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2월월

환생 동물학교

 

 

 

 

한생동물학교

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네이버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 중인 작품을 책으로 만났다.

전작인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감성으로 그린 작가이기에 이번에 나온 또 다른 이야기 속에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까?

 

불교에서는 윤회라는 말이 있다.

죽으면 생전에 살았던 모든 것을 토대로 다음 생에는 동물로 태어날지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지, 그 모든 것을 합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보이는 내용들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만일 내가 사랑하는 동물이 죽는다면 동물은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주인인 나와 잘 지내고 나에게 친구이자 위로를 주는 동물이기 전에 한 가족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죽은 반려 동물을 보냈을 때에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길 기도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이 책은 애견 동물들이 사후에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에 받는 교육센터인 환생 동물학교를 그린다.

 

동물 종류도 다양해서 고양이 , 개, 강아지, 하이에나….

초보인 선생이 당임을 맡게 되면서 그들이 자신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들이 했던 습성을 다시 배우기 위해 교육받는 과정은 만화지만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주인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찬 동물이 있는가 하면 입마개를 하고 살았던 동물의 실제 상황이 사실은 길들이기 위해 굶주렸다가 밥을 줌으로써 주인으로 각인시키는 과정 속에 실제 고마운 주인으로 섬기게 된 사연들은 인간이 동물을 길들이기 위한 가혹한 과정과 인간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들어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생1

 

인간이 보기에는 위험한 행동처럼 보였던 부분들이 실은 동물들 간의 보호와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행동이란 사실, 결국 인간도 한 종류의 동물에 속하고 다만 타 동물들보다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만에 젖은 행동을 했던 부분들은 없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환생2

 

 

서로 다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동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 그림들은 배려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곁들여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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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우린 모두 다르니까 각자 다른 걸 좋아하는 건 당연해!” – p162

                                                                                                                          
                                            

 

 

잊혀진 소년

 

잊혀진소년 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픽션이라고 내세우는 소설들 속에서는 더러 실제의 일처럼 느껴질 만큼의 사실적인 내용들이 들어있어 가끔 실제와 허구를 혼동하게 만든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와중에 닥치는 억울한 사연들을 접할 때면 그들의 고통은 물론 그와 연결된 가족이란 또 하나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은 더욱 그렇다.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 야리미즈에게 어느 날 미즈사와 가나에 라는 부인이 찾아와 23년 전에 실종된 자신의 아들 나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가까운 시간도 아니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사건을 대하면서 야리미즈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 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쿄 진다 서 교통과에 근무하고 있는 나오의 동네 친구이자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소마와 함께 사건의 해결이 뛰어들게 된다.

 

자신의 또래가 별로 없던 동네에 친구로서 어울리게 된 소마와 나오, 나오의 동생 다쿠까지 뜨겁던 여름을 지나 태풍이 불던 때를 기점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 그 당시, 과연 나오는 자신과 다쿠를 남겨두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책은 한 여인의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진 범인의 실체를 밝히고 그 범인으로부터 범행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몰아친 법의 허점과 자백의 실토 과정의 타당하지 못했던 부분에 의해 결국 범인으로 내몰린 나오 가족의 비극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백과 동시에 범인으로 판명 나고 9년 간의 복역 선고를 받게 된 나오의 아버지 데쓰오는 무죄가 밝혀지게 되지만 이미 해체된 가족은 다시 봉합될 수 없는 상태로 이루어진 상태였다.

 

한편 지금은 은퇴해 범죄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전 최고검찰청 차장검사인 고키와 마사노부의 손녀딸이 실종되면서 이 사건과 23년 전의 사건은 어떤 표시를 기점으로 무언가 연결이 되어있음을 느끼게 되는데, 과연 이 두 사건은 연결된 것인가?

 

책의 흡입력은 두꺼운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르게 읽힌다.

처음 도입부부터의 아련한 추억의 장면과 현재의 시점을 중심으로 두 사건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이 좀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한다.

 

법이란 것은  강. 약자 모두에게 공평한 잣대를 지휘함으로써 누구나가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제 법 앞에 선서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건을 두고 형량이나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 진행되는 절차 과정에서 억압, 협박, 사건의 진실성에 좀 더 확실히 다가서기 위한 노력은 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했는지를 책에서 묻는다

 

환생문구

 

결백을 밝혔음에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나오의 아버지는 그로 인해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게 되었고 그 이후 나오마저 실종이 된 아픈 세월을 보냈을 전 부인과 둘째 아들의 생활은 과연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까?

