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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리버스

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

‘고백’이란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던 작가의 작품이 첫 손에 꼽을 정도로 큰 충격과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터라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이번에 초심의 마음으로 썼다던 책, ‘리버스’를 읽었다.

 

제목 자체가 리버스라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라디오 기능 중에 오토리버스가 생각이 났었다.

만약 리버스란 말이 이 책의 내용과도 통한다면, 과연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 책의 내용들을 썼을까?

 

우리는 살면서 부모와 가장 가깝게 접하고 그다음이 자라나면서 또래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의 관계를 통해 성장을 해 나간다.

그런 만큼 친구를 통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그 행동을 따라 해 가면서 자신만의 성장구도를 키워나가는 데에 있어서 친구란 존재는 중요한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니시다 사무기 주식회사의 영업사원인 후카세는 그야말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기 같은 존재다.

있는 듯 마는 듯한 실체, 고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해 도시로 탈출해 살아가는 사람,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재주가 있다.

바로 커피에 대해선 회사 내에서도 인정을 받을 정도의 맛난 커피 맛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후카세 자신에게 일말의 위안을 준다고도 할까?

덕분에 커피 원두를 고르는 곳 ‘클로버 커피’에서 만난 미호코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호코가 내민 한 장의 종이로 인해 그의 기억 속의 한편에 묻어 두었던 아픈 진실을 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라고 쓰인 종이로 인해 후카세는 대학 시절로 돌아가면서 아픈 상처를 더듬어 가게 되는데, 삼 년 전 대학 졸업반이던 때, 후카세와 네 명의 세미나 수업 동기들은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창 취업이란 전선에 너도나도 응시를 하던 때였고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서 떨어지고 실망하던 차, 자신에게 들어온 여행이란 제의를 마지못해 응하게 되면서 합류를 하게 된 것-

 

부유한 친구 숙부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후카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술을 못 마시는 히로사와까지 가세하면서 맥주를 마시게 되고 기후의 변화무쌍함은 히로사와의 운전 미숙함이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는 사건을 겪는다.

 

히로사와의 죽음을 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맥주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한 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그 후 이 사건은 추모제를 위해 그의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만나는 정도의 예를 갖추면서 살아간다.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면 이런 장난의 편지는 누가 썼나? 하고 흘려버릴 문장이 남은 자들의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전달되고 이로써 그들은 모두 죽은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후카세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자신의 약한 점을 보완해 주었고 진심으로 자신만의 친구라고 믿었던 히로사와가에 대해 알아가는 후카세가 느꼈던 점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관계,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이 어떻게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고 그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짝 이다시피 했던 히로사와가의 주변 관계도를 통해서 그 친구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잘못된 생각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여성의 시선이 아닌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점에서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 않고 갈 수 있었던 문제가 한 장의 편지 배달로 인해 다시금 히로사와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게 되는 관점들은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히로사와라면 과연 진실을 밝혔을까?를 생각하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리버스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 같다.

 

 

히로사와 요시키라면 어쩌길 바랄까? 설령 죽은 게 후카세고, 히로사와가 지금 후카세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p288-

 

 

 

전작인 ‘고백’의 탓이 컸을까?  기대했던 큰 긴장감은 없지만 그 가운데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우정과 인간관계란 틀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작가의 예리한 감각은 여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큰 긴장감이나 섬뜩함이 없어도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 주제가 선사하는 ‘리버스’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