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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재작년, 우연히도 읽게 된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한 사람의 보통의 일생을 다룬 책이지만 정말로 가슴에 와 닿은 감동, 먹먹한 가슴 울림 속에 너도나도 인생을 관통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가 작품 세계는 그만의 필치를 통해서 다른 문학과는 다른 선호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에 새겨놓았다.

 

이번에 신간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매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보통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살을 덧붙이고 가상의 인물들이 약간씩 섞여서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치적인 정적들, 초대 황제로서 자리에 등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을 소재로 삼는다면 얼마든지 이야기의 창작성은 무한대일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흔치 않게 서간문과 구어체로만 쓰인 작품이다.

 

아우1

 

저자 자신이 발표 당시 가장 큰 영광을 얻었던 생전의 작품이기도 하지만(그는 생전에 총 3권의 작품만을 남기고 떠났다.) 무엇보다 무척 차분한 분위기 속에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표현해내는 글의 내용을 통해 아우구스투스 라 불린 자, 초대 황제인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의 생애에 관한 전반적인 인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크게 3부로  그려진 책의 내용인 첫 1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자신의 조카이자 아우구스투스의 어머니인 아티아에게 쓰는 편지에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용을 시작으로 카이사르가 암살당했단 소식을 접한 옥타비아누스의 모습을 그의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나 수많은 인물들이 서로 바라 본 사실들을 엮은 서간체 형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득문득 옥타비아누스의 행동이나 말들이 언뜻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옥타비아누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카이사를 죽인 암살범들을 처리하는 과정과 악티움 해전에서의 안토니우스와의 싸움, 그리고 원로원에서 인정하는 지위를 승낙하고 누리기까지의 일들이 두서없이 한 사람의 시선을 쫓아서 내용을 훏는 것과 동시에 곧이어 다른 사람들이 바라 본 당시의 정세와 옥타비아누스의 행동들이 보인다.

 

2부에서는 옥타비아누스의 딸인 율리아의 일기 형식을 통해서 그녀와 그녀 자신의 결혼생활, 그리고 아버지인 아우구스투스로부터 간통이란 죄목으로 로마에서 추방당하기까지의 일들이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는 식으로 엮여 있다.

자신을 작은 로마 라 부르며 비록 엄마와는 이혼을 하고 리비아란 여인과 재혼을 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여인으로서의 의무감, 책임감을 결코 거부할 수 없었던 율리아의 망나니 같던 생활들이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한 인간으로서의 정치와 권력에 갇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서의 누릴 온갖 탐욕에 깃들었던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는, 그러면서 끝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한다는 통고를 받는 당시의 심정들이 보인다.

 

3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동안 1. 2부에서 등장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와 함께 76세란 노구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겪었던 인생을 관통하는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는 형식의 편지 형식이 보인다.

 

초대 황제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내세운 법에 따라 딸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방을 해야 했던, 한 사람의 아픈 심정을 드러낸 글들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한 권력자의 모습 속에 간직된 외로움과 로마란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행해왔던 모든 일들의 정책이 자신의 뜻대로 후계자 계획에 차질을 빚는 일들까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라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과 동시에 단 하나의 혈육인 딸의 배신과 그릇된 행동이라도 아버지의 입장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살릴 수밖에 없었던 회한의 사적인 가장으로서의 고민들이 쓸쓸한 모습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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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결국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히 겪는  친구와의 이별, 배신과 피가 낭자한 정치계의 세계 속에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차후 로마 제국에 대한 걱정을 쉼 없이 했었던 그의  인생을 엿볼 수가 있었으며,  그도 역시 우리네와 별다른 바 없었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같은 고민과 행복, 불행, 그리고 노구를 이끌고 머지않아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를 통해 많은 감동을 안겨 준다.

 

저자가 그리는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투영은 어떤 거대한 산으로도 비쳐 그릴 수도 있었겠으나 이것을 배제한 채 그린,  아우구스투스란 명칭도 떼어놓고 본다면 결국 그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이란 동질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사족을 붙이자면 이 작가의 작품인 ‘스토너’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다른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한 인생을 관통하는 보통 사람의 생애를 표현한 작품의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는 작품이기에 추천한다.

 

죽이는 요리책

죽이는 요리책

죽이는 요리책 – MWA 선정 세계 최고 미스터리 작가들의
케이트 화이트 엮음, 김연우 옮김 / 라의눈 / 2016년 9월

제목부터가 정말 속된 말로 죽인다.!!!!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요리는 요리인데 무엇이 들어가는 음식이길래 과격한 단어인 죽이는~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일까?