 

어린 세 소년들이 겪기에는 어렴풋한 기억 속에 잔재했던 행복했던 시절들과 현재의 실종된 고위급 손녀의 행방을 쫓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마와 그들의 동료들의 이야기들은 성장기에 있어서 결코 잊을 수없었던 행복했던 시절과 대비되는 범인의 실체와 그 진위를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긴박한 사건 풀이를 번갈아 가며 보이기에 더욱 가슴이 먹먹함을 지니게 한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법은 결과적으로 약한 자에게는 더욱 강한 형벌을 주었고 그 형벌로 인해 삶의 모든 것을 복수에 걸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 주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한 가족의 망가진 모습을 통해 저자는 줄곧 현행의 법 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나오의 실체가 뜻밖에 밝혀지는 과정 속에서 이후 전개되는 과정들은 여전히 법은 그들이 저지를 실수를 인정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뒤로 남겨 둔 채 저자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는 당시 사건에 관련한 사람들의 삶을 보임으로써 또 한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정한 판단과 올바른 범인 색출의 방법에 대해 더 나은 조치를 취해야 함을 느끼게 해 준다.

 

 

모두가 죽었다고 믿었던 23년 전의 소년 나오-

그는 당시에도 죽었고 지금도 이미 죽은 사람으로 살아갔었단 점에서 많은 아픔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죽음을 사랑한 소년

죽음을 사랑한 소년

죽음을 사랑한 소년 스토리콜렉터 6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월

기다렸던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대머리에 찌근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며 마리화나를 달고 사는 남자, 자신의 아버지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대형 서점 체인에서 책을 훔치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남자 주인공, 그의 곁에는 다른 작품에서 수사활동을 했던 자비네가 있다.

 

5년 전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피트 판 론을 정신적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만 수용하고 있는 슈타인펠스 교도소에 넣은 슈나이더-

 

그런데 스위스 베른에서 다리 밑에 처참한 모습으로 매달린 시체를 조사하면서 죽은 대상이 슈나이더에 대해 불리한 결정을 내렸던 한 사람으로 밝혀진 유명인 사다.

 

이후 발견이 되는 사람들마다 모두 슈나이더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 뿐,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슈나이더의 억울함을 알고 누군가가 대신 해결사로 나선 것인가, 아니면 슈나이더를 궁지에 몰아넣을 심산으로 이런 살인을 벌인 것인가?

 

한편 심리 치료사 한나는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빈자리를 스스로 자처하며 들어간 곳이 슈타인펠스 교도소로  왜 그녀는 모두가 망설이는 이 곳을 택했을까?

 

사건의 진행은  10월 1일 이전인 9월 23일 경으로 되돌아가면서 한나가 교도소에서 범죄자들, 특히 피트 판 론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독자들에게 궁금증 유발을 일으킨다.

 

분명 현재의 죽은 시체의 양상 패턴을 보면 피트 판 론의 판박이 모습인데 그는 감옥에 있는 상태고, 그렇다면 모방범의 살인일까?

 

책은 피트 판 론과 슈나이더와의 관계, 우리가 재밌게 읽은 안데르센 동화를 기반으로 젊은 여인들을 참혹한 방식으로 죽여나가는 피트의 행동을 통해 그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인정받고 싶었던 희망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성향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낸다.

 

철저한 비상 두뇌로 인해 슈나이더와의 대결이자 그들의 뿌리칠 수 없는 긴박한 상황들은 독자들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는 점에서, 더욱이 자신이 피트를 죽여야만 했던 애절한 심정과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주인공의 삶은 추리 스릴러가 가진 재미와 함께 독자들도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피트 판 론이 제대로 성장했다면, 아니 그의 정신 상태가 제대로 보통의 사람들처럼 가지고 있었다면 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또 다른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삶을 포기할 만큼 살인을 통해 슈나이더와의 재대결을 원한 그의 계획은 끔찍하고 서슬 퍼런 긴장감을 보인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또 다른 살인의 행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정, 그에게 최선으로 다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를 구원해주지 못한 슈나이더의 아픈 부성애는 그가 차기 작품에서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행동을 보인 장면들을 통해 슈나이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연민을 갖게 한 작품이다.

