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8월 3일

린다 살인사건의 린다

린다살인사건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제목 자체가 눈길을 끌지 않는가?

반복적인 린다란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무엇일까?

특히 저자의 이력에서 오는 것 때문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북유럽권의 소설이니 만큼 다양한 이야기의 토대는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해서 접했다.

 

저자는 스웨덴의 범죄학자로서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낸 이력,  이후 위의  책에 나오는 에베르트 벡스트룀이라는 독특한(?) 형사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는 첫 편으로 위의 제목을 달고 출간을 했다고 한다.

 

경찰대 재학생이자 수습 경찰관인 스무 살 여성 린다란 여성이 자신의 엄마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주택조합장이자 이웃인 개를 기르는 여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된 경찰은 목이 졸리고 양손이 묵인 상태로 침대에서 발견된 여인의 사망 모습은 물론이고 범인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속옷, 운동화, DNA 채취까지 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용의자를 밝혀내지 못한다.

 

이혼 후 아버지 집과 엄마 집을 오고 가며 살았던 린다, 사망한 날에 나이트클럽에서 같은 동료들과 어울리고 집으로 간다고 나선 후 과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여기엔 휴가철이 끼여있는 상태라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면서 범죄수사국 소속 형사인 벡스트룀이 도움 요청으로 오게 된다.

 

책은 지금의 스릴과 미스터리를 다룬 책들과는 다르게 총 2권에 이르기까지 늘어지는 진행상태를 보인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나머지, 아니면 이런 류들의 책들의 속도전이 생명인 듯 저자들의 필치가 속도전 자랑을 한 것인지, 독자들이 이 속성에 물들어간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볼 정도로 이 사건을 두고 펼치는 경찰들의 주된 이야기들은 시트콤처럼 이어지기도 하고  단막극처럼 보인다.

 

용의자를 잡기 위해 그 지역의 천 명 가까운 남성의 DNA를 채취하는 과정, 여기엔 같은 동료로서 한때 가깝게 지냈던 아프리카계 입양아 출신인 경찰 동료와 린다의 이웃인 범죄 전력이 있는 남성까지 의심하고 심문하는 과정 속에 스웨덴이 갖는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행동과 말들을 보게 된다.

 

사건이 발생하고도 한 달이 넘어가면서 방송이나 신문들에 연일 터져 나오는 경찰들의 무능함의 질타 속에 경찰들 각 개인들의 활동은 주도 격인 벡스트룀에 의해 한층 그 인간미를 보게 되는데, 저자는 이 주인공의 행동과 말들을 통해 정형화된 형사의 타입을 거부한다.

 

흔히 말하는 판공비로 나온 금액을 자신의 세탁할 옷이나 식사비로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외모로 볼 때 어느 여성이나 반할 것이란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남자, 그렇다고 잘난 배우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신체적인 조건은 차치하고서라도 각 경찰들 앞에서는 비난의 말을 삼가는 듯한 친절한 칭찬과 격려 뒤에 나오는 그들에 대해 내쏟는 비열한 말들의 잔치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다가서게 하기보다는 혐오에 가까운 인물로 비친다.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빠져나가는 데에 선수인 듯한 말솜씨, 결국엔 사건의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있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캐릭터인데, 이 사건의 본질인 린다란 여성의 살해 사건을 두고 그리는 이 책의 전개 과정에 비하면 사건의 본질을 다루는 부분과 경찰들의 이야기가 반반씩 섞여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되면 여인들의 이름이 붙는다.

책 2 뒤편에 나오는 한 경찰관의 논문이 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이름을 붙였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저자는 ‘왜 여성이 피해자면 사건 앞에 피해자의 이름이 붙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 하면 여성들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쉽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붙인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남성의 이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히 범죄를 연구했던 저자의 관점은 새롭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는 이야기의 주도 격인 린다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 경찰들의 세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갖고 있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생각들,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들이 너무 느리다 보니 읽는 동안 이야기의 핵심을 제대로 이어나가는 흐름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구성들이 보이기도 한 작품이다.

 

책 첫머리에 저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쓴 마이 셰발과 셰발 발뢰에게 헌사를 바친다. 라고 썼다.

현대의 새로운 인물 창조라고 할 수 있는 형사 시리즈의 첫 주자로 발을 내디딘 두 사람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두 작가의 흐름처럼 템포 또한 늘어지게 그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여성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이를 연계시켜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오는 사회적인 질타와 경찰 스스로의 위축감과 생활 태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책에서 보았던 시리즈들보다는 신선하게 다가오게 한 작품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추적 과정과 잡힌 범인을 두고 형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들은 현재의 법의학의 발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립맨

립맨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의 형태는 가히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들로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에게 전화로 보이스피싱을 사칭한 범죄의 행태들은 날로 변형되고 주도적인 계획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볼 때면 나이를 막론하고 쉽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립맨이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쓴 저자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 취직할 꿈을 꾸었던 도모키는 이 계획이 좌절되면서 동생과 함께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합류를 하게 된다.

여기서 일사불란하게 분업화되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개인정보를 사들이는 것은 기본으로 한 사람을 타깃을 삼고 그의 주변에 있는 회사 동료나 변호사 신문기자로 나서면서 보이스 피싱에 걸맞은 사기를 치는 장면들은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 해도 깜박 넘어갈 수밖에 없는 치밀함을 보인다.

 

 

 

 

이렇듯 철저하게 잘 이어가던 보이스피싱 사기는 rest in peace : 편히 잠드소서’ ( R.I.P)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끊은 아와노란 사람을 이상히 여긴 도모키가 동생과 함께 경찰의 급습을 피하면서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 이어서 아와노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부르는 말 그대로 립맨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바로 유괴 사업을 하자는 것-

제과회사의 사장과 그의 어린 아들을 같은 날 유괴를 하고 사장만 풀어주면서 자신들의 말만 듣고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아들은 무사히 집에 올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운 그들은 실제로 결행하게 되고 사장은 이후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수사관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사는 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 후반부에 이르러서 좀체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자식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있어 경찰의 말을 들으면 아들이 위험에 처할 것 같고 그렇다고 유괴범들의 말만 믿고서 원하는 대로 한다면 무사히 아들이 돌아올 보장이 없는 상태의 아버지로서 갖게 되는 딜레마, 이런 사정들은 경찰과 아버지, 유괴범들의 밀고 당기는 촘촘한 사각지대를 연상시키는 듯한 상황으로 몰고 가 전반부와 중반부,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유괴범들의 주도자격인 아와노란 인물이 저지르는 이러한 행태들은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나 연관도 없으면서 범죄를 행했다는데서 점차 범죄의 원인이나 이유들은 이제 아무런 소용조차 없다는 식의, 바로 묻지마 범죄를 연상시키며, 이러한 전개 과정은 냉정하고 철저한 계획하에 조련해나가는 이와노란 설정 인물의 비열함에 주목을 하게든다.

 

 

 

세상 속에 한 평범한 사람들로서 살아가길 원하는 소박한 도모키 형제의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방향도 그렇지만 정의에 목숨을 걸로 이 사건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는 수사관의 노력이 어떤 결말로 다다를 수 있을지, 책을 읽고 나서 다음 작품에도 여전히 아와노는 출현을 하게 될지를 알고 싶게 만든 작품이다.

 

저자가 그린 이러한  사회성 짙은 문제를 소재로 삼아 인물들 간의 속고 속이고 밀고 당기는 심리전의 변화를 통해 범죄의 양상과 인간으로서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양심마저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전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