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우리는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을 얼마만큼 공유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를 만나기 전의 일들은 이미 과거이기 때문에 세세히 알아 둘 필요가 없지 않는단 말도 일리가 있지만 위의 책 내용처럼 부부 사이에 암묵적인 회피성, 또는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사건 발단이 된 사진을 통해서는 진실에 대한 과정을 좀 더 솔직하게 나누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다시 접하게 됐다.
기존에는 두 권으로 1.2를 장식했다면 요번의 개정판은 벽돌 두께를 자랑하면서도 기존의 책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책 표지가 눈에 띈다.
따라서 내겐 요 네스뵈 이전에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그의 신작 소식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등장인물들은 검사,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이끌어 나간다.
검사보 스콧 덩컨은 생면부지의 죄수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그로부터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스콧의 누이인 , 제리를 죽였단 말을 듣게 된다.
3개월 후-
화가인 그레이스는 가족사진 현상을 맡긴 사진 가게에 사진을 찾으러 가게 되고 사진들 중에서 처음 본, 남녀가 섞인 오래된 사진이 끼여있음을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엔 젊은 시절의 남편 얼굴로 보이는 잭의 모습과 함께 그를 쳐다보는 , 한 여인이 있었으며, 그 여인의 머리 위로 금이 그어진 상태의 표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퇴근 후 도착한 잭은 그 사진을 보게 되고 이후 집을 나서면서 연락이 끊기게 되고, 그레이스는 남편을 찾기 위해 그의 누이를 찾아가는 일부터, 자신이 보스턴의 대학살이라 불린 지미 엑스가 소속된 밴드의 공연에서 누군가 총을 난사함으로써 군중들이 광란의 아수라장이로 변한 당시의 피해자로 다리를 절면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 당시의 현장에서 아들이 죽은 슬픔을 갖고 있던 마피아계의 인물인 베스파의 도움까지 받게 되는 상황으로 번진다.
여기에 그간 그녀와 스콧의 만남으로 이어진 사건의 본 실체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조이면서 시종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 작가의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결코 영웅을 내세우지 않는단 점이다.
일개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레이스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아픈 트라우마를 지닌 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그녀에게 잭이란 사람과의 사랑과 결혼의 생활은 보통의 가족들이 누리고 사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장의 낯선 사진 때문에 모든 일이 뒤죽박죽이 되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일이 사건의 본 실체가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아니지, 두 번씩이나 범인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의 실체와 스콧이 말한 마지막 에피소드의 반전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 보게 만든다.
젊은 시절, 푹 빠진 밴드의 공연이 있던 날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콧이 말한 대로, 아니면 자신의 기억 속엔 알지 못했던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 증명해주는 그것이 말한 대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읽는 동안 눈동자가 흐트럼 없이 몰아치는 그 만의 속도 높은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릴이 주는 궁금증을 넘어선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사건에 동참하게 만드는 묘한 맛이 일품인 작품이다.
뭐든 첫 작품이 가장 끌리는 법일까?
이 작가의 작품은 결백을 먼저 읽었던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기존의 소설의 기법에서 크게 벗어난 점은 없지만 결백만큼은 못하단 느낌이 들었다.
한 등장인물의 설명이 너무 길고, 촘촘히 엮여나가는 글의 마무리 단계에서 여지없이 독자의 상상을 허물다는 점에선 탁월하다 할 수 있겠으나, 억지로 꿰어 맞추어져 간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용서와 후회, 고통과 좌절, 그리고 복수가 선사하는 보통 사람들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 치고는 참으로 허망하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고통조차도 이겨내고 그레이스처럼 또다시 일상의 삶에 스며들 듯 살아가는 것이 아닐른지…
***** 어쩌면 우리는 모든 진실을 알면 안 되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지도 모르지.-p 532
위 문구처럼 오히려 몰랐다면 그들 부부의 생활은 좀 더 견고하게 이전처럼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책…
스릴의 맛을 아는 독자라면, 더군다나 할런 코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에 대해선 두 말이 없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