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먼트 – 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작
고바야시 유카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3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면 함무라비 법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이 법에 대해 배울 때 기억에 오래 남았던 이유는 동해보복법이란 개념을 벌써 이 시대부터 적용해왔단 점이었다.
현대는 이러한 법이 집행되고 있는 몇 나라도 있긴 하다고는 하지만 인권이 성장함에 따라 동일 상의 법 집행은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 막상 사건의 피해자나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들은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받는 것에 비해 가해자는 법이 정한 선고에 따라 집행을 받고 나면 그 죄는 마무리가 된다는 점에서 어떤 점에서는 피해자가 당한 고통의 십분의 일이라도 법이란 체제 아래서 조금의 위안이나마 삼을 수 있겠지만 과연 그 엄청난 기억의 후유증은 깨끗하게 해소가 될까?
이의 연장선으로 그려진 이 책은 우선 가상의 20XX 년, 죄가 날로 급증해 가는 일본에서 정해진 복수법이란 제정이 행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총 5편의 연작으로 이어지는데, 모두가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담고 법 집행을 실행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아들을 4일 동안 감금한 뒤 온갖 고문과 폭행 끝에 잔혹하게 숨지게 만든 범인에게 죽은 아들의 복수를 실행하려는 아버지의 비장한 결심과 이행을 다룬 이야기인 사이렌-
정작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두지 못했던 아버지로서의 아픈 심정과 자신의 아들에게 행한 절차를 고스란히 가해자에게 되갚아 주는 과정 속에서의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을 그린다.
친할머니를 회칼로 찌르고 죽인 14살의 소녀 이야기를 다룬 보더, 강남 묻지 마 살인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대낮 도심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3명이 죽은 사건과 그 이후 가해자에게 복수법을 할 것인지 법대로 구형을 내릴 판단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의논을 다루는 3명의 가족 피해자 이야기를 다룬 앵커, 영매한 점쟁이가 자신의 손자 죽음을 예견하고 손자의 친구를 죽인 사건을 되갚아 주려는 죽은 엄마의 사연을 다룬 페이크, 계부와 친엄마의 학대와 배고픔에 시달리다 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되갚음을 집행하려는 10살 오빠의 이야기를 다룬 저지먼트..
이야기들의 사연 사연 하나하나가 모두가 실제 생활에서 묻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 상상의 글이라서 처음엔 복수법 제정이 생긴다면 과연 이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가족들의 원한과 슬픔은 치유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가해자의 또 다른 가족들이 만약 이러한 일들을 겪게 된다면 복수는 또 다른 복수의 심정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까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가해한 사람은 법에서 다루는 고작 몇십 년 정도의 형을 선고받고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피해자의 관련자들이라면 무척 마음의 상실감은 쉽게 가시질 않을 것 같단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이 책은 그저 법에 정해진대로 실행한다는 진행만이 아닌 진실된 가족관계의 형성과 교류가 필요함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가족이더라도 그 안에서 곪고 있을 상처들에 대한 치유 과정이 그저 스치듯 지나간 결과로 이어진 사건의 심각한 과정은 아무리 복수법을 실행한다고 해도 상처의 흔적은 쉽게 가시질 않는다는 점, 만약 이러한 결정권이 생기게 된다면 책에서처럼 이런 결단을 해서라도 치유를 받는 것이 나은 것인지, 아니면 법대로 행해지는 절차에 맡겨 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여전히 갈등이 쉽게 가시게 하질 않는 책인 동시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다 따뜻한 시선 한 번이라도 건네야겠다는 생각을 일깨워준 책이란 점에서 소중함이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