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표지의 강렬한 색채와 스웨드 천처럼 느껴지는 촉감의 책, 더군다나 제목 자체도 ‘원”이다.
원…. 우리가 하나였을 때 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 처음에는 어떤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흔히 말하는 샴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적 방송에서 보던 영상으로 접한 샴쌍둥이의 화면이 기억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실제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껴지지 않는 소중한 것에 대한 것을 재차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샴쌍둥이로 태어난 그레이스와 티피는 이렇듯 한 몸으로 이어지다 분리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실직자이자 술에 찌들어어사는 아빠, 가정을 실제적으로 이끄는 가장 역할의 엄마, 그나마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여기에 발레를 잘하는 막냇동생, 그리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
오로지 그레이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책의 내용은 특이한 형식을 취한다.
자유시 형식처럼 쓰인 글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가독성, 그리고 8월부터 시작해 이듬해인 3월까지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한 채색을 입힌 글들 때문에 독자들은 보통의 삶을 엿보는듯 하다가도 문득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각의 반성을 느끼게 되는 글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홈스쿨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 진학하게 된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속에 오로지 그들을 친구로 대해 준 사람들은 병에 걸린 야스민과 존뿐이었다.
신체적인 조건만 불편할 뿐이지, 그 나이 때에 가지는 이성에 대한 감정과 이에 대한 감상들, 자신들의 의료비 때문에 허덕이는 부모를 바라보는 심정들이 때론 안쓰럽게, 때론 좀 더 의학적인 발전의 한계성에 대한 원망을 가지게 한다.
분리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희박한 가능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심정들은 부모, 친구,동생 앞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내는 글들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한다.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 가지인 나무 위를 올라간 과정들, 읽다 보면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도 눈물이 또로록 흘러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없게 만드는 글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한쪽에 치우진 신체적인 조건을 감당하며 두 몸이 하나가 될 때의 삶, 그것을 온전히 지탱하며 살아갔던 티피의 삶은 그레이스가 있음으로 해서 이겨나갈 수 있었고 그레이스 또한 티피가 있음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거저 살아왔단 글은 가슴이 아파오게 만들었다.
– 결합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피는 나를 지켜주었고 우리 몸 전체에 필요한 혈액 대부분을 순환시키며 홀로 그 모든 짐을 감당했다.
나는 삶을 거저 살았다.
그리고 티피는 불평하지 않았다. -337p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생활, 그 자체의 고귀함과 고마움을 느껴주게 하는 책, 올 연말에는 이런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