한 수를 월등히 뛰어넘은 정말 요란한 죽이는 요리책-

하긴 요즘 방송에는 너도나도 요리에 관한 한 다양한 연령층에 어울릴만한 소재의 발굴과 더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가게 만드는 영상미가 압권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로 생각한다면 오, 마이 갓! , 헐, 어머나! 를 연발하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그것도 추리, 스릴 소설에나 나오는 내용들 속에 들어 있는 음식에 관한 레시피와 함께 사진이 들어 있고 더군다나 작가가 직접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어떤 설정 하에 이런 음식을 만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상황을 곁들인 요리 설명, 자신이 직접 가족을 위해, 또는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한 레시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오리차트1

정식으로 차려진 코스를 연상케 하는 책의 구성은 참여한 작가의 쟁쟁한 이름과 함께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같은 뜻을 품고 있더라도 ‘참여한 유력 용의자들’ 이란 말을 붙인다면 훨씬 독자들의 입장에선 당시 읽었던 책을 연상시키는 이중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센스를 가미한 책이기에 차례를 훑어보는 것부터, 일단은  스릴이고 추리고, 저 멀리 내 주위에 놓고 실질적으론 눈이 저절로 책으로 빠져들게 한다.

 

브랙퍼스트, 애피타이저, 수프와 샐러드, 앙트레, 사이드 디쉬, 드링크로 순서를 잡되 그 안에서는 이 방면에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라면 반가워할 사람들의 명단이 쭈욱 자리를 잡고 어서 오라고 연신 손짓을 한다.

 

전체요리

(할렌 코벤이 제안하는 마이런의 게살 딥)

어때요? 내가 쓴 소설 속에 이런 음식은 이렇게 만들고 사실, 난  이러한 배경 속에 등장인물이 이런 심정으로 만들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음식의 표현을 했답니다.~ 뭐 이런 식의 호객행위라면 당연히 독자들로서는 발길이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추리와 스릴이 주는 묘미는 심리전, 육체적인 부딪침 속에 여러 가지 상황에 맞게 독자들을 흥분시키는 묘미, 특히 죽음에 이르는 원인이 음식과 연결이 되어 독성으로 같이 발전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짧은 유익한 제공의 단서들에 대한 안내는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들로서는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장르로써 자리를 잡은  점에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미스터리작가협회 MWA가 음식과 살인의 연계성을 고려해서 책을 발간했다는 점이 부러움을 산다.

 

음식이 주된 인간의 에너지원이고 보면 스릴이나 추리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고조된 갈등이나 긴장, 그 안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매개체로서 음식의 역할은 작은 소품 일지 모르나 배경의 커다란 그림 안에서는 그 역할이 작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는 것이 좋을까? 아니, 이 기회에 한번 천천히 따라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주요 음식 소재와 요리 법을 읽고 있노라면 배경이 되는 타국의 음식의 근원, 더 나아가 근원에다 플러스가 가미된 현지의 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또 다른 음식의 향연을 눈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샐러드

어깨를 움츠리고 손과 발에 땀이 뒤섞인 긴박한 느낌 속에 아침식사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하드보일드식, 아니면 그냥 전 날에 폭음을 했기에 아침을 거르고 산뜻하게 샐러드와 간단한 커피만으로 해결을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파스타, 손 조차도 까딱하기 싫다면 리 차일드가 권하는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한 잔의 여유만으로 하루를 즐길까?

 

메인파스타

토마토소스사이드

 

디저트

커피

 

어쩜 이 모든 정식 코스를 제대로 한 번 마음을 크게 먹고 제대로 먹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스릴, 추리 모두 좋아하는 독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떤 코스로 정하셨는지요?

 

죽이는 요리책이란 제목이 갖는 이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여름은오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초등학교 시절 방학 과제물로 모형 만들어 오기란 제목 하에 공작 숙제가 있었다.

그럴 때면 항상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 오빠가 집에 들렀다.

지금도 유행하는 광고 음료 상자를 약국에서 갖고 오면 먼저 연필을 잘깍고  하얀 종이에 대충 쓱싹쓱싹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여기저기 고갯짓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그러면 어느샌가 하얀 종이는 그냥 하얀 백지가 아닌 하나의 건물이 우뚝 선 모습으로 변형이 된 종이로 되어 있었다.

그 옆에서 엎드려 오빠가  무엇을 그리는 것일까? 연신 오빠 쳐다보고 종이 쳐다보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음료 상자는 2층 양옥집으로 변신을 한다.

위에 옥상이 있고 그 옥상에는 나무와 작은 채소밭이, 아래에는 층마다 빗물받이와 함께 창이 닫혀 있는 곳도 있으며 열려 있는 곳도 있고 마당에는 개와 개집, 그리고 쉴 수 있는 작은 마루 형태의 사각형 의자와 커다란 나무가 서 있었다.

한 순간에 변해버린 변신의 상자는 내겐 커다란 충격과 놀람이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공작 모형은 오빠의 손에 해결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을까?

결국 오빠는 건축학과에 들어갔고 졸업할 즈음엔 학교에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학교 건물에 이름을 올리게 됐고 그런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카 아이도 지금 건축을 전공하고 있다.

