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 필사 – 고종석이 가려 뽑은 생각의 문장들
고종석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3월
좋은 글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읽어도 가슴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을 메모지나 수첩, 컴퓨터 안의 작은 폴더를 만들어 보관해 오던 내게 이 책은 그런 반가움에서 벗어나 그동안 몰랐던 좋은 문장들을 한꺼번에 얻는 행운을 안겨준 책이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이었던 고종석 작가가 가려 뽑은 63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제목처럼 필독과 필사로 나뉜다.
인문학적인 중요한 지식이나 사고력은 책을 통해서 더욱 내적인 양식을 폭넓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여기에선 더욱 그 범위를 넓혀 자연과학과 서적,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섯 파트로 나뉘어서 분류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소설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물 흐르듯 유연한 문장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유명한 소설가들도 한 때는 소설 지망가로서의 시절이 있었음을, 당연히 그들도 존경하는 작가들이 있었을 터, 가장 기본적인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필사를 하는 것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읽고서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내 손으로 한 문장에 담긴 뜻과 해석을 통해서 다시 제 2, 제 3의 느낌을 공유한다는 데서 이 책은 그 뜻과 같을 수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첫 파트인 첫 번째 노트란 이름으로 “모두가 행복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란 주제로 조지 버클리의 [시리스]를 시작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발췌한 짧은 글들을 읽고, 영문과 한글 해석, 그리고 다시 내 손으로 적어나가는 빈 노트의 공간이 있어서 필사의 맛을 느껴보게 해 준다.
유명한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에서 발췌한 글은 다시 읽어도 좋다는 말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글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성서 속의 이야기나 성자들의 글을 적어놓은 부분들도 좋은 글귀는 어디서나 통용이 될 수 있는 명문장임을 느끼게 한다.
딱딱한 과학적인 분야의 명사들의 글은 문학이 주는 느낌과는 다른 현실적이되 지금까지도 통용이 되어오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글들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제대로 읽어보지 못할 기회를 이번 기회에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뭐니 해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다섯 번째 노트 부분인 문학이 많이 포함된 부분이었다.
유명 작가 작품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발췌해 놓았기 때문에 그 책을 들쳐보고 싶단 생각도 다시 들게 하고 시대를 넘어선 주옥같은 명문장들을 읽고 쓰노라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넘어섬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 보내게 된다.
예전에는 편지지에 편지를 직접 쓰는 노고도 마다않고 편지지에 정성스런 글씨로 내용을 적은 후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시절도 있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멜을 주로 사용하게 되고 컴을 이용하다 보니 사실, 내 손으로 직접 어떤 것을 써보는 것이 어떤 것이 있어나? 하는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 책을 통해서 만년필도 꺼내서 써보고, 유성펜, 컬러 펜을 동원해서 두세 번씩 써보기도 하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책인 만큼 두고두고 읽어봐도 좋고 이미 필사를 끝낸 상태라면 다른 공책에다 옮겨다 적어보다도 좋을 문장들이 가득하기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을 것을 읽을 수 있는 요점정리를 잘 해 놓은 책 같은 생각도 들게 한다.
필사를 통해 저절로 그 문장에 대한 기억이 읽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옛날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놓고 책 읽을때 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적어놓고 외우기도 했었지요.
지금은 그저 읽어보고 말지만…
어떻게 보면 예전의 습관들이 더 낭만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해봅니다.
오랜 만에 끼적여보니 그것도 재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