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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함 속에 깃든 음식에 대한 향수

밥도둑

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아침마다 가족들 모두 저마다의 출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상차림은 쉽게 끝나지가 않는 것이 요즘의 가정집 풍경일 것이다.

 

밥 먹고 출근하는 남편은 간이 큰 남편이란 우스개 소리도 있던 때가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실상은 바쁜 일 때문에 지친 피로를 좀 더 풀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아침을 거른 경우도 있을 것이고 서로의 맞벌이 때문에 챙겨주기 힘든 시간 타임도 있을 것이고, 중. 고등학생만 있는 집만 보더라도 서로 다른 등교 시간 때문에 엄마들의 상차림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음식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다양한 사연과 함께 우리를 이끈다.

시간이 흘러가면 과거의 향수는 더욱 간절해짐을 느끼게 되는데 어렸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저녁때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아파트 생활이 대부분인 가정집이 많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시골에 가면 같은 방이라도  아랫목, 윗목 하면서 불린, 유난히도 따뜻한 방 부분이 있었다.

그 아랫목에 할머니는 항상 할아버지가 퇴근해 오실 즈음이면 지금은 가끔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주발이란 그릇에 할아버지 몫의 따끈한 밥을 따로 덜어 이불을 덮어놓고 할아버지가 오시면 드리던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시골에 놀러 가게 되면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항상 저녁을 먹곤 했었다.

가족들이 모이면 그날 하루 동안에 있었던 각자의 이야기들을 듣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던 시간이 즐거운 기억으로 떠오른다.

 

상에는 어떨 때는 생선이 올라와 있고, 어떨 때는 돼지불고기 고추장 양념된 것이 올라온 적이 있었는가 하면 손자 손녀 내려왔다고 찐 옥수수는 기본이고 장떡이나 부추 전 부침개, 감자전, 때마다 그 철에 어울리는 채소 위주의 음식이 올라와서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인스턴트에 익숙해진 요즘과는 달리 옛 어른들이 즐겨 드시던 반찬을 즐겨 먹었다고 그 영향은 지금도 여전하다.

 

또한 드라마 응팔에서도 나왔지만 결코 동네의 엄마들이 서로 가족처럼 어울리며 음식을 나눠먹던 장면들이 그저 설정에만 그친 것이 아닌 실 생활에서도 실제 벌어진 일인 만큼 정말 가깝게 느껴지던 장면으로 기억이 된다.

 

특히 김장철이 되면 이웃들이 서로 도와가며 형님, 자네~ 하면서 품앗이하듯 서로 김장을 담가주고 김장을 마치고 나면 김장 나머지 부분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겉절이 비슷하게 나눠주던 기억,  김장에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돼지고기 보쌈과 따뜻한 흰 밥, 배추 된장국,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아줌마들의 왁자지껄한 수다가 같이 곁들여진 그 시절이 떠오른다.

 

오래간만에 오랜 옛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전해준 책, 바로 황석영 작가의 에세이 집인 이 책은 황석영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디자인하우스, 2001)의 개정판이다.

 

책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책 뒤 말미에 이미 세상을 하직한 옛 동료를 생각하며 추려낸 글을 다시 집어넣어서 새롭게 나온 책이다.

 

총 5 부분으로 이루어진 글의 구성은 작가의 인생 전체를 관조하게 되는 인생 여정과도 맞닿아 있다.

 

1. 유배지의 한 끼니

2. 흘러간 사랑
3. 잃어버린 그 맛
4. 나그네 살이
5. 밥도둑, 토박이 음식

 

작가로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외로 나가 있던 시절에 겪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 어린 시절 6.25 동란을 피해 영등포에서 살던 시절 처음 느꼈던 누룽지를 건네던 소녀에 대한 향수와 첫사랑에 대한 느낌을 시작으로 각 장마다 그에 어울리는 작가만이 간직한 음식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겪은 당시의 상황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글로 탄생이 됐다.

 

이국에서의 음식에는 이미 들어 낯익은 음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음식의 경유가 지역적인 환경과 그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어떤 음식으로 탄생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쓰여 있는 만큼 음식이란 혼자 먹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어울려서 먹을 때에야 제대로 맛과 분위기가 함께 조성이 되어 제대로 먹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누구나 자라 오면서 맛나게 먹던 음식들 한두 가지는 기억 속에 갖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사건과 겹쳐서, 아니면 어떤 계기로 영화를 보는데 동질감을 느껴서, 아니면 동창회 모임이라든가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먹던 음식들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각 고장에서 보이는 음식들의 소개를 읽노라면 미처 몰랐던 각 고장 특유의 음식 맛에 대해 눈으로 호강을 하다 못해 군침까지 흘리게 되고 여기에 덧붙여 당장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뭉클하게 한 글은 작가의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드시고 싶다 했던, ‘노티’란 음식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음식인데 북쪽 음식이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겠고 작가가 북에 있는 다른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된 음식의 추억이 잊히질 않는다.

 

나서 자란 고향만큼 사무치게 그리움을 동반한 음식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가까운 동료와 서로 어울려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던 술자리에 얽힌 각 고장의 음식들이 이젠 하나 둘 이별하면서 결코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작가의 동년배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대목에선 눈물이 또르르….

 

“아욱 된장국이 올라올 때면 어쩐지 수저가 무겁다. 좀 잘해줄걸”하는 이젠 세상을 같이하지 못하는 옛 지기를 향한 그리움의 언어에서 “순수한 처음의 식사를 회복하는 일은 자기 시대를 정화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 출발점이다.”

 

배고픔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먹을 것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넘어 누군가와 같이 뜻이 맞는 사람과 같이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말에 동감하게 된다.

 

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누가 해주었고, 그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 음식을 나와 같은 어울리는 타인, 그 누군가와 같이 먹고 즐긴 그 음식에 대한 향수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추억거리에 속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에도 그렇게나 많이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나 싶기도 하고 살기가 워낙에 팍팍하다 보니 저렴한 음식 소재를 통해서 제대로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닌가도 싶다.

 

한국의 장아찌 요리에 대한 많은 종류와 각 지방에서 난 음식을 이용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화되어 가는 모습들이 당장 따뜻한 밥만 있다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일 만큼 오랜만에 음식에 관한 아련함 속에 깃든 향수를 느껴 본 책이다.

 

아련함 속에 깃든 음식에 대한 향수”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황석영씨의 작품이군요.

    음식이란 그렇더라구요. 언제나 생각나는건 고급요리 보다는 어릴적
    먹고 자란것, 어머니 손맛…. 그런게 늘 그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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