 

당시의 연필이 스쳐 지나가면서 완성되어가는 설계도를 보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건축에 관한 노벨상을 누가 탔다더라, 아니면 여행 중에 보는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처럼 눈과 귀로 보는 실제의 건축물은 기본이지만 책을 통해서 고스란히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작가의 대단한 필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앉아서 바로 그 지역의 건물을 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낀다면, 저자로서의 기쁨은 무척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건축에 관한 책을 접했다.

그냥 전문적인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닌 자연과 그 계절에 걸맞은 향기와 풀벌레 소리, 새소리, 창을 열면 환한 태양이 안으로 서서히 스며들면서 전체적인 채광을 밝게 해준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독자가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책-

 

 

사실 이야기는 짐작해보건대 50이 약간 넘은 ‘나’가 23세에 처음 발을 들였던 건축 사무소 사장님이었던 노 건축가의 여름 별장에서 보낸 한 달 여남은 기간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시 30여 년이 지난 후에 이 별장을 찾아서 여러 감상에 젖는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젊은 신입사원을 뽑지 않기로 유명한 건축 설계 사무소에 자신이 그린 설계와 신입사원으로서의 채용을 바란다는 내용을 보낸 이후 정말 놀랍게도 채용이 된 나의 이름은 사카니시 도오루다.

 

평소 존경하던 무라이 슌스케의 설계 사무소에 직원이 된 후 매년 여름 동안 사무실을 도쿄에서 여름은  가루이자와로 옮겨 설계에만 전념하는 이색적인 회사로 그려진다.

 

여름 별장에서 온 직원이 합숙을 하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일들은 무라이 슌스케의 새벽 산보로 시작해서 도시보다 맑은 공기와 그 탓에 일찍 찾아오는 어둠과 가슴이 탁 트일 정도의 공기 냄새, 장을 봐오고 음식을 만들면서 설계에 관한 토의를 하는 일반적인 일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사람 냄새 외에 건축가로서 건축을 바라보는 자세와 신념, 긍지,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그려져 있기에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도 하나의 걸작품이 만들어지는 데에 걸리는 노고와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부분들을 경탄하면서 읽을 수가 있다.

 

한여름건축

한여름건축1

 

여기에는 물론 로맨스도 들어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란 인물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과정 중에 있는 있다는 점과 실제 문무 장관의 부탁으로 국립현대 도서관 설계 공모전에 응하기 위해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모형 제작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가는 절차들이 그려져 있기에 이 책에서 보이는 건축과 그 건축물 안에서 실제 사용하는 인간과의 관계를 들여다보노라면 작은 소품처럼 다뤄지는 문고리 하나라도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으로 맞추려는 노 건축가의 의지를 엿보는 점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과 숲의 묘지는 그런 점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도서관 이용자들의 실용성과 호감을 이끌만한 군데군데 요소적인 부분들이 건축물이란 이름 하에 어떻게 건축이 되는지에 대한 새롭게 ‘앎’이란 이런 재미구나 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일본인다운 노년의 건축 설계사무소를 마무리 짓는 과정도 그렇지만 다시 돌아와 느끼는 중년의 ‘나’가 다시 느끼는 여름 별장의 의미, 독자들은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벌써 그 여름 별장으로 달려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들게 하는 책이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거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독자, 굳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서 건축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여름의 풀벌레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내가 너에게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평범하게 보이는 한 가정에 일어난 커다란 파문을 , 그 파문의 여파 속에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던 비밀들이 해제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홍콩에서 이주한 아버지 때문에 미국에 정착하고 살고 있는 이민자의 후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 책에서 보이는 설정들의 주인공들은 혼혈아,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다.

1950년대의 미국은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인종 차별적인 정치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는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더 심했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그랬던 만큼 동양인 아버지 제임스와 백인 어머니 메를린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이들은 아들 네스와 막내 한나만 빼고 둘째인 리디아만 백인적인 특성을 지닌 아이로 태어난다.

학교에서 잘못한 것도 없지만 왠지 모를 왕따 비슷한 것을 겪었던 아이들, 그런 둘 사이에서의 남매애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리디아의 눈에 비친 엄마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는 엄청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이런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인 오빠 네스마저 아빠 자신이 시대적인 인종차별에 맞서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행동들을 기대하는 중압감을 견디면서 살아왔기에 오로지 대학 입학으로의 탈출만이 희망적이었던 가족의 분위기-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여 의사란 직업에 대한 희망을 안고 하버드에 입학했지만 제임스와의 사랑에 빠지고 네스를 임신하는 바람에 주부로서 안착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리디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데, 한 번 집을 나갔던 엄마의 부재는 리디아에게 커다란 충격이었고 그런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힘겨웠던 리디아의 삶을 반영한다.

 

이들 가족에게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리디아의 죽음이라는 문제의 시점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리디아가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이 되고 본격적으로 그 이후의 남겨진 가족들의 사이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보여준다.

