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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심장

꿰맨심장

꿰맨 심장
카롤 마르티네즈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소설의 내용을 다루는 형식 중에서 마술적인 환상이 들어간 대목들을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다.

소설이라는 것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상황에 대한 실제같이 여겨지는 장치들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리 허구라고는 하지만  실제가 결여된 어떤 이미지적인

것만을 강조하는 책들이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인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이 책의 신간 소개를 접히고는 바로 읽고 싶다는, 더군다나 마르케스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다고 하는데서,  이미 오래전에 마르케스가 나를 괴롭혔기에 이 책은 또 어떤 서술의 힘으로 독자의 한계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 아마도 표지가 우선적으로 눈길을 끌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 속에 던져진 한 여인의 내용들을 접하는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온다.

 

내 이름은 솔레다드- (갑자기 웨스트 라이프의 노래가 생각나는 것은 이름 때문일지도?)

 

그녀는 자신의 엄마인 프라스키타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글의 부분 부분들은 자신이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제삼자의 입장에서 쓴 글도 있고 자신이 직접 엄마의 어떤 행동이나 말들을 보고 들을 것을 적는 형식으로 섞어서 그려진다.

 

이미 대대로 여자들만이 간직해 온 비밀 전수를 토대로 엄마는 엄마의 엄마로부터 상자 하나를 받게 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열어 본 후부터 엄마의 일생은 여러 일들의 곡선을 그린다.

 

실과 바늘을 갖게 된 엄마, 그녀의 특출한 바느질 솜씨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는 찬사와 함께 마을 사람들로부터 때로는 시기, 때로는 도움을 요청받고 도움을 주게 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남편 호세의 투계에 몰입한 결과는 그 지역의 주인 격인 과수원 주인으로부터 몸을 주게 되고 이후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레에 의지한 채 길을 떠나게 된다.

 

책의 내용은 상당 부분을 마술적인 사실주의 글들로 가득 채워져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방에서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 보고 느끼는 부분들,

 

“실이 지나가면서 경계가 생기는 이 텅 빈 공간들에서 아름다움이 탄생하는구나! 드러내고, 숨기고, 세상의 두께를 걷어내고, 저 너머를 보는 것이야말로 황홀경이야! 투명함…. 거미줄의 섬세함은 세상의 한 조각을 틀에 끼워 가리는 동시에 그것을 드러내기도 하지…. 레이스를 덮어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출하는 거야….”

 

 

읽는내내 어떤 상황에 대한 묘사라든가 대화들을 통해 독자들은 짐작의 의미와 설정으로 이해를 할 수가 있게 되고 그녀와 그녀들의 아이들이 갖게 된 비상한 능력들은 이후 그들의 삶 자체를 통해 다양한 행로와 모험, 그리고 또 다른 인생의 활로를 만드는 기능을 하게 된다.

 

벙어리로 살다 상자를 전수받게 된 후 말문이 터지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모든 사람들이 감동과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을 갖게 하는 큰 딸 아니타, 또 다른 딸들인 죽음과 연관된 마르티리오, 몸에 깃털이 달린 채로 분신 같은 검은 새를 달고 다니던 앙헬라, 태양의 빛을 흡수하여 어둠을 밝히는 클라라, 오직 하나뿐인 아들 페드로의 그림솜씨, 그리고 끝에  솔레다드란 이름으로 불리는 나란 존재는 결혼을 포기하고 홀로 살아가길, 고독을 삶의 원천으로 살고자 하는 형제자매들로 엮어진 그들의 가족사는 농민혁명으로 인해 안달루시아에서 벌어진 일과 그 이후의 북아프리카에서 안주하기까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떤 미지의 마술적인 힘들을 동원 하여 그들의 삶을 함께 한다.

 

여기엔 세상의 지배를 하는 주된 자들이 남성이라고 생각되는 현실이 이 책에선 결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헝겊으로 살아 고동치는 듯한 심장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솜씨를 가진 엄마의 힘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그릇되고 허망한 목표였던 것에 반기를 들지 못했던 딸들의 존재, 즉 여성의 힘이 현실에서 어떻게 포기가 되는지를 사실주의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삶이 결코 남성들에게 좌지우지되지 않고, 여성들만이 지닌 ‘비밀’을 통해 이 세상에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씨줄과 날줄의 엮음을 이용한 글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약자들을 지켜내는 힘의 원천, 죽어가는 마르티리오를 살려내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에서도 느낄 수가 있지만 저자가 그린 이 책 속에서의 구절들이 저자 자신의 생각을 들어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자들의 비밀을 통해 전하는 숨겨진 얘기들, 아낙들의 귓속에 파묻혀 있다 젖과 함께 빨리는 얘기들, 어머니들의 입술이 마시는 얘기들. 피와 함께, 월경과 함께 배우는 이 마법”에 그 힘이 있다. “

 

소설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여성들의 삶과 사회 속에서 한정 지어진 제도권 안의 여성들의 현실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비판적인 시선을 생각하게 하는 책답게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조차도 모를 만큼 마술에 흠뻑 빠져있다 나오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