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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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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한 사건의 발생에 대한 결말이 지어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고 작가가 그려보고자 하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건의 배경과 함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과정을 통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던져 주는 책…

 

대만의 문학 작품은 더러 접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사회파 미스터리 형식을 갖추고 읽는 것은 드문일인 터라 이 작품에 대한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다가왔다.

 

대만 단수이허 강기슭으로 흘러 들어온 두 구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두 사람은 70대의 남자와 60대 초반의 여자였고 둘은 부부 사이임이 밝혀진다.

 

지형상 흘러 들어갔다가 자연적인 현상으로 되돌아오는 물의 흐름 때문에 시체의 모습은 볼 수조차도 없었을 상황이 역류로 인해 다시 되돌아오면서 발견이 된 상태, 경찰은 이들의 죽음을 범한 범인으로 그 지역에 위치한 커피 점 종업원 여인을 체포한다.

 

여인의 이름은 자전-

20대로서 범행이 밝혀지면서 대만의 열도는 실제 큰 이슈로 떠올랐다고 하던데, 작가는 이 시점, 즉 이미 범인이 밝혀지고 난 후에 그녀가 받는 재판 과정과 그간의 사건 조사과정을 통해 그녀가 왜 살인을 벌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내면에 대한 심리를 다룬다.

 

책의 첫 장은 종장에 해당이 되는 결말로 시작이 되고 책 종장은 책의 첫 출발점인 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 장면이 뒤바뀐 형태로 시작이 되며, 자전의 내면과 죽은 남자 홍보의 아내인 죽어가는 홍타이의 내면이  교차되면서 보이는 형식을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빚에 허덕이다 자살한 아버지, 어려운 삶에 지친 엄마의 한풀이와 그 한풀이 대상이 되는 자전의 삶은 그렇게 행복하지 못한 여인이다.

자신의 꿈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갖는 것이 소원인 것인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단골손님인 홍보와 가까워지면서 그 둘은 넘지 못할 선을 넘게 된다.

 

자신에게 다가온 홍보란 남자를 통해 사랑인지, 욕망인지를 혼동하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한계는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좌절과 돈에 대한 욕망, 즉 한쪽에선 부를 이룬 사람들이 다른 한쪽에선 자신과 같은 삶에 대한 고달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모습의 비교는 자전으로 하여금 더욱 사회적인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더군다나 자신과 홍보와의 사이를 단절해야만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자전의 고민은 또 다른 홍보의 아내인 홍타이란 여인과는 상반되는 이야기의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면 홍타이는 행복한 여인이었는가?

뒤늦은 나이에 소개로 만난 남자인 홍보와의 결혼은 남들이 보기엔 행복한 결혼생활처럼 보였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이것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살아가는 여인이다.

대학교수로서의 지위와 언젠가는 남편이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바라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입장에선 오히려 자전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남편에 대한 두 갈래의 고민이 있었음을 독자들은 느끼게 된다.

 

책은 자전과 홍타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내용과  이 사건을 두고 여러 매체들이 쏟아내는 기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너머인 범인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그 사실 자체에 집중해 온갖 추측과 이야기들로 포장된 세태를 같이 보인다.

 

실제 저자가 그린 이 두 사람의 내면에 들어있는 생각은 타인들이 바라보고 결정지어진 듯한 말들과는 다른  부분들이 들어있다.

 

타인으로서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내용을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기에 실제 검사나 판사들조차 이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감정을 배제하지 못한 채 심문하는 과정과 자전이 사실을 말한다면 어떤 결말이 나오는지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불우했던 배경들은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정확한 자신의 내면에 찬 고백을 시원스럽게 내뱉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선과 악이란 정 반대의 입장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 악에 해당이 되지만 그 악이 발생하게 된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벌어진다는 환경의 여건, 굳이 자전만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라도 자신들의 내면엔 이러한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지만 한쪽을 누름으로써 그 불안한 감정을 자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작가의 글은 사건에 대한 집중보다는 인간의 본성 안에 들어있는 이러한 감정들을 들추어냄으로써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작가의 말처럼 선과 악의 중간지대인 회색지대도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는 것처럼 마치 실제 자전과 홍보가 생각하고 있었다고 생각될 만큼 묘사한 부분들이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