 

리디아의 죽음의 원인이 처음엔 잭이란 불량 청년에게 용의자로 지목이 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이 되지만 이것을 하나의 과정의 일부분이면서도 가족 전체에게는 리디아의 죽음이란 해결을 풀기 위한 가족 전체에 짊어진  과제였다.

 

이 책은 인종차별이란 설정하에 뛰어난 실력임에도 교수직을 맡지 못하고 보스턴을 떠나 오하이로로 이사 갈 수밖에 없었던 제임스란 인물을 통해 이민자로서 주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썼던 사람들의 모습을, 엄마 메를린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적인 사회적인 인식에 도전에 성공하지 못했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가족이란 이유로 무엇하나 제대로 터놓고 대화를 하지 못했던 소통 부재에서 온 아픈 과정들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바라기 위해 자녀들에게 무한의 기대치를 걸게 된다.

자녀들의 인생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삶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쉽사리 그들의 인생에 손을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들이 마치 우리나라의 부모들의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자녀들의 아픔을 부모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갇혀서 제대로 아이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며,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려는 노력이 없었단 사실이 서글픔을 전달해준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리디아의 죽음의 범인은 누구일까? 어떤 식으로 밝혀질까를 염두에 두고 읽어나갔지만 결국 이 책은 리디아의 죽음을 둘러싼 한 가족의 분열과 해체, 그리고  다시 복원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기에 여타 다른 책들과는 다른 아픔과 안타까움을 전해준 책이기도 했다.

 

책 제목인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정말 내용에 부합되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가족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해주겠지, 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주겠지, 내가 이런 말을 해도 가족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겠지….

 

이 모든 것을 너무나도 간과하고 지나쳐버렸던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가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말하기 싫어서 말을 안 했던 것이 아닌 말할 수가 없어서였단 사실이 책을 덮고서도 떠나지 않게 하는 아픈 감정을 지니게 하는 책, 뭣보다 책을 통해 내 가족과의 관계를 더듬어서 생각해 보게 책인 만큼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헤밍웨이 죽이기

헤밍

 

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대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무척 큰 재미와 흥미, 그리고 저자가 쓴 내용들을 통해서 다양한 배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주로 장편들을 읽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 장르 속성상 인물들의 독특한 개성과 부연의 행동들을 통해서 더욱 그 진가를 느낄 수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러한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한 권에 담아서 읽기란 그 기회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한 작가들의 글들만을 추려서 나온 책을 접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란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작가, 특히 그들의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더욱 반가울듯 싶은 엘러리 퀸이 직접 고른 12명의 작가의 작품집, 앤솔러지를 읽는 즐거움을 그야말로 다른 책들을 접하는 것 이상으로 기쁨을 준다.

자신들의 전공답게 12명의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자들이 남긴 범죄. 탐정. 미스터리. 서스펜스 소설들을 추려서 내놓았기에 더욱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분 좋을 듯할 것이다.

 

첫 장에서부터 다뤄지는 정글북의 저자인 리디어드 키플링의 ‘인도 마을의 황혼’은 당시의 시대상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모든 글들이 저자가 쓴 당시의 시대상을 드러내 놓고는 있지만 특히 이 작품은 영국이란 제국이 식민주의로 삼은 인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즉, 영국인이 보는 시각에서 다룬 살인사건의 원인이  문화적인 차이에서 왔다는  허무함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연극 작가인 아서 밀러가 쓴 ‘도둑이 필요해’는 마치 시트콤 같기도 하고 한편의 짧은 콩트 속에 허를 찌르는 인간들의 욕심을 도둑맞은 돈을 통해서 돈을 찾기도, 포기하기도 어려운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T. S. 스트리블링의 ‘한낮의 대소동’ 은 다른 작품에 비해서 분량이 짧긴 하지만 범죄심리학 교수인 포지올 리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책의 표지 제목인 맥킨레이 캔터의 ‘헤밍웨이 죽이기’는 처음엔 정말 작가 헤밍웨이를 다시 드러내어 또 다른 시선으로 그려 본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여기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 헤밍웨이란 범죄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경찰들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정확하게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과 대치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된 채 신참 형사 닉 글레넌과의 한판을 벌이는 장면은 조금만 이야기의 살을 덧대어 붙인다면 한 편의 멋진 영화로도 탄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여성 배심원단’은 남편을 살해했다는 용의자로 지목된 라이트 부인의 집에 현장조사를 하러 떠나는 남편들을 따라나선 부인들이 남자들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정황상의 증거들을 통해 살인사건 단서들을 찾아내지만 당시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상황의 처지를 보여줌으로써 같은 여성으로 느끼는 살해 용의자에 대한 수습을 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버트런드 러셀의 작품인 ‘미스 X의 시련’은 우연찮게 들은 결사단의 비밀 때문에 휴가에서 돌아온 후 변해 버린 여비서의 태도를 보고 사건의 실체를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헤밍웨이 죽이기와 함께 또 다른 영화로도 만난다면 좋을 작품인 윌리엄 포크너의 ‘설탕 한 스푼’, 싱클레어 루이스의 ”버드나무 길’, 마크 코넬리의 ‘사인 심문’, 스티브 빈센트 베네의 ‘아마추어 범죄 애호가’…..

