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것 중에 하나가 장난감 인형이나 로봇 인형이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특정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사촌들이 사용하던 대물림 형식의 무작위 장난감을 갖고 놀다 보니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당시의 기분이 전해져 옴을 다시 느낀다.
지금은 여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류를 보면 바비 인형을 비롯해서 화장대, 부엌 세트, 침대 피아노,,, 없는 것 없이 구색이 갖춰져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성인이라 할지라고 신기하고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가지게 되는데,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똑같은 작은 형태의 미니어처를 가지고 있다면 나이를 떠나 들여다보는 순간은 무척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미니어처가 곧 일어날 미래의 어떤 일들을 예시하고 있다면? 무심코 전해받은 그것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질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면 소장의 가치는 둘째치고 무척 섬뜩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배경은 17세기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하면 지형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일찍 무역으로 눈을 돌려 자구적으로 한 때나마 강대국으로 들어선 나라답게 이 시기에 어울리는 등장인물들의 조합들은 당시의 구도와 사회정서에 맞는 배경에 부합된다.
18살의 넬라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배나 많은 요하네스와 결혼하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 요하네스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서게 된다.
들어선 곳은 냉랭한 시선의 요하네스 여동생인 마린, 고아 출신 코넬리아, 노예 출신인 검은 빛깔의 오토 란 인물이 살고 있다.
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차가운 시선과 첫인상에서부터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안 집 여주인으로서의 기강을 보이는 마린을 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남편 요하네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어린 소녀의 꿈, 그것은 동시대의 모든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아오는 삶의 척도인 결혼을 통해서 출산을 하고 안집 주인으로서 남편에게 순종하는 삶을 받아들이라는 친정 엄마의 말과 자신 또한 그러한 결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요하네스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마린의 비밀스러운 행동과 말, 어두운 밤이 되면 소리 없이 듣게 되는 발자국, 말소리, 숨소리,,,,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던 중 남편으로부터 결혼 선물을 받게 되는 넬라는 자신의 키에 반 정도로 올라오는 미니어처를 받는다.
총 9칸으로 나눠져 있는 미니어처의 공간을 채워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넬라, 결국 결혼 기념으로 광고에 나온 문구에 이끌려 미니어처 리스트에게 자신의 물품을 주문한다.
마지팬과 류트 그리고 결혼 기념 컵을 기다린 넬라는 정말 기막히게도 잘 만든 미니어처를 손에 넣게 되고 그 외에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것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전혀 예기치 않는 사건과 비밀에 휩싸인 진실들을 알게 되는데….
(네이버 발췌 : 파트로넬라 오이트만의 미니어처 하우스)
17세기의 네덜란드가 자유무역으로서 성공한 나라이며, 종교적으로도 구, 신교 간의 대립이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의 모습들은 상반된 인물들을 통해 그려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이 꿈꾸던 것을 포기하기 싫었던 마린은 결국 오빠 곁에서 남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여자로, 어린 나이에 신부로서 요하네스와의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었지만 요하네스의 비밀을 알아버린 후에 요하네스 가문의 여주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넬라, 왜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넬라를 선택해 미니어처를 통해 자신의 안목과 관찰과 예지를 통해 그녀의 불행한 삶을 예견한 미니어처 리스트,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여성으로서 또 하나의 자립적인 삶을 이어나가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기에 이 책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시대물 로맨스물의 느낌과 더불어 어떤 미스터리한 비밀들에 감추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것을 파헤치고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복수와 야망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탐욕들을 엿볼 수가 있게 하는 책이다.
시대적인 흐름의 표현과 당시의 건축 구조와 종교와 재판, 사회에서 주를 이루는 인식의 패턴의 영향이 한 인간을 어떻게 몰락해버리게 하는지와, 반전의 비밀들은 미니어처 리스트에게 전해받은 인형들 하나하나, 소품들 하나하나를 통해 제대로 실현이 된다는 사실이 미스터리 스릴과도 어울리게 조합이 그려진 책이다.
실제 책에서 나오는 넬라의 이름은 페트로넬라 오트만이다.
저자가 네덜란드 여행 중 위의 인물이 소장했던 미니어처를 보고 이 인물에 대한 상상력을 덧붙여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상상력의 토대가 실제의 당시 상황과 어울리면서 전달되는 분위기와 스릴, 안타까운 로맨스들의 이야기가 고루 들어 있는 책이다.
세세한 미니어처의 표현대로 실제로 이런 미니어처 한 개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상류층이 많이 소장했다고 하는 만큼 정교한 솜씨의 총체합적인 미술품이란 생각과 더불어 미니어처 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넬라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녀 자신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부분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세세한 미니어처의 표현대로 실제로 이런 미니어처 한 개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상류층이 많이 소장했다고 하는 만큼 정교한 솜씨의 총체합적인 미술품이란 생각과 더불어 미니어처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넬라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녀 자신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부분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나하나 문을 열 때마다 비밀이 밝혀지는 미니어처의 진실-
실제와 허구가 잘 맞물린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랑의 풍속과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함이 결합된 환상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