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무데나 그란데스 저/조구호 역
자음과모음 | 2016년 03월
성(性)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아니면 작가가 생각하고 있던 어떤 표현에 의해서 그 수위를 어떻게 문학적인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던진다.
동양적인 관점과 서양의 관점, 같은 시대를 공통의 분모로 본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동양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에는 아주 자유롭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 작가 알무데나 그란데스의 ‘룰루의 사랑’ 이란 작품은 그야말로 대담한 작품이란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15살의 룰루라는 여학생에서 어느덧 30을 살짝 넘어가는 나이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성장하는 부분에서 큰 비중을 다루는 성(性)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법은 로맨스 소설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부담스럽단 감정이 앞서게 되며 도대체 이 작품을 쓴 여성작가는 룰루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무엇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9남매 중에서 7번째로 태어난 룰라-
많은 가족들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밑으로 쌍둥이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되고 그런 그녀가 의지한 사람은 오빠 마르셀로다.
마르셀로의 절친이자 대학교수인 파블로는 12살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녀인 룰라의 가슴속에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게 하는데, 어느 날 싱어송 라이터 공연에 같이 가게 되면서 룰라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성(性) 유혹을 받게 한다.
이후 파블로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다시 만나기까지 5년의 세월이 흐르지만 이미 성인이 된 그녀는 파블로 앞에서 그를 유혹한다.
주위의 예상을 깨고 부부로 맺어진 두 사람, 이후 파블로가 주도하는 성(性)의 향연에 물들게 되는 룰라는 파블로가 결코 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선 사실, 그 현장에 자신도 같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파블로를 용서할 수 없는 상태로 둘은 딸 아네스를 사이에 두고 별거에 들어가게 되는데….
한 소녀의 성장을 성(性)을 통해 보는 듯도 하지만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성(性)이란 것에 유혹되고 성에 중독되어가는 진행의 속도, 일반인들은 생각조차 하기 쉽지 않은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 행태를 겪는 룰라와 그녀가 이런 일에 이를 정도로 동조하는 남편 파블로의 행각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부부간의 유별난 사랑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굳이 붙인다면 말이다.) 솔직히 읽는 내내 감당하기 쉽지 않은 동성애, 근친상간 , 여장남자와의 관계, 그리고 남편과 헤어지면서 겪는 룰라의 텅 빈 마음을 지탱해주기 위해 저지른 게이들의 사랑에 같이 동참하고 그 늪에 빠져나오지 못한 채 심지어는 자신의 육체를 빌미 삼아 돈의 노예로 전락당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거침없이 자신을 몰아가는 룰라라는 여인의 사랑에 지치고 배신당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파블로를 잊지 못하는 그녀의 지독한 사랑, 끝내는 여전히 사랑하는 파블로가 자신을 구제하는 과정을 겪는 것을 통해 룰라가 또 다른 시작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문득 이 책을 접하면서 ‘여름을 삼킨 소녀’와는 또 다른 느낌, 또한 ‘그레이의 50가지….’시리즈가 생각났던 것은 비슷한 취향의 설정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왜 굳이 룰라가 이렇게 성(性)에 집착을 하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지에 대한 과정들이 이해를 할 순 없었다.
다만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스스로 그 과정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고 감내하면서까지 책임을 진 한 여성의 사랑의 과정이라면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을까?
19금 소설, 본격적인 성애소설이란 말이 빈 말이 아니란 사실을 느낄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날것 표현을 그대로 쓴 저자의 필치도 놀랍고, 이것을 읽어나가면서 느끼는 독자들의 감정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남성의 시각으로 쓰여진 성(性)에 대해 노골적인 표현의 문학이 아닌 여성 작가가 여성을 모델로 쓴 솔직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란 생각과 함께 인간의 속 마음에 지닌 성(性)에 대해 느끼는 호기심, 욕망의 분출, 인간들이 갖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들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기에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문학의 색다른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