 

모두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드러낸 작품인 만큼 짧지만 강렬한 인상들을 모두 심어준 작품이기에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다양한 스릴의 세계와 반전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자연스러운 흐르는 물에 흘러가듯 삶의 여러 가지 투영된 모습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나 문체, 대화법들이 지금과는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읽는 과정 또한 고전체를 엿보는 듯한 느낌도 주는 책이기에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대한다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악당…가해자와 피해자의 남겨진 사람들

악당

악당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범죄의 양상을 다룬 책을 읽다 보면 예전보다는 확실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책들이 많아짐을 느낀다.

 

굳이 양분을 하자면 남겨진 자들의 생활, 특히 한국소설에서도 다루는 범위의 폭이 넓어졌음을 알게 해 주는 피해자들의 가족들 삶을 다룬 부분을 읽노라면 갑갑하기도 하고 법의 체계 안에서 다루는 일이지만 이 또한 인간이 만든 ‘법’이란 한계성을 지니고 있기에 어떤 확실한 이러한 제안이 좋다는 것을 말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짐을 책을 접하면서 느끼곤 했다.

 

이 책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악당’의 이미지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연작 단편집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총 일곱 개의 사건들이 연결이 되는, 그러면서도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책은 술술 읽힌다.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이발사로서의 생활을 생각하고 있던 15살의 사에키 슈이치는  자신의 생일날 누나를 동네 청소년들에게 잔혹하게 폭행과 강간을 당한 후 목숨을 잃는 아픔을 지닌, 현재 30살의 장년이자 사립 탐정 일을 하고 있다.

 

경찰로서 일하다 뜻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 처신으로 퇴직을 한 이후 사설탐정을 하고 있으면서 누나를 죽인 범인들의 그 이후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서 살아가고 있는 처지-

 

어느 날 아들을 살해당한 노부부의 청탁을 의뢰받게 되는데, 범인이 출소 이후 잘못을 뉘우치고 제대로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것-

조사 결과 가해자는 여전히 그럴싸한 유령 회사를 다니면서 살아가고 있고 이 일은 그 후 가해자가 다시 피해를 입게 되면서 하반신 불구로 살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이 일에 뛰어들었으면서도 여전히 자신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오와 복수, 그리고 만일 누나를 죽인 범인들을 찾게 된다면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 지에 대한 막연한 생각조차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에키라는 인물의 동요는 피해자 가족으로서 남겨진 사람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웃음조차도 죽은 망자를 생각하면 그럴 자격조차도 없다는 자신의 파괴적인 비애감과 가족들 간에 멍든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해결이란 것이 고작 법에서 형량을 내리는 판결에만 만족해야 하는 현실, 그렇다면 과연 가해자는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철저하게 뉘우치고 평생토록 잊지 않을 십자가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갈까? 아니면  법의 형량대로 제대로 죄 값을 치렀기에 피해자에 대한 죄의 명목은 상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범죄 피해자가 가장 괴로운 순간은 가해자가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알았을 때다.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를 눈곱만치도 반성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다. 그럴 때는 증오의 불꽃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마음속이 격렬하게 날뛴다.-p 75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떠오른 것은 영화 ‘밀양’이었다.

주인공이 가해자를 용서하기까지의 번민과 고뇌를 통해 비로소 용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범인을 대면했을 때 오히려 범인은 신앙을 갖게 됨으로써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 식의 전개 상황은 당시 영화를 보면서 과연 진정으로 용서를 해주는 자와 받으려는 자 간의 관계 성립은 어떠한 기본이 있어야 서로가 서로에게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할 수  없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도 영화 ‘밀양’과는 배경이 다르지만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겪게 되는 고통을 수반한 전반적인 아픔들이 살아가는 동안 결코 없어지지 않는 현실이란 기반 아래,  전반적인 의뢰인들도  피해자들의 가족이지만 가해자 가족으로서 겪은 고통 또한 그려진 부분이 있기에 그들 나름대로 가산탕진을 기본으로 세상에서 던진 멸시와 눈초리를 고스란히 받고 쥐 죽은 듯이 살아가야 하는 비참한 생활상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기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들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은 실정을 보여준다.

 

 

누나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본 그 순간 이후 사에키의 인생은 그 당시로 막을 내렸다는 사실로 진실된 사랑조차도 할 수 없는 마음의 두꺼운 벽은 누나를 죽인 범인들의 결과를 보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악당으로 변해가려는 그 찰나의 마음의 동요된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악당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아. 그래서 용서라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걸 구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아. 악당은 자신이 빼앗은 만큼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기어코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마는 인간, 그게 바로 악당이라는 거다.-p 243

 

악당이란 의미,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저자는 사에키의 행동과 여러 사건의 경우를  통해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책을 덮으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두고두고 하게 한 책이다.