 

그가 다시 등장할 소재는 무엇일지,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개인이 저지른 살인을 통해 아픔을 느끼고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들의 또 다른 복수와 이에 얽힌 다양한 연결 고리들은 이 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그리는 긴박감 조성과 추리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모두 그려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

혹동고래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
류커샹 지음, 하은지 옮김 / 더숲 / 2018년 2월

삶의 여정을 끝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혹동고래 모모의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존재의 삶에 대한 의미와 모모의 관찰을 통해서 바라보는  느낌을 통해 잔잔한 인상을 심어준다.

 

나이가 많고 예전과는 같지 않음을 느낀 혹동고래 모모-

죽음이 가까워지자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생에 대한 의미와 존재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저자는 타이베이 출신 유명 작가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흔히 우화란 표현을 써서 인간의 삶을 대비해 보는 책들은 항상 마음의 되돌아봄을 느끼게 만들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투영해봄으써 새로운 마음가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혹동고래란 포유동물의 삶과 여정을 통해 많은 생각과 감동을 선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부딪치는 역경과 고난도 있고 기쁨과 슬픔, 모든 상념을 뒤로하고 넓은 마음으로 인생을 되돌아보기까지 우리들은 시행착오를 겪지만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이겨나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모모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과도 같은 동질감, 그 속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함과 모모가 만나는 생물들의 생각을 통해 인간의 삶을 대변해 보인다는 느낌, 모모와 함께 나 자신도 바닷속으로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혹동1

 

지치고 나태해지기 쉬운 생활 속에 던지는 모모의 모험은 우리들에게  모모가 겪는 여정을 통해 나와 내 주위의 모습들, 나가 나 자신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물어보는 물음과 해답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 스스로 그린 그림과 글들을 통해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책, 좀 더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북돋아주는 책, 따뜻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악마의 문장

악마문장악마의 문장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12월

일본의 유명한 추리 스릴러의 작가들 경력을 보면 대부분 ‘에도가와 란포’란 수상을 한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유명한 일본계의 추리 스릴을 개척한 거장답게 수상작에 이름을 붙일 만큼 그가 이루어낸 길은 추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고 있는 사실인 만큼 이 작품을 통해서 그가 쓴 소설을 접해본 것 또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든 필명답게 그의 작품 속에서는 환상이 깃든 분위기, 공포가 들어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대적인 간격도 있고 그가 다룬 이전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다.

 

 

 

괴한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유명 기업가인 가와테와 두 딸은 유명 탐정이자 박사인 무나카타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무나카타는 조수에게 사건의 내막을 조사시킨다.

하지만 조수가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고 이어서 범인은 가와테의 두 딸마저 살인하게 되면서 사건을 벌인 범인 추적은 심각성을 띠게 된다.

 

책은 지금의 영화와 예전의 과거 영화를 비교할 때의 차이점이 드러나듯 현란한 기구나 기막힌 고도의 지능을 발휘하는 두뇌게임, 빠른 전개의 맛을 볼 수는 없다.

 

투박한 질감의 두꺼운 옷을 만지듯이 하나하나 천천히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들은 답답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런 만큼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변천사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준다.

 

범인은 무엇 때문에 가와테와의 인연을 악연으로 생각하며 이런 일들을 진행하는 것일까?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악마의 문장은 이 사건의 단서가 되는 3중 소용돌이 지문을 의미한다.(P108)란 말처럼 범인의 의중 있는 행동 속에 음험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사건의 전개는 왜 에도가와 란포가 유명한 작가의 대열에 이르렀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지금 보면 당연한 범인의 실체를 알아차릴 수도 있는 분위기와 증거를 통한 상상을 해 볼 수 있지만 당시에 쓰인 시대를 감안한다면 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썼다는 자체에 발전된 추리 스릴러의 앞장을 섰다는 데엔 의문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아케치 코고로’의 역할은 범인과 트릭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반전의 맛을 선사했다는 점, 악마의 문장이란 제목 아래 펼쳐진 범인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은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다이스맨

다이스맨다이스맨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누구나 한 번쯤은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삶에서 일탈을 꿈꾼다.

꿈꾸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것은 이상보다는 현실이 앞선다는 사실, 결국엔 망설임 끝에 자중을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과감하다고 해야 할지, 미쳤다고 해야 할지, 정말 모를 남자를 만났다.

 

사회적인 인식에서 보자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남자,  루크 라인하트.

직업은 정신과 의사요, 아름다운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생활을 하는  그는 점차 이런 생활에서 오는 변화 없는 삶이 평범하다 못해 단조롭고 그래서 느끼는   권태가 지겹다고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주사위를 보게 되면서 각 숫자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돌려서 나온 숫자의 결정에 따라 행동에 옮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작은 우선 아래층 부인을 강간하겠다고 결정한 숫자가 나오면 행동에 옮긴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말 주사위의 숫자는 그렇게 나와버렸다.

