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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티투스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4월

사랑의 가장 근본적인 원형은 무엇일까?

가끔 영화나 책을 통해서 접해보는 사랑의 형태들은 실로 다양하다.

처한 환경에서 오는 이별이나 사랑의 첫출발을 다루는 여러 가지 글들이나 영상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의 첫출발부터 아주 남다른 사연들을 지닌다고 볼 때 이 책은 그런 사랑에 대한 감성을 다룬 책이다

 

책은 첫 장부터 이별 장면부터 시작을 한다.

두 사람이 언제 만났으며 사랑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바로 헤어짐이다.

유부남인 티투스는 베레니스와의 만남을 포기하기로 하고 이별을 통보하게 된다.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베레니스는 주위의 모든 충고와 위로를 때론 필요함을 느끼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위로 자체도 안된다는 심히 상실감에 빠져드는데, 우연히 접하게 된 장 라신이라는 프랑스 작가의 시를 접하고서 그가 다룬 말들을 통해 자신의 아픈 심정을 위로받고자 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인 장 라신의 생애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독자들은 베레니스가 처한 상황과 장 라신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여성의 심리 상태를 그렇게도 구구절절 잘 그려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그의 생애를 통해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가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는 이중의 상황을 보게 된다.

 

로마 황제였던 티투스는 자신의 로마을 버리지 못하고 유대인 공주였던 베레니스와의 사랑을 포기한 이야기는 현재의 지금 유부남인 티투스와 버려진 여인 베레니스로 다시 부활하면서 베레니스란 이름은 사랑의 아픔을 겪는 여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형식을 취한다.

 

여기서 장 라신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 17세기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수도원과 또 다른 학교에서 살아가던 시절에 익힌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를 통해 고유의 언어와 자신이 생각하는 언어에 대한 자유분방한 해석과 번역을 통해 파리로 진출하게 된다.

 

수도원과 궁정생활이란 두 세계의 극과 극을 달리 한 생활은 그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했는지에 대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비극 작품을 연출하게 되고 이는 곧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책은 기존의 일반 사랑을 다루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흔히 말하는 쉽고 빠르게 습득되는 사랑의 표현방식은 수많은 라신의 언어와 글을 통해 저자의 지식을 마치 독자들이 재 습득하듯이 아포리즘으로  가득하고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의미와 그 상황이 부여하는 의미를 찾아가면서 읽게 하는 책이기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이 글의 색채는 다른 책들이 전해주는 사랑에 대한 아픔을 대체시킬 수 있는 무언의 압박처럼 다가오는 구절로 인해 난해함과 장 라신이라는 작가에 대한 작품을 들춰보고 싶게 하는 의미를 부여시킨다.

 

사랑의 상실을 나타내는 라신 만이 그려낼 수 있는 언어의 뉘앙스는 아마도 그 당시 라신이 살았던 시대에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의 한 처세술이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본인 자신이 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가 살아왔던 수도원의 생활과 궁정에서의 생활 속에서 갈등을 통해 사랑의 아픔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소설에서 라신은 사랑했던 여인과도 헤어지고 죽음을 맞기까지와 현재의 티투스 죽음을 동일선상에 올려놓는다.

죽기 전에 베레니를 보길 원하는 티투스-

그러나 베레니스는 “그들은 아직 그를 잃는다는 게 뭔지 알지 못한다. 고 말하며  그녀는 이미 , 두 번째 상실은 첫 번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라며 자신 “자기 안에 그런 잔혹함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 헸던 것이라” 고 말한다.

한 문장 한 문장 부드럽게 다가오진 않지만 묵직한 향이 나는 느낌처럼 다가오는 책, 그러면서도 사랑의 상실을 안고 있는 베레니스의 마음을 달래준 또 하나의 예리한 글들은 책 속의 베레니스뿐만이 아닌 만인의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시대를 뛰어넘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 주요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작품인 만큼 세속적인 ‘사랑’이란 주제 안에서 볼 수 있는 상실에 대한 감성을 순수 문학 쪽으로  접할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