 

카티야의 여름

카티야

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국내에서 몇 권의 책이 출간이 된 작가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베스트셀러에 드는 작품이다.

제목 자체가 여성의 이름이 들어가면서, 특히 여름이 상징하는 계절에 맞는 이 시기에 출간이 되다 보니 더욱 흥미를 끌 수밖에 없을터~

 

배경은 1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의 여름,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바스크 출신인 의사 장 마르크 몽장의 젊은 청춘의 시절을 그린다.

인턴 생활을 마치고 그로 박사 밑에서 일하던 중 카티야 트레빌이란 여성을 만나게 된 마크는 그녀의 신비로운 모습과 당시로서는 엄두도 못 낼 해박한 해부학과 정신의 세계를 다룬 프로이트를 공부한 적이 있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동생인 폴의 다친 팔을 치료하기 위해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다.

 

때론 순박한 처녀의 모습으로, 때론 몽환적인 시선처리와 눈빛으로, 시시각각 그녀에게 점차 빠져드는 자신에게 그녀의 쌍둥이 동생인 폴은 결코 누나와 가까이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녀와 폴, 아버지가 살던 파리를 떠나 이 외진 곳에 살게 된 경위는 작은 마을에 돌고 도는 소문 속에 그 진위를 알아가게 되지만, 왜, 폴이 그토록 자신의 누이 곁에 가까이 가지 말 것과 아버지의 눈에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마크에겐 오히려 카티야에 대한 사랑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가족의 관계란 무엇일까?

서로가 진실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알고 있으되  진심을 숨기고 살아간다면, 그토록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는 쌍둥이들의 슬픈 사연과 더불어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이야기는 트레빌 가(家)의 비밀과 함께 작가가 그리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특히 카티야란 인물이 그리는  정신세계의 아픔은 독자들로 하여금 흠뻑 빠지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은 카티야가 관심을 두었던 프로이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인간의 정신분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급박한 스릴이 아닌 인간 심리의 스릴에 초점을 두고 그린 책이기에 각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느낌과 대사, 감정들, 시대적인 상황들을 따라가면서 읽는다면 훨씬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반세기가 지나 다시 찾아온 의사 마크의 회고식으로 그려진 이 책의 배경인 바스크 지역의 독특하고 폐쇄된 역사적인 배경과 더불어 그곳에서 벌어진 축제의 현장을 그린 대목은 인상적이다.

 

그녀와 함께하지 못했던 25 살의 청년 마크에겐 그 당시의 여름은 결코 잊지 못할 하나의 인생 이야기란 생각이 드는, 아련하고 쓸쓸한 기억으로 남을 추억이란 생각이 든다.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남포여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저/류재화 역
레드스톤 | 2016년 08월

 

 

사랑이란 두 글자-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연들은 아마도 이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보편적 가치의 말이 아닐까?

 

 

여기 이런 ‘사랑’에 대한 금기를 ,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집이 있다.

책의 겉표지에 드러난 집의 형태 안에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모여 살게 된 여인 천국이다.

 

 

3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지닌 사연들 속의 공통분모엔 ‘사랑’이란 것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오직 수컷이라고 불리는 것은 고양이 한 마리뿐인 이 집에 줄리엣이란 여성이 잠시나마 입주를 하게 된다.

당연히 입주 조건은 남자를 집에 들여놔서는 안된다는 철칙-

 

 

 

 

“새로 오신 분, 카를라가 내부 규칙 알려줬어요?”
“대강은요.”
“여기선 엄격해요!
남편도 안 되고, 애인도 안 되고, 배관공도 안 되고, 전기공도 안 돼요.”
“피자 배달부도.”
“남자는 안 돼!”
“남, 남자는 안 돼요?” 줄리엣은 더듬거렸다.
_본문 중에서
줄리엣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선 입주자들에 대한 각기 다른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왜 굳이 새롭게 다가올 사랑에 대해서 멀리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정말 자신마저도 이런 사람들과 살게 된다면 같은 동조 감을 느끼지 않을까 불안해 떨기도 한다.

 

 

어찌 보면 줄리엣이 정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속속들이 각기 사연들을 들여다보면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배신과 아픔, 상실들이 ‘사랑’이란 것을 통해 느끼게 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또 다른 실패를 겪지 않으려고 이런 방어막을 친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남자의 말은 곧 법이란 가정에서 자란 주세피나, 남편의 바람으로 상처받은 여인, 아르헨티나 남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두었으나 이 또한 젊은 여자와 바람난 현장을 보게 된 후 프랑스로 돌아온 시몬, 댄스를 추었으나 댄스 선생과의 사랑도 자신이 기대했던 진실된 앞날의 보장이 없음을 통감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여인, 아이들을 원했으나 원치 않은 남편이 떠나버리는 바람에 마음의 깊은 곳에 상처를 입은 로잘리, 정신적인 사랑의 결핍을 겪으며 자란 줄리엣, 집주인이자 여왕인 소위, 천명의 남자. 천명의 섬광과 함께 화려하게 살아왔던 발레리나 여왕까지..

