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12월 8일

원….우리가 하나였을 때

원표지  –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표지의 강렬한 색채와 스웨드 천처럼 느껴지는 촉감의 책, 더군다나 제목 자체도 ‘원”이다.

원…. 우리가 하나였을 때 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 처음에는 어떤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흔히 말하는 샴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적 방송에서 보던 영상으로 접한 샴쌍둥이의 화면이 기억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실제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껴지지 않는 소중한 것에 대한 것을 재차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원1

 

샴쌍둥이로 태어난 그레이스와 티피는 이렇듯 한 몸으로 이어지다 분리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실직자이자 술에 찌들어어사는 아빠, 가정을 실제적으로 이끄는 가장 역할의 엄마, 그나마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여기에 발레를 잘하는 막냇동생, 그리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

 

오로지 그레이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책의 내용은 특이한 형식을 취한다.

자유시 형식처럼 쓰인 글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가독성, 그리고 8월부터 시작해 이듬해인 3월까지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한 채색을 입힌 글들 때문에 독자들은 보통의 삶을 엿보는듯 하다가도 문득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각의 반성을 느끼게 되는 글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홈스쿨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 진학하게 된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속에 오로지 그들을 친구로 대해 준 사람들은 병에 걸린 야스민과 존뿐이었다.

 

신체적인 조건만 불편할 뿐이지, 그 나이 때에 가지는 이성에 대한 감정과 이에 대한 감상들, 자신들의 의료비 때문에 허덕이는 부모를 바라보는 심정들이 때론 안쓰럽게, 때론 좀 더 의학적인 발전의 한계성에 대한 원망을 가지게 한다.

 

분리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희박한 가능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심정들은 부모, 친구,동생 앞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내는 글들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한다.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 가지인  나무 위를 올라간 과정들, 읽다 보면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도 눈물이 또로록 흘러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없게 만드는 글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한쪽에 치우진 신체적인 조건을 감당하며 두 몸이 하나가 될 때의 삶, 그것을 온전히 지탱하며 살아갔던 티피의 삶은 그레이스가 있음으로 해서 이겨나갈 수 있었고 그레이스 또한 티피가 있음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거저 살아왔단 글은 가슴이 아파오게 만들었다.

 

–  결합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피는 나를 지켜주었고 우리 몸 전체에 필요한 혈액 대부분을 순환시키며 홀로 그 모든 짐을 감당했다.

 

나는 삶을 거저 살았다.

 

그리고 티피는 불평하지 않았다. -337p

 

원2 원3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생활, 그 자체의 고귀함과 고마움을 느껴주게 하는 책, 올 연말에는 이런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극한견주

극한견주  극한견주 1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세. 나. 개’를 즐겨 본다.

개뿐만이 아니라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나 할까?  동물들과 인간관계의 유착에서 오는 갈등과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시 방안과 실천 사항들은 타인의 입장임에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웹툰 작가인 마일로의 ‘극한 견주 1’편이 나왔다.

개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사모예드 종을 키우고 있는 저자의 일상생활을 밀착 취재한 것처럼 그려진 이 책은 솜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개와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다.

 

 

송이사진

 

 

어릴 적 키운 솜이가 점점 자라면서 행동의 반경이 넓어지고 개의 품종 특성상 털갈이가 시작되면  행사처럼 나타나는 개털과의 전쟁, 큰 덩치에 맞지 않는 다른 개들을 무서워하는 행동과 함께 방송에서 보던 개를 키우는 견주의 입장과 자신의 반려견 사이의 조화를 다룬 이야기들이 책을 보는 동안 마치 내가 키우고 있던 개를 회상하게 만든다.

 

산책 시에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는 가운데 주인이 끌려가는 현상들 때문에 여러 가지 개줄을 사용하게 되는 이야기, 사료 외에 사람이 먹는 음식에 식탐을 주체 못 하고 먹는 행위, 슬리퍼 하나를 갖고 견주와 눈치싸움 벌이는 장면들, 레이저 빛을 이용해 솜이를 놀리는 장면들은 웃음을 연발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솜1 송이2

 

키우면서 밉다가도 귀엽고, 그런 느낌이 서로 통하는 것을 알 때의 견주와 반려견 사이의 교류는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마치 이 책은 그런 점들을 포착해 잘 그려내고 있다.

 

천방지축 솜이 때문에 잠은 비록 잘 못 자지만 그래도 여전히 솜이와 마일로 작가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출산율보다 동물병원이 더 많아졌다는 보도에 혼자 사는 세대가 급속히 늘어나는 실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반려견, 반려묘, 기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 이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을 두루두루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기탄잘리

 

기탄잘리 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학창 시절 ‘타고르’에 대해 배웠을 때는 동방의 등불’이란 말로  인물로 기억이 된다.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란 것도 흥미로웠고 인도 출신의 시인으로서 수상했다는 것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도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계기가 되었던 사람이다.

그가 남긴 이 책, 기탄잘리가 바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작품이다

 

 

기탄초상

 

기탄잘리란 기트(git)’즉 노래를 뜻하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붙여서 말하면 ‘노래에 바침’으로 해석이 된다.

 

처음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자신의 언어인 벵골어로 쓰였다가 타고르 자신이 영어로 출판하게 된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책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이 시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는데, 이것만 보면 타고르의 적극적인 행동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책 속의 형식은 특별한 주제가 있고 쓰인 글들이 아닌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무방한 연가 형식을 취하되 독립적인 글들이 들어있다.

 

저자 자신의 종교나 이념, 자아, 사랑, 삶을 그린 대목들 하나하나를 읽고 있노라면 경건 그 자체로 울림을 주며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기도로서도 무방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기탄글

 

 

 

총 103편의 산문시가 전반부에 있다면 후반부에는 타고르 개인적인 생애가 담긴 글들이 들어있다.

그가 자라온 가정환경, 삶의 생애, 기탄잘리가 나오게 된 배경과 그가 관계를 맺고 있던 유명인들과의 일화까지 곁들여져 있어 후반부에 소개된 저자의 삶을 먼저 읽고 전반부의 시를 읽어도 좋고 그 반대로도 좋은, 개인 취향에 따라 바꾸어 읽어도 좋게 구성이 되어 있다.

 

책의 번역자인 류시화 시인의 매력 있는 글로 인해 타고르의 시가 더욱 빛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단아하면서도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느껴지는 글의 맥락들은 차분히 곱씹어 읽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특히 글과 함께 곁들인 사진이나 그림들이 들어있어 쉽게 접할 수가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더군다나 타고르란 시인을 좀 더 잘 알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 책은 기탄잘리를 통해 험난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한순간의 소중함  그리고 때론 좋고 싫고 슬프고 기쁜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낸 시집으로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한 해가 가기 전에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함께 하기에 좋을 책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