 대답하기 싫거나 곤란할 때,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심정의 상태일 때 ‘소이부답’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란 뜻을 포함한다고 한다.
바로 김종필 전 총재를 연상시키듯 한 말도 같단 느낌이 드는데 정치계의 칼날 같은 비바람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정치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어울린단 생각이다.
이 내용을 신문을 보면서 접했던지라 낯설지만은 않았지만 당시엔 대강적인 큰 사건의 테두리 내지는 어느 한 사건에 대해 치중해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접하면서 새삼 그때의 글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좀 더 자세한 그의 정치 인생과 신념, 그리고 대한민국이란 격동기 시대에 어떤 일들을 해왔고, 그가 가진 정치 소신을 글을 통해 접해본다.
흔히들 앞에 나서는 정치 실세권자 뒤엔 그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자가 바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이자 9선 국회의원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한 인간의 정치 생명에 있어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루어진 정치계의 인생길이라면 김종필 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처신과 환경에 주어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 사람이 아닌가 싶다.
육상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페이스메이커 정도라고 할까?
삼국시대나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볼 수있다면 현대엔 바로 김종필 전 총재가 아닌가 싶다.
누구든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매혹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권력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뜻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고픈 마음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말이지만 실제 이러한 일들을 하기란 정말 어렵단 생각을 요즘의 정치 풍토를 보면 더욱 실감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은 두 사람 모두에게 대한민국 발전이란 부분에 있어서 궁합이 제대로 맞는 파트너였으며, 역사란 양 면의 칼날을 들여다볼 때, 때론 칭찬과 비난의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이루어 놓은 일들은 그의 정치 인생 전, 후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이내믹하단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회고록이니, 자선전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책 이름 대신 그는 증언록이란 말을 썼다.
역사란 후대의 사람들에게 판단을 내릴 뿐이기에 자신의 가감 없는 정치 인생을 담담히 술회한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부분들 중에서도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정치 부분의 미세한 사실들을 얘기한 점이 눈길을 끈다.
5. 16혁명공약 제1조는 당시 사상을 의심받고 있던 궐기군 지도자 박정희를 보호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심하며 그가 직접 작성한 것이란 이야기부터 이병철, 정주영 회장의 사업 선택 기로 사항, 중앙정보부를 JP가 만들었다는 사실, 김대중 납치 사건의 진실, 차지철과 김재규에 대한 이야기 부분들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심리 상태를 가까이서 본 그의 증언을 통대로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진실을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겪은 정치의 긴박했던 역사적인 산 증인으로서의 그가 쏟아 놓는 이야기와 인간적으로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이야기,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말과 자중해야 할 말에 대한 지적은 정치계의 노장다운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 있다.
남들이 모두 이제는 김종필의 시대가 갔다고들 했을 때 자민련을 통해서 캐스팅보드를 쥐고 정치계의 노련함을 보였던 그이지만 사생활에 있어서의 모습은 전혀 냉철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아내와의 첫 만남, 음악과 미술에 통달한 실력,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내각 의원제를 주장하는 일관된 정치의 신념은 9선 국회의원다운 대한민국 앞날에 정말 필요한 정치 체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한다.
권력도 한 때요, 잡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되지만 2004년도에 정치계를 과감히 물러난 후에 느끼는 노 정치가로 느끼는 권력 무상함에 대한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이제는 뒤에 물러난 정치계의 산 증인으로서 그가 바라보고 느낀 대한민국이란 역사의 성장과 발전은 그야말로 김종필이란 인물과 같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많은 시대를 뒤로하고 태어난 후세들이 읽어보기에도 좋은 자료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