 

 

모두가 사랑이 주는 감정에 경험을 해보았지만 아픔을 동반한 상처를 또 다른 사랑이 대처해 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이렇게만은 살아가진 않겠지 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살아가는 그녀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카사 셀레스티나라고 불리는 집을 배경으로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여인들의 삶을 통해 ‘사랑’이 때로는 아픔을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사랑’이 주는 또 다른 행복함이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룰 수 있는 원천지로서의 ‘사랑’의 의미보다는 현실적인 ‘사랑’이 주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기에 여왕의 메시지가 들려주는 말, ‘인생은 하나의 줄이다. 우리는 그 줄 위의 곡예사다.’ 란 구절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우리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해야하고 사랑 받으며, 줄 수 있다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게 한 책이다.

 

 

안녕, 나의 모든 하루

김창환

안녕, 나의 모든 하루 – 김창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
김창완 지음 / 박하 / 2016년 7월

 

 

김창완이란 이름을 알기 전에 먼저 ‘산울림’이란 그룹을 알았다.

어린 시절,  이모 집에 가면 그 시대에 흔하지 않게 있었던 전축이 있었고 그 전축이란 것엔 턴테이블이, 그 위엔 검은 원반같이 생긴 것이 빙글빙글 돌면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던, 그것 옆엔 항상 대학에 다니던 사촌 오빠 세 명이 듣고 있었던 장면이 첫 만남이었다.

 

가창력이 트인 목소리도 아니고 어린아이의 변성기가 아직 발전된 것도 아닌 목소리의 주인공의 노랫소리는 무척 신기했고, 특히 ~아니, 벌서! 하면서 터져 나오는 노랫소리에 고개를 까닥거리던 오빠들의 모습들은 당시의 신선함마저 주었던 기억이 저 멀리 내 기억 속에서 한가락을 끄집어낸다.

 

다재다능하다는 말은 이 김창완 씨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가수, 작사가, 작곡가, 배우, DJ까지….

 

아침에 라디오를 켜면 항상 제시간에 시그널 음악과 함께 나긋나긋하면서도 왠지 졸린 것 같은 목소리 속에 한결같은 포근함을 준 그가 이번에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동안 매일 아침마다 직접 쓴 하루의 단상들을 엮은 에세이라고 하는데, 실제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전문적인 라디오 작가가 써준 글을 읽고 방송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본인 스스로가 직접 써서 멘트로 내뱉는 내용들은 웬만한 글 솜씨가 아니고서는 쉽게 다루기 힘든 부분일 것 같은데, 책을 읽다 보면 세상살이에 대한 눈썰미와 연배에 차오름에 따른 시선들이 확실히 다른 책들과는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자전거 마니아로 알려진 만큼 날씨가 좋으면 방송국 출근길을 자전거로 한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곳곳에 자동차로 즐기는 풍경과는 다른 길 가운데에서 만나는 벌레의 이야기와 풀, 풍경들이 자세하게 그려지면서 그 안에서 오는 ‘하루’란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담, 작은 비 소리에 느껴지는 온갖 여러 가지 생각들을 포함하고 사랑, 인연, 자신의 일부분이 되어주는 생활용품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이 갓 푸른 청춘들이 느끼는 부분들과는 또 다른 인생의 여유로움과 본인 스스로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젊은 청춘 날에 대한 비교를 통해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면을 들여다보는 공감대가 크게 다가온다.

 

인연

 

매사에 쫓기듯 살아가는 초시계의 다툼 속에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가족애 대한 생각과 어린 꼬마들의 순진무구한 점을 세밀하게 바라봄으로써 또다시 무뎌져 가는 내 안의 작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은 어제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요, 내일 또한 오늘이 있기에 일어나는 것-

그 흔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치고 고맙고 소중하단 생각을 일으키는 김창완이란 저자가 그린 하루의 의미-

 

잠깐시간

 

지금 현재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곳곳의 추억거리와 어린 시절에 대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책이기에 바쁘게 살아가면서 한순간이라도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작은 부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연신 느끼게 해 준다.

 

노래 말 가사에도 버금가는 구절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내 안의 나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갖는 책일 수도 있겠고, 서서히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되는 계절에 읽어도 좋을 책이란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는 똑같지만 이것에 대한 소중함을 어떻게 알아가고 느끼면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오늘이란 하루는 각자의 몫에 따라 달라지리란 생각을 심어주는 책,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곁에서 들리는 것 같다.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지정학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세계의 하루하루가 나날이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한 때는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란 명칭답게 세계를 호령했던 강대국 영국의 이미지는 예전의 명성만큼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영연방이란 테두리를 갖고 있고 있는 현실에서 갖는 의미는 상징적으로나마 그 여파가 여전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한 나라가 자신의 나라를 제외하고 식민 국가를 건설하면서 얻게 된 부차적인 이익을 역사에서는 그저 가만 놔두질 않게 된다.

