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ㅣ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제목 자체가 눈길을 끌지 않는가?
반복적인 린다란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무엇일까?
특히 저자의 이력에서 오는 것 때문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북유럽권의 소설이니 만큼 다양한 이야기의 토대는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해서 접했다.
저자는 스웨덴의 범죄학자로서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낸 이력, 이후 위의 책에 나오는 에베르트 벡스트룀이라는 독특한(?) 형사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는 첫 편으로 위의 제목을 달고 출간을 했다고 한다.
경찰대 재학생이자 수습 경찰관인 스무 살 여성 린다란 여성이 자신의 엄마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주택조합장이자 이웃인 개를 기르는 여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된 경찰은 목이 졸리고 양손이 묵인 상태로 침대에서 발견된 여인의 사망 모습은 물론이고 범인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속옷, 운동화, DNA 채취까지 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용의자를 밝혀내지 못한다.
이혼 후 아버지 집과 엄마 집을 오고 가며 살았던 린다, 사망한 날에 나이트클럽에서 같은 동료들과 어울리고 집으로 간다고 나선 후 과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여기엔 휴가철이 끼여있는 상태라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면서 범죄수사국 소속 형사인 벡스트룀이 도움 요청으로 오게 된다.
책은 지금의 스릴과 미스터리를 다룬 책들과는 다르게 총 2권에 이르기까지 늘어지는 진행상태를 보인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나머지, 아니면 이런 류들의 책들의 속도전이 생명인 듯 저자들의 필치가 속도전 자랑을 한 것인지, 독자들이 이 속성에 물들어간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볼 정도로 이 사건을 두고 펼치는 경찰들의 주된 이야기들은 시트콤처럼 이어지기도 하고 단막극처럼 보인다.
용의자를 잡기 위해 그 지역의 천 명 가까운 남성의 DNA를 채취하는 과정, 여기엔 같은 동료로서 한때 가깝게 지냈던 아프리카계 입양아 출신인 경찰 동료와 린다의 이웃인 범죄 전력이 있는 남성까지 의심하고 심문하는 과정 속에 스웨덴이 갖는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행동과 말들을 보게 된다.
사건이 발생하고도 한 달이 넘어가면서 방송이나 신문들에 연일 터져 나오는 경찰들의 무능함의 질타 속에 경찰들 각 개인들의 활동은 주도 격인 벡스트룀에 의해 한층 그 인간미를 보게 되는데, 저자는 이 주인공의 행동과 말들을 통해 정형화된 형사의 타입을 거부한다.
흔히 말하는 판공비로 나온 금액을 자신의 세탁할 옷이나 식사비로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외모로 볼 때 어느 여성이나 반할 것이란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남자, 그렇다고 잘난 배우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신체적인 조건은 차치하고서라도 각 경찰들 앞에서는 비난의 말을 삼가는 듯한 친절한 칭찬과 격려 뒤에 나오는 그들에 대해 내쏟는 비열한 말들의 잔치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다가서게 하기보다는 혐오에 가까운 인물로 비친다.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빠져나가는 데에 선수인 듯한 말솜씨, 결국엔 사건의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있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캐릭터인데, 이 사건의 본질인 린다란 여성의 살해 사건을 두고 그리는 이 책의 전개 과정에 비하면 사건의 본질을 다루는 부분과 경찰들의 이야기가 반반씩 섞여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되면 여인들의 이름이 붙는다.
책 2 뒤편에 나오는 한 경찰관의 논문이 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이름을 붙였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저자는 ‘왜 여성이 피해자면 사건 앞에 피해자의 이름이 붙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 하면 여성들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쉽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붙인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남성의 이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히 범죄를 연구했던 저자의 관점은 새롭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는 이야기의 주도 격인 린다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 경찰들의 세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갖고 있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생각들,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들이 너무 느리다 보니 읽는 동안 이야기의 핵심을 제대로 이어나가는 흐름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구성들이 보이기도 한 작품이다.
책 첫머리에 저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쓴 마이 셰발과 셰발 발뢰에게 헌사를 바친다. 라고 썼다.
현대의 새로운 인물 창조라고 할 수 있는 형사 시리즈의 첫 주자로 발을 내디딘 두 사람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두 작가의 흐름처럼 템포 또한 늘어지게 그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여성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이를 연계시켜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오는 사회적인 질타와 경찰 스스로의 위축감과 생활 태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책에서 보았던 시리즈들보다는 신선하게 다가오게 한 작품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추적 과정과 잡힌 범인을 두고 형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들은 현재의 법의학의 발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