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스릴과 추리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2014년 작인 이 작품으로 인해 그가 그동안 써왔던 주류의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게 한 작품을 접했다.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된 것만도 만만찮은데, 그의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궁금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영화로 만날 수 있다니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엮어진 이 책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과거에 기타 리스였던 제이미 모턴이다.
1962년 6살이었던 제이미는 마을로 부임해 온 목사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에 걸쳐 인연을 이어나간다.
찰스 제이컵스 라 불리는 젊은 남자, 마을 감리교회의 공석으로 비었던 목사의 자리로 부임하게 된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이 마을의 목사로서 생활을 이어나가고 그가 갖고 있던 취미인 전기에 관한 한 연구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들은 어린 제이미에겐 커다란 흥미를 갖게 된다.
형의 목소리가 사고로 시일이 지나면서 회복되리라 여겼던 가족의 희망과는 반대로 그 시기가 길어지자 목사는 형의 목소리를 예전처럼 나올 수 있게 전기를 이용한 치료를 하게 되고 이는 곧 회복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는 기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불의의 사고로 한꺼번에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잃게 된 그는 그 이후 ‘신’에 대한 믿음에 절망하고 의심하면서 끝내는 설교에서 가차 없는 신의 모독을 의미하는 말을 하게 되고 그 이후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 장소에서 목격한 목사의 설교, 결국 어린 제이미 조차도 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는 가운데 성장하면서 우연하게 잡은 기타로 인해 그의 인생은 여러 그룹의 기타 리스트로 전전하는 생활을 하는 청춘이 이어진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다리의 고통은 모르핀에서 점차 헤로인으로 번져가고 약물중독 증세까지 겹쳐지자 그룹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다.
하지만 기적적인 찰스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의 치료로 인해 회복을 하게 되지만 그 이후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는 등, 알게 모르게 그 여파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종교와 믿음, 죽음 너머엔 과연 무엇이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모든 것에 대해 의심과 증오, 그리고 철저하게 믿었던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찰스가 행하는 전기 치료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실체의 접근을 오싹하게 그린 작품이다.
제이미 자신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었고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를 저지하려는 행동 앞에 결코 물러나지 않았던 찰스란 인물의 기막힌 인생의 꼬임은 제이미가 나이 50이 넘도록 이어지는 여정을 그린다.
스티븐 킹의 한창 대표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미저리나 샤이닝, 닥터 슬립처럼의 느낌을 기대했다면 그와는 좀 덜 약해진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 내지는 항상 의문점을 달고 있는 죽음 이후의 문에는 과연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현상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던 찰스의 경우는 어쩌면 우리들 같은 보통의 사람들도 가끔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생기는 의문을 스티븐 킹 식으로 해석해 그려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죽은 시체를 다시 살려내어 그 시체를 통해 보이는 죽음의 실체 너머에 집착하려 한 찰스가 가진 인간의 궁금증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이미나 찰스의 눈에 보이는 호러의 형상들 묘사는 여전히 스티븐 킹 답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미신적인 호러들의 행적은 과연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도 하는 책이자, 종교에 대한 믿음을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한 인간의 쓸쓸함과 분노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무너지게 하는지,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행태로 인한 후유증 묘사는 실제처럼 느껴지는 대목들이라 여전히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