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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소녀

안개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저 / 이승재 역 /  출판 검은숲발매 / 2017.05.18.

 

 

 

고요하고 한적한 산골 마을이나 다름없는 아베쇼란 마을에 정신전문 의사인 플로렌스에게 한 통의 전화가 한밤 중 걸려온다.

레베카 마이어란 여 검사가 데리고 온 자는 유명한 수사관인 포겔-

 

별다르게 볼 것 없는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서 벌어진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수사 중이던 포겔에겐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 소설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생활을 꾸려가던 지역이 광산의 발견으로 인해 갑자기 떼돈을 벌게 된 사람들과 오리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살아가던 마을이자, 종교적으로 보면 자생적으로 구성된 강한 신앙으로 뭉친 교구가 있는 곳으로 16 살의 애나 루란 소녀가 성탄 전야에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사건이 발단이 된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안개가 있던 날에 집을 나선 소녀의 행방은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사건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수사관으로서 유명세를 달리고 있고, 한때는 한 사건의 불미스러운 결말로 인해 명성에 흠이 가 있는 포겔이란 형사가 보르기 신참내기 경찰과 함께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보통의 추리라면 이러한 배경 속에 소녀가 지니고 있던 교유관계, 부모와의 관계, 소녀만이 간직할 수 있는 비밀을 모두 파헤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이 책에서도 당연히 보이지만 기존의 책에서 다뤘던 이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저자는 피해자의 실종을 다루면서 벌어지는 그 주위의 모든 것들을 통해 보임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통상 실종 시간이 어느 정도의 골든타임을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이고, 그 와중에 보다 적극적인 모색의 방안으로 미디어를 활용한다.

 

포겔 또한 오랜 경찰의 생활로 몸담아온 경험을 토대로 이미 실종이란 확신 아래에 자신이 이번 기회에 실수했던 전작의 수사를 만회하려는 노련한 수사를 펼친다.

 

작고 소박한 한 가정에 몰아친 비극, 처음엔 주위 사람들도 모두 염려하고 걱정스러워하며 촛불과 꽃들, 그리고 소녀가 좋아했다던 고양이 인형까지를 그들의 집 앞에 놓고 가는 성의를 보이고 주위를 둘러싼 숲 지역을 샅샅이 파헤치는 열성을 보이지만 이 모든 절차의 행위들을 고스란히 방송 매체란 미디어를 십분 활용해 이 사건을 부각하면서 사건의 모든 주도권을 쥐고 펼치는 포겔이란 형사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영상 속에 흰 suv차량이 포착이 되고 이 차량에 대한 조사는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내보이게 되는 결정적인 단서로 잡히면서 사건은 좀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의 본성, 특히 이 사건을 토대로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들이 고스란히 방송이란 매체를 통해 보이는 현상들, 실종된 부모와 실종된 소녀에 대한 우상화에 대한 흐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방조적인 호기심과 호시탐탐 이러한 사건들을 엮어내는 미디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어떻게 작은 마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고 이 사건을 자신의 촉수와 감각만으로 확정 지으며 범죄자를 몰아가려는 포겔이란 형사의 행동, 그 안에는 방송계와 서로 주고받는 이익의 타산 관계와 경찰의 투입 예산까지를 모두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는 실질적인 모습들이 들어 있어 충격적이다.

 

 

창조는 파괴를 선행하고 동시에 그 파괴를 따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눈에는 애나 루 캐스트너를 희생의 제물로 삼아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중략) 희생이 없으면 신앙도, 순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인간 세상에서는  벌써부터 애나 루를 신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P175

 

 

“왜냐하면 범인을 체포해야 우리가 좀 더 조금은 안전하다고 그나마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범답안은 따로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말입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도 사건에 연루가 되고 공범이 되기 때문이지요. 언론과 대중, 그러니까 모든 이들이 범죄자를 인간이 아니라고 여긴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범죄자들을 무슨 외계 종족이나 남을 해하고 악을 행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런 범죄자들을….. 대단한 인물로 만들어버린다는 겁니다.”

 

“그 대단한 인물들의 대다수는 창의성도 부족하고 다수의 틀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개 개인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결국 범죄자들이 우리 자신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p129

 

 

 

작은 마을에서 신앙의 힘으로 살아가는 가족, 그 외에 자신의 또 다른 가정을 유지하고자 들어온 한 가정의 가장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어떤 뚜렷한 증거와 연관도 없지만 이미 범인이라고 낙인이 찍힌 한 인간이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 책은 수사방식에서 소녀를 찾겠다는 원래의 초심은 뒤로 가고 미디어의 힘에 의해 실종자는 아예 죽었다는 기정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차후 벌어질 사건들에 관심을 모으는 일반 대중들의 기대심리를 비판한다.

 

평범함은 싫고 뭔가 도저히 눈에서 뗄 수 없는 그 어떤 현혹적인 이끌림, 악마의 등장으로 인해 활기를 띠는 이러한 사건의 현장을 보통의 우리들이란 존재로 불리는 인간들의 심성을 저자는 제대로 보고 근접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주 솔직하게 그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혐의는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한 사람을 지목해 마녀 사냥하듯 몰아치듯 몰아가는 수사 방법의 차원을 넘어 가족까지도 외면하는 사태에 직면한 한 인간의 상실성까지 느끼게 해 주고 있으며, 무죄로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입장에서 과연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까지….

그 와중에 보상의 차원으로 ‘돈’이 갖는 유혹과 매력 앞에서 저절로 관심이 가지게 되는 현상들을 실종이란 이름을 달고 펼치는 사건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은  같은 이미지의 소녀들 실종이 이어지다 30년 전에 끊겨버린 사건과 애나 루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는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긴장모드로 독자들을 몰아가는 흡입력은 대단하다.

 

 

어쩌면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한 신참 보르기 경찰의 시선만 따라갔더라도 포겔의 실수는 없었을지도 모를, 한 소녀의 실종은 결말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반전의 묘미를 뒤 몇 장 안에 강타한 사실들을 읽노라면 허걱! 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

 

모든 걸 영원히 뒤바꾼 밤은 한 통의 전화벨 소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첫 구절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할 이 책의 전개 상황은 전혀 예측조차 못했던 사건의 진실과 정말 처단해야 할 자도  따로 있다는 사실의 진실조차도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보통 사람들의 우월함을  이 책에선 여지없이 치부를 드러낸다는  느낌마저  전해 준다.

 

 

기존의 ‘속삭이는 자’, ‘영혼의 심판’에서도 재미와 추리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저자지만 이 책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썼다가 다시 책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수긍이 갈 만큼 영상미로 만난다면 재미를 배가 시킬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보통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뒤로하고 오히려 다른 곳에 호기심을 기울이는 대중들에게 대한 궁금증을 이 책에서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 만큼 책을 덮고서도 공포가 여전히 가시지 않게 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책을 읽었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