 

행동에 옮기게 된 루크는 이후 주사위에 적힌 결정대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그 치료는 후반부에 갈수록 각지에 주사위 센터가 설립되는 현상을 보인다.

 

마치 모든 결정권은 주사위가 내린 대로 하라는 식의  종교적인 의식처럼 퍼져나가는 이러한 일탈은 처음에도 그렇지만 루크라는 인물의 행동에 동조를 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정도는 답답한 삶에 갇힌 루크라는 인물을 통해 누구나 꿈꾸지만 할 수 없었던 일탈에 대한 의미에서는 이해를 하게 된다.

그 방법이 오로지 주사위에만 의존해서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책은 주사위 맨이라고 불리는 루크라는 인물의 행동과 결정을 통해 처음엔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모호한 느낌이 그 기준점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왜 이 책이 50년 가까이 ’20세기 최고의 컬트 소설’로 추앙받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선택이란 갈림은 하루에도 수시로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하찮은 일에서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후회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해 주는 주사위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겠지만 이 주사위마저도 그 숫자에 어떤 결정을 적어 넣느냐에 따라 또 다른 결정의 선택을 요구한다는 딜레마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루크처럼 새로운 어떤 일탈을 꿈꾸는가?

주사위를 던짐으로써 결정되는 선택의 쾌감과 일탈, 루크의 행동은 이해할 수없지만 조금이나마 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 싶다면,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작은 일탈을 꿈꾼다면 주사위를 돌려봐도 괜찮겠지?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먼북으로가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매해 유명한 작품상 수상작품에 대한 궁금증은 그 문학상에 대한 기대감, 수상자의 글을 통해 심사위원들의 향후 심사의 기준 같은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기에 출간 소식을 기다리는 독자의 입장에선 흥분이 된다.

 

2014년도 맨 부커상 수상작, 장르 소설로써 접해왔던 호주의 작가가 아닌 유명 수상작으로서 접하는 호주 출신의 작품이란 점에서 출간 소식을 접하고 무척 기다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전쟁을 소재로 삼아 드러내는 다양한 활보는 그것을 자신에 맞게 접하는 사람들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게 된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상을 통해서, 글 읽기를 좋아한다면 활자를 통해서….

 

이렇듯 인류 역사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이란 키워드는 어떻게 다뤄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작품, 바로 이 작품에 엄지 척!

 

다른 책이나 영상처럼 이 책의 내용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일흔일곱 살의 도리고 에번스-

 

호주에서 저명한 유명 인사이자 외과의로서 성공한 인물이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 그는 사실 내면에는 피폐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의 인생의 최대 잊을 수없는 숙모와의 헤어 나올 수 없는 금단의 사랑,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일본군 포로로서 일본군이 당시 태국과 미얀마 간 철도 건설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하지만 당시 겪었던 트라우마는 평생을 그에게 아픈 상처로 남긴다.

 

문득 책을 읽으면서 영화 ‘콰이어 강의 다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하는 철도 건설 현장이 이 책에서 겹쳐 보인다.

 

매번 하루에 필요한 일군들을 선별하기 위해 일본군 나카무라와 노동에 적합한 병사 차출의 숫자를 목숨 걸고 타협을 볼 수밖에 없었던 도리고, 그들 안에서 벌어졌던 굶주림과 고통,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일 자체가 생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그들이 숙명처럼 안고 가야만 했던 짐이었다는 사실들은 이 책의 제목에서 의미하듯 상반된 의미로서 다가오게 한다.

 

일본의 하이쿠를 불러대며 포로들을 매질하고 폭행으로 죽이는 장면들, 변변한 수술도구조차 없어 다리 절단을 통해 생사의 기로에 섰던 동료를 끝내 지키지 못한 처절한 시간들은 정 반대의 극한 상황을 변주함으로써 전쟁이란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든다.

 

**** 순간적으로 그는 무서운 세상의 진실을 본 것 같았다. 끔찍한 공포에서 도망칠 길이 없고 폭력이 영원한 세상, 세상이 창조한 문명보다 폭력이 더 위대하고 유일한 진실이며, 폭력만이 진실한 신이기 때문에 인간이 숭배하는 어떤 신보다 폭력이 더 위대한 곳, 마치 인간은 폭력의 세력이 영원히 유지되도록 폭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폭력은 항상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결코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끝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의 부츠와 주먹과 끔찍한 행도 아래에서 죽어갈 것이다.  인류의 모든 역사는 폭력의 역사였다.

