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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파뭄

파문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여기 한 중년의 멋진 남성이 있다.

53살의 마르크,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자 그를 선망하는 젊은 여대생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단 규칙이 있다.

어떤 경우더라도 길게 끌지 않는다는 원칙, 대학의 눈이 있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한 여대생과 자신의 집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어라! 여대생이 죽어있네!

마르크는 천천히 그녀의 시체를 끌고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숲 속 동굴 속으로 그녀를 집어넣고 숨긴다.

 

첫 발을 우습지도 않게 내디딘 그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그는 긴장감을 갖추되 교수로서의 태연한 행동 또한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적 이게도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여인의 등장은 전작의 파문으로 시작된 일의 연장선, 그의 주의 깊은 결단력마저 흐려놓는다.

 

죽은 여대생의 새엄마라고 나타난 미리암, 숱한 젊은 피와의 정열을 나눴던 그가 중년의 그녀를 본 순간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고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나가 있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임을 알면서도 완벽한 둘만의 섹스에 몰입한다.

 

저자의 글은 쉽게 읽히는 문장은 아니다.

문장의 단락마다 끊기는 듯한 장면 전환,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파문의 첫 발이 한 여대생의 죽음이 몰고 온 시작점이었을까?를 궁금해하면서 마르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은 중간중간 그가 저지른 또 다른 경찰관의 죽음을  둘러싸고 또다시 그 시체를 감추는 행동,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자신의 능력이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에 이어 같은 대학 행정처에 근무하는 누나의 힘에 의해 해고의 순간까지도 모면하게 되는 상황까지, 독자들은 저자의 툭툭 끊기는 듯한 불친절한 글의 단락으로 숨겨진 내용들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책은 시종 어두운 이미지와 흡연하는 모습, 누나와의 애증관계를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처지의 한 중년 남성이 겪는 트라우마와 정신적인 공황의 방황을 섹스를 통해서 해소하는 여린 정신 미숙아를 대변하는 인물로 내세운다.

 

어릴 적 엄마로부터 학대당한 트라우마로 인한 정서적인 불안 때문에 몸은 어른이되 정신적으론 성숙되지 못하고 비밀을 공유한 채 같이 살아가고 있는 누나 마리안과의 불안정한 사이, 누나와 학과장 라샤르에 대한 사이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손에 쥐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해 위축되어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책은 시종 그 어떤 의미를 드리운다.

 

책은 중반을 향해 가면서 또 다른 여대생 아니의 집요한 공략과 그녀가 알려준 비밀에 의해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이루어 보여 주기에 저자의 글에 대한 느낌을 파악하고 읽어나간다면 책의 재미는 다른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으며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마르크가 살아온 인생, 그 자체가 파문의 연속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보는 것이 그의 자라온 유년기의 시절과 미리암을 통해 제대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비밀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된 후에 그가 보인 행동들은 파문의 시발점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그의 인생 모두를 통해 함축되어 있지 않았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진실된 사랑임을 깨달았음에도 어쩔 수 없이 그가 보인 파문의  결정판의 문장들.

 

안에서 봤을 때, 그가 입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켰다.

밖에서 봤을 때, 방갈로가 주위에 금빛을 흩뿌리면서 빛나는 호박처럼 폭발했다.

 

시종 담배를 물고 살았던 남자, 어쩌면 담배는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에 대한 여유까지 생각될 정도로 흠뻑 빨아 당기면서 심취하는 모습이 자신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그런 맥락으로 다가오는 소재로서 아주 적합하다고까지 여겨지는 매개체가 아닌가 한다.

 

영화 베티 블루, 엘르 원작 작가가로서 처음 시작으로부터 끝까지 내내 자신의 깊은 심연을 통해 서서히 그 속으로 빠져드는 중년의 마르크라는 인물이 갖는 관능의 서스펜스가 서서히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저자의 독특한 느낌을 주는 문장 또한 인상적인 책, 영화로도 개봉했다니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