바로 두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은 커다란 역사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다룬 책이요, 현대사에서 일어난 주된 사건과 전쟁들을 지정학이란 토대를 두고 근접해서 다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세기에서 21세기에 일어난 사건들의 주요 면밀한 점들을 역사 속의 한 테두리 안의 분류를 치면서 다룬 책이기에 현대사에서 중요 부분들을 바로 읽을 수 있는 저자의 글이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지정학을 크게 냉전과 데탕트, 양극화 세계의 이후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그 시대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2차 세계 대전 후가 끝난 시대, 냉전이라 불린 시대는 강대국 유럽이 호령했던 그 이미지는 실추하고 먼 곳에 있는 미국이란 존재가 활약하면서 소련이란 나라와 이념서부터 갖가지 대립관계를 통해 역사적인 그 시간대로 몰입하게 한다.

 

독일의 분단,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경제 피폐와 재건에 따른 마셜플랜은 유럽을 다시 일어나게 만들었지만 독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었던 유럽은 독일을 분단이란 체제를 두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게 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두 진영으로 분류된 유럽의 체제를 이루어 나간다.

 

하지만 이런 냉전의 시대도 베를린 장벽 건설과 저비용 고효율’을 가능하게 한 핵무기의 등장으로 인해 서서히 데탕트란 용어를 쓰면서 시대를 맞는다.

긴장완화, 휴식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 시대적인 데탕트는 결코 안정적인 휴식이 아닌 ‘잠시’란 기간의 짧은 긴장감 해소 정도라고나 해야 할까? 이런 시대를 맞지만 유럽 쪽에선 오히려 평화를 유지하게 된 반면 소련은 공산주의라는  자신들이 고수하던 체제를 좀 더 보존하려다 오히려 붕괴되는 결과를 도출한다.

 

이로써 뜻하지 않게 강대국의 자리로 우뚝 선 미국은 적대할 나라가 없었기에 초 일류 강대국이란 호칭도 듣게 된다.

데탕트 이후 다원주의 세계화로 진입하면서 여러 나라들, 특히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르는 많은 나라들은 각기 저마다의 역사적인 특징과 속성, 그 안에서 파생된 여러 분류의 정치 세력들의 다툼이 이어지면서 숨 가쁜 레이스를 아직도 펼치는 중이다.

 

강대국1

특히 일본의 경제적인 부국을 이루는 과정들과 경기불황, 중국의 대두는 곧 미국을 추월한 것이란 전망을 내놓게 되는 역사적인 과정들이 보인다.

 

유럽의 단일화 이후 그리스의 그렉시트는 한숨을 돌렸지만 결국 영국은 탈퇴 결정이 나면서 또 다른 유럽의 변모된 시대로 도래할 것이란 예감을 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관한 주변국들의 이견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저자가 쓴 글을 토대로 한 나라의 주권의식과 책임감, 강대국들이 무엇을 원하면서 타국들에게 어떻게 자산들의 취지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커다란 숲을 보게 되는 책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냉전을 없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터진 걸프전이나 쿠웨이트 침공의 속사정들, 미국의 이라크 전을 대했던 관점과 속사정, 더 나아가 이제는 금융과 무역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얽히고섥킨 이해타산적인 방식의 외교전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나라가 처한 현시점에서 과연 어떤 것을 취해야만 이로울 수 있는지와 유일무이하게 분단국가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대비하는 준비 과정들을 독일을 토대로 삼아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탄탄하고 견고했던 소련이 그처럼 쉽게 무너지리라고 상상했을까만은 실제 연방국들이 서로 다른 독립된 나라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유고슬라비아의 분열된 전쟁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족, 종교가 끼어들게 됨으로써 인류사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 점, 아랍의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갈등들은 결국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국제적인 정서의 논리, 그 안에서 어떤 자세를 관철하고 세계정세를 관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외교 안보적인 문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유고내전

 

저자의 현대사를 다룬 책인 만큼 먼 시점이 아닌 바로 얼마 전까지 일어났던 역사이기에 강대국과 약소국,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탈퇴를 하되 여전히 이념과 자원문제에 얽혀 있는 문제들, 종교, 이 모든 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길 희망하면서 저자가 책 끝 마무리에 한 말은 누구나 그렇게 바라지만 결코 실행하기에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도처에 있음을, 그렇다고 손을 놓고 바라보기엔 지구가 정말 가까운 이웃사촌이 돼버린 까닭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인류를 짓누르는 중대한 위협에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국 단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항하며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고 모두의 의식주가 보장된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곳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