 

전쟁이 끝난 후  이스라엘이나 서방의 국가들은 전범자들에 대한 추적을 통해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비극의 마무리를 위해  그들이 역사의 한 시대에 포함되었던 진실의 정당성을 완결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책은 그런 여파에서 하나 더 이어진 장면들이자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을 보인다.

 

천황을 위해 선을  행한 자신들의 행동은 그저 하나의 정당방위처럼 여겨지는 과정과 그들의 뇌리 속에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전쟁에서 겪은 기억의 망각 성, 전후에 다시 보통의 인자한 아버지이자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나카무라 같은 일본인이 있는가 하면 일본의 침탈에 일본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한 조선인 최상민 같은 인물을 통해 상위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인 자신의 처지가 결국은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의 결정 자체도 말로만 전범 죄목으로 교수형에 처한다는 결정이 사실은 그들도 정의란 이름 아래 복수심을 감춘 행위가 아닌가 하는 글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전쟁 진행 후에 이어지는 또 다른 배신을 보인다는 점에서 타 책들과는 다른 점을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된다.

 

강자독식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고자 했던 포로들, 그 안에서 질투와 배신, 모욕, 처참하게 죽어간 다이키와 도리고의 인연은 기막힌 인생의 한 단면을 보이는 동시에 아픈 상처를 간신히 추스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독자들에게 가감 없는 솔직함을 보였다는 점에서 행복과 불행이란 단어의 차이, 전쟁과 평화는 그저 종이 한 장 차이요, 동전의 양면성이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단 하나의 여인과의 불같은 사랑,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제삼자의 불편한 심정들이 결국은 모두가 하나의 원 안에서 돌고도는 풍차처럼 불행의 연속성을 보인 생활들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전쟁이란 것이 있음으로 해서 벌어진 비극을 담아낸 저자의 이러한 글은 도리고란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삶을 통해 죽음의 철도 라인에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모두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고 이어졌다는 것,   더군다나 지독하고 처절했던 전쟁의 현장에 대한 기억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사라지거나 미화되어 각인이 된다는 점에서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행복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과거만 있다. 노인이 된 뒤 도리고 에번스는 이것이 어디서 읽은 말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만들어냈다가, 이것저것 뒤섞었다가, 다시 부숴버렸나? 가차 없이? 바위가 자갈이 되고, 자갈이 흙이 되고, 흙이 진흙이 되고, 진흙이 바위가 되는 식으로 세상은 굴러간다. 그가 세상이 왜 이러저러한 모습인지 설명해달라고 다그칠 때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 그대로다. 세상은 그냥 그런 거야. 원래 그래, 아들.

 

 

강자 약식의 세계에서 살기 위해 해야 했던 행동들, 그 행동들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쾌감과 우월함을 느끼게 되는 일본군이나 일본군 내에 속해있던 조선인들의 이성을 망각한 실태들은 전쟁이란 특수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대 인간으로서 서로가 대하고 살아가야만 했던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날 것 그대로의 삶, 그 자체를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안타까움과 역겨움, 아픔을 모두 동반해 드러낸 책이 아닌가 싶다.

 

문장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진실됨이 가미된 책, 꾸밈없고 가감 없이 드러낸 시대의 흐름을 일본의 하이쿠와 대비함으로써 극과 극의 체험을 오고 가게 한 저자의 필력을 읽으면서 모처럼 소름이 돋아나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진정한 적은 인간인가?라는 물음을 수도 없이 몰아치며 생각하게 하는 책, 책 속에 자신의 청춘을 전장에 바친 포로들, 50엔 받자고 일본군에 자원한 최성민 및 그 외의 조선인들 모두에게 진혼곡 하나 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금색기계

금색기계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들, 특히 이 책은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계의 만남, 미스터리를 취하면서 그린 이야기라 생소하게 다가왔다.

 

1547년 ~ 1747년 동안 신비한 힘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담은 에도시대는 환상과 인간이 같이 공존했다는 에도시대를 설정으로 한다.

 

어느 날 유곽의 주인인 구마고로에게 한 유녀 후보생이 찾아온다.

