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8월 8일

4월이 되면 그녀는

 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누구에게나 계절과 연관되는 기억들이 있다.

소풍이라든가, 사랑을 느낄 때라든가, 이별을 예감했다던가…

 

한순간일지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난하고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과 계절이지만 막상 내가 겪었던 그 시간만큼은 그때 가졌던 기억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많은 만남 속에 기억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순수했던 청춘의 한 시절을 의미하고 그 순간만큼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시절로 기억이 된다면?

 

아쉽게도 우리들은 그 시간을 겪으면서 진실하고 실감 나게 당시의 느낌을 알아채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방황하다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지나고 보면 한없이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는 것만 간직할 뿐….

 

이 책은 <너의 이름은>이란 책과 영화로 알려진 가와무라 겐키가 2년 만에 출간한 신작이다.

 

풋풋했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저 멀리 고이 쌓아둔 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잊어버리고 살아가던 즈음에 도착한 편지 한 통, 무려 9년 만에 받아보는 편지다.

동물 수의사인 야요이와 3년간 동거를 하다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후지시로는 4월의 어느 날, 학창 시절 대학교 사진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만난 하루의 편지를 받는다.

 

상큼하고 풋풋한 문학과 소녀였던 하루, 의학과에 다니던 자신이 바라보는 렌즈의 세상과는 다른, 또 다른 신선한 세계를 담아 보려 한 소녀를 대하게 되면서 후지시로는 그녀와 사귀게 되고  학창 시절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의 선배와의 사이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둘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일로 연관이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연락을 끊게 된다.

 

왜, 하루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9년 만에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찍은 사진과 간간이 사연을 들려주듯 하는 편지를 보낸 것일까?

 

책은 첫사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한 채 헤어진 후 다른 이성을 만나고 동거를 하면서 당연한 수순처럼 결혼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치는 후지시로의 시선과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야오이에 대한 행동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을 대함으로써 진실된 자신의 사랑은 누구인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하루의 편지와 마지막 장면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보인다.

 

책의 제목은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4월이 오면 그녀는~ 이란 제목과 같다.

처음이란 것으로 시작되는 모든 것들, 그중에서 첫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미성숙된 감정의 확신, 잡았어야 했지만 놓치고 말았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 지금의 연인이 진실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책 속에서 담담히 편지와 평상적인 일과들을 통해 전해준다.

 

하루가 왜 편지를 썼는지, 사랑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이 책은 하루와 후지시가  함께 보낸 과거에서 현재의 야요이로 이어지는 감정의 전달을 통해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랑의 감정의 변화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가 듣고 싶어 질지도….

 

 

XO

xo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가끔 방송계의 연예인들이 겪는 고충 중에 하나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도를 넘는,  이를테면 흔히 말하는 스토커의 전형적인 행동과 말들을 겪은 경우를 듣게 되거나 실제로 법에 호소해 일정한 간격 유지 내지는 고소를 했다는 경우를 접할 때가 있다.

 

만인의 연인이자 우상으로서의 그들이 갖는 스타의 자질을 한껏 누릴 자격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개인적인 사소한 것까지도 일일이 내 옆의 사람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면 그 기분은 과히 좋지많은 않을 것이다.

 

같은 동성의 연예인이든, 이성의 스타를 좋아하든, 정도의 선을 넘어선다는 것, 그것은 좋아한 나머지 오히려 집착과 광기를 가지게 되어 역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여러 번 알 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제프리 디버의 작품이다.

 

이메일 상에서 키스와 포옹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으로 사용되는 XO가 지닌 느낌이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여지겠지만 이것이 나한테만 보내는 신호라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기분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과정을 드러내는 이야기의 도입은 이메일로 시작된다.

인기 있는 가수 케일리에게 보내는 이메일 내용은 에드윈이란 팬이 보낸 것으로 이후 이 편지는 케일리의 변호사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게 된다.

도를 넘어 여기저기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듯한 양상의 편지 내용, 이는 결코 팬으로서의 편지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마침 케일리와 잘 아는 사이인 캐트린 댄스가 휴가차 들르면서 이 사건에 관여를 하게 된다.

 

캐트린 댄스-

저자 제프리 댄스가 만들어 낸 여성 수사관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특이하게도 그녀는 사람들의 동작과 보디랭귀지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는 설정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게 만드는 인물로 나온다.

 

케일리가 부른 유어 새도우라는 가사에 맞춰 살인이 일어나고 심증이 가는 에드윈의 철저한 가면에 쌓인 표정 관리와 유유히 빠져나가는 일련의 사건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정말로 밉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을 넘어서 공포에 가까운 면을 느끼게 한다.

 

읽어나갈 때에 이 사건의 범인은 에드윈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정말 시간의 알리바이나 장소에 대한 심증이 확인이 될 때마다 독자들은 생각의 범위를 잘못짚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스토커의 양상 중에서도 어찌 보면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자 시작한 무한대의 사랑이 여기저기 간섭을 하게 되고 그녀의 노래를 공유했다 해서 죽인다던가, 자신이 빠져나오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어 그 순간을 모면하려 한 계획된 사건들은 스토커들이 갖는 광기와 집착, 나와 함께 영원할 것이란 망상 속에 저지른 일들의 사건들은 이 책에서라도 정말 끔찍하단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설정들이 많게 표현이 된다.

 

스타로서 갖는 고뇌, 대중들이 자신의 비밀을 모르길 바라고 그것을 감추어야만 하는 스타로서의 개인적인 불운, 여기에 한때 인기 있는 가수였지만 이제는 딸의 성공을 통해 또 다른 재기의 노력을 꿈꾸는 아버지로 인해 겪게 되는 한 가수로서의 케일리란 인물에 동정이 가게 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통쾌한 어떤 액션들이 그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가운데서 기막히게 그녀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신체까지 이용하는 광란의 스토커란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저자는 그만의 또 다른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통해 그의 역량을 과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에드윈이 갖고 있는 케일리에 대한 사랑이 순수한 팬으로서의 사랑을 넘어 자신의 각인된 존재로서의 상상을 넘어선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지게 될 때 그 주위의 사람들이나 실제 대상자로서 겪게 되는 이 모든 일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진작에 깨닫고 알았다면 더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게 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봤던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란 영화가 생각났다.

한 여인의 미친 사랑법, 집착에 이은 행동을 그려 보인 영화는 마치 이 책에서 나오는 에드윈의 행동처럼 겹쳐 보이게 했고 인류의 오랜 ‘사랑’의 형태는 과연 어떤 모습이 진정한 형태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저자가 그린 이 책에서의 스토커로 인해 더욱 오싹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사건과는 별개로 캐트린 댄스의 사적인 이야기도 같이 어울리는 이야기의 바탕, 이것 역시 사랑에 대한 고민이기에 성격이 다른 사랑을 두고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