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인생
데이나 스피오타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2월
처음 제목을 대했을 때의 상상은 인생 그 자체에 있어서의 순수함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했었다.
작가에 대한 이력이나 기존의 작품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는 말 외에는 이 책의 내용은 책 표지 뒤에 적힌 문구로 인해 이야기의 흐름을 상상했는데, 생각처럼 쉽게 읽히진 않는 책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인터넷 사이트 ‘여성과 영화’에 실린 메도 모리란 여성의 에세이로 시작된다.
유명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자신이 10대 시절 오슨 웰스와의 짧고도 강했던 사랑 이야기 고백 이후 자신이 추구해온 영화감독으로서의 성공을 다룬 글은 댓글들과 함께 마무리된다.
이후 메도와 같은 동창이자 그녀가 갖고 있던 재능에 대한 부러움을 가지고 그녀와의 우정을 나누는 캐리란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니콜이란 가명으로 유명인사들과 전화만을 이용한 대화를 이용한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보통 소설이라고 하면 어떤 일정한 흐름의 이야기 진행이 되어가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읽으면서 그런 소설적인 느낌을 받은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 니콜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시력을 회복한 후에도 자신의 사랑 이야기와 이별, 그 후에 콜센터에 근무하면서 번외의 시간으로 다른 타인들과의 전화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탁월한 대화력과 목소리에 대한 궁금증은 책 속에서 이 내용을 촬영해 세상에 내보인 메도의 영화에 의해 시선을 모은다.
니콜과의 대화를 나누는 남성들은 니콜과의 만남을 희망하지만 그럴 때마다 니콜은 자신의 겉모습으로 보이는 외모에 실망하는 남성들과의 인연을 원치 않기에 타인의 사진을 보내면서 전화를 이어가지 않는 패턴을 보인다.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비친 나 자신의 모습과 나가 생각하는 나의 진정한 모습 속에 혼란을 보이는 니콜의 모습, 영화를 촬영하는 의도와 영화가 가지는 허구 속에 감춰진 진실된 모습들을 드러내 보고자 하는 메도의 행동 속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수치심, 이기심, 우월성의 욕망들이 차츰 대중에게 어떤 비난과 영향을 끼치게 되는가에 따라 변해가는 메도의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자라온 성장과도 관련이 깊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과 동시에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예술적인 것에 대한 고민, 여성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삶에 대한 생각, 그리고 메도가 차츰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을 바꾸어가는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 천연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지만 뜻하지 않은 방법들과 행동들 때문에 타인들에게 자신의 순수성과 진실이 매도되고 그 순수성에 우러난 다큐가 대중들에게 비난을 받으면서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이는 글들은 메도와는 다른 상업영화감독으로 발길을 돌린 캐리의 에세이 고백과 더불어 이야기의 흐름은 진행이 되고 메도와 캐리의 우정을 통해 나누는 영화의 이야기,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니콜의 이야기와 함께 엮이면서 영화의 장면처럼 보이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유명한 영화배우들이나 감독들, 영화 촬영기법의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편의 다큐를 찍는 과정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특히 영화를 전공하거나 영화에 대한 각 분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읽으면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실제 인물들과의 관계를 사실적이면서도 소설적인 허구를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구성력, 배우들이 연출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말들을 왜 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 촬영기법들은 문외한인 독자들에게는 다른 시선으로 다가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들 학창시절 펜팔을 하면서 사진은 남의 사진을
보내던 생각이 납니다.
글도 때로는 문장력 좋은 친구들이 대필했고요.
이 리뷰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웃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