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12월 19일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나의하루한마디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의 하루 한 장
정호승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을 달랑 한 장 남겨두고 이것저것 정리할 일들이 태산이다.

첫 시작일인 1월부터 뭐가 그리 바쁜 일들이 많았던 것인지, 요즘 책상을 뒤적거리면서 버릴 것, 다시 모아서 두어야 할 것, 책들과의 이별 선정과 타인에게 보내 줄 책 선정, 다시 보고픈 마음에 소장해야 할 책 선정까지…

쉬엄쉬엄 한다고는 했는데 여전히 손길은 바쁘다.

 

학창 시절 절친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코팅된 글들이 있다.

한창 유행했던 정호승 시인의 시 구절을 정성이 깃든 자필로 만년필을 이용해 한 구절 한 구절씩 정성스럽게 쓰고 그것을 코팅해 고리로 연결된 상태인 달력 형태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코팅지에 적힌 글귀들을 보면 당시를 회상하게 되고 그 시절에 있었던 추억을 더듬어보게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는 정호승 시인의 글이 참으로 좋다.

그것도 일력 형태로 만나보니 환상 그 자체다.

일력으로 선물 받은 달력들도 있지만 이  일력 형태로 만난 글 구절은 일단 요일과 연도에 상관없다는 점^^

 

1월1일 한마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에서 추려낸 글귀들을 통해 시인 스스로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 구절들이 일반 독자들에겐 물론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결정할 사항에 고민 중인 사람들, 그밖에 글을 읽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력으로써 모자람이 없다.

 

5.5한마디

인간관계에서 오는 많은 오해와 불협화음들 속에서 나 자신 스스로를 다지고 추려서 힘을 내게 할 수 있는 글귀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코 실망하지 말기를, 겸손과 감사함, 그리고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정말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글들이 많다는 점에서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7.26한마디

 

 

7.29한마디

 

한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인지 요즘엔 새삼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잘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큰 충돌 없이 타인들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뭐를 달고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이 글 구절들 한 장씩 넘기면서 읽다 보니 미처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에 관한 깊이를 다시 한번 느껴보게 해주는 일력이다.

 

 

앞.뒤한마디

 

연말연시라서 그런가, 정리의 의미처럼 다가오는  특히 곧 맞이하게 될  크리스마스라는 이름하에  방송에서는 연일 선물용으로 좋은 상품들을 선전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지인들에게 이 한 권에 담긴 일력을 선물한다면 어떨까?

큰 부피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한 장한 장 넘길 때마다 선물해 준 사람을 기억할 수 있다는 기쁨,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따뜻한 글귀로 인해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면 그 이상의 선물은 없을 것 같은데…..

 

연노랑색의 종이케이스에 담겨 있어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주는 일력!

짧지만 긴 여운을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내년에도 더욱 힘찬 용기를 갖게 해 줄 수 있는, 작지만 그 의미는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선물용으로 딱이다.

                                                 
                                            

 

파리의 아파트

파리아파트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출간될 때마다 국내의 고정팬들 뿐만이 아니라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작가 기욤 뮈소의 신작이다.

 

고국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렇게 호응이 좋은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답게 이번에도 여전히 스피드 한 전개는 변함이 없다.

 

전직 형사 출신인 매들린은 사귀던 연인이 본부인에게 돌아가고 실연의 아픔을 잊으면서 크리스마스의 휴가를 지내기 위해 파리를 선택한다.

머물 곳을 택한 집은 다름 아닌 천재적인 화가인 숀 로렌츠가 자신의 그림 완성을 위해 살았던 아틀리에 겸 생활할 곳으로 지내던 곳이다.

 

그런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한 남자가 집에 들이닥쳤으니 이 일은 어찌 된 일일까?

은둔형의 극작가인 가스파르는 자신의 새 작품 구상을 집필하기 위해 에이전시가 마련한 임대주책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매들린을 만나게 된다

 

임대회사의 전산착오로 인해 한 집에 두 이성이 머물게 된 사연, 결코 양보할 수없는 기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우연히 접한 숀의 심장병 사망으로 인한 아픈 소식과 함께 그의 아들이 부인과 납치되었다가 부인이 보는 앞에서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숀은 아들이 죽지 않았단 확신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아들을 찾고자 했다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고인이 된 상황, 그의 아들은 찾을 수 있을까?

 

전작에서는 두 이성 간의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물려 싸우는 과정이라든가, 어떤 상황을 겪게 되면서 둘의 로맨스가 이어지는 형식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바로 부성애를 강조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숀은 자신의 뮤즈로서 작품 활동에 활발한 영감을 불어넣어줬던 부인과의 사이에서 점차 불화가 잦아지는 상황이 오지만 그 가운데서 아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타 부모들과 같은 심정을 보인다.

무명시절에 함께 활동했던 여인의 숀에 대한 원망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지만 결코 아들은 죽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자신의 모든 작품 활동을 접고 찾아 나서는 부성애는 작가가 기존에서 다뤘던 스릴의 형식을 취하는 가운데 극과 극 관계인 매들린과 가스파르가 이 사건에 뛰어들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실연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낳아 키우려 했던 매들린, 어릴 적 아버지와의 원활치 못했던 관계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가스파르란 두 인물의 각기 다른 사연은 숀의 아들 찾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부여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연으로 엮인 공동체가 일반적이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범인의 성장 정이나 숀의 가정사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점차 분업화되고 개인주의의 독신세대가 늘어가는 요즘의 세태를 비추어 볼 때 서로가 다른 사정으로 인해 함께 ‘가족’이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들의 전개 상황이 저자의 현 세태를 직시하면서도 진정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이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기욤 뮈소가 그린 이 작품 속에 그가 생각하는 부성애에 대한 의미를 들여다보는 듯한 작품이기도 하다.

 

초기 작품인 ‘스키마다링크’ 이후 잔잔하면서도 달콤한 로맨스를 그린 것이 주된 작품의 활동이었다면 이제 다시 스릴의 맛을 느끼게 해 준 전작 ‘브루클린의 소녀’ 이후 이 작품에서도 이미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만큼 차후 작품에서는 어떤 스릴이 기다리고 있을지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