자신의 이름을 하루카라고 밝힌 그녀는 자신의 비상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손만 대면 생명을 앗아가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 덕분에 자신을 범하려는 사람을 본의 아니게 죽이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하지만 구마고로 또한 비범한 재주를 가졌으니 바로 다른 사람의 ‘살의’를 읽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또한 유곽을 운영하기 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으로서 하루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게 되는데, 하루카가 겪은 삶의 여정은 그녀가 가진 재능에 비해 순탄지만은 않다.

 

여기에 또 다른 하루카의 남편 겐신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분별되어 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형식을 취한다.

 

이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온몸이 금색으로 뒤덮인 자신은 ‘달’에서 왔다고 하는 금색 신이 들어섬으로써 이야기는 사랑과 배신, 운명에 굴복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에도시대에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상상만 해도 조금 우스울 것 같기도 하고 섬뜩할 것 같기도 하지만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가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새 교차되는 운명의 그늘이란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사람들의 감정에 이입하게 된다.

 

저자가 그린 시대적인 배경도 신선했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기계적인 금색님의 출현을 등장시키고 고대의 시대로 그려볼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SF, 추리, 환상적인 배경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진 책이다.

 

작품 속의 진지한 장면들이 심각하게 나옴에도 기계적인 음으로 생각되는 소리를 곳곳에 장치한 작가의 센스 또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 점으로 기억이 된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품인 만큼 기존에 읽었던 타 작품들에 비해 신선함이 뛰어났던 작품, 금색 신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 작품이다.

 

티어링의 여왕

티어링티어링의 여왕 티어링 3부작
에리카 조핸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월

헝거게임과 왕좌의 게임을 혼합한 책이란 문구에 끌려서 읽게 된 책-

특히 엠마 왓슨이 시리즈물 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한 결심을 번복하게 만든 책이란 것에 더욱 그 호기심을 이끌었다.

 

책 속의 내용은 19 살의 켈시란 소녀가  자신을 키우고 교육시키던 사람들의 손을 떠나 어느 날 여왕의 자리에 오를 것을 권하면서 온 근위대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흔한 이야기의 기시감, 책의 첫출발은 일찍부터 엄마의 손을 떠나 아기 때부터 헤어져 살다 엄마가 죽자 그 뒤를 이은 외삼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죽이려는 위험에 벗어나 왕궁으로 가는 여정과 삼촌이 섭정을 하게 된 나라인 티어링이라는 나라는 위태함을 보인다.

 

책의 배경은 티어링이란 나라가 탄생된 경위, 배경은 중세인 것 같은데 명칭이나 과거의 시대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은 우리의 현재가 멸망하는 시기, 크로싱이란 명칭으로 불린 때를 벗어나 살게 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때는 과학의 발달도 있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 과학마저 잃어버려 약조차도 쉽게 구하기가 어려운 시대, 교황권의 통제 아래 나라를 다스린다는 설정, 티어링이란 나라를 자신의 나라에 아래에 두고 공물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옆 나라 모트 메인의 붉은 여왕이란 독재자와의 싸움을 기약하는 설정을 이룬다.

 

자신의 태어난 신분, 여왕이란 자리의 버거움 속에 비참하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모습과 추첨제로 선발되어 인간 공물로 실려가는 세태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결정해야 하며 어떻게 다음 일들을 실천해나갈 때 필요한 자질, 요건들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성장하는 켈시란 주인공의 내면을 독자들이 함께하는 이야기는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한 소재로서 적합하게 잘 그린 책이란 생각이 든다.

 

사파이어 목걸이가 가진 비밀, 티어링을 과연 붉은 여왕이 이끄는 모트 메인으로부터 진정한 독립된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시리즈물로 출간이 된다고 하는 만큼 19살 소녀가 성인으로서 발돋움해가며 그녀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앞날과 나라를 위해 힘을 기울이는 근위대의 모습들과 비밀에 쌓인 페시란 인물에 대해  더욱 궁금하게 만든 묘한 현실과 환상적인 결합의 장면들이 다음 2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얼어붙은 바다

얼어붙은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첫 시작부터 강렬함을 선사하는 책, 2016년도 맨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의 재미와 문학적인 요소를 갖춘 책이란 생각이 든다.

 

선박의사로 포경선 볼런티어 호에 올라탄 섬너는 의사의 자격으로 배에 오르는 인물이다.

본인  말로는 재산으로 받게 될 골치 아픈 유산 문제로 인해 잠시 떠나 배에 올랐다고는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믿질 않는다.

고래를 잡는 포경선에 오른 그 외에 선장 브라운 리, 욕설을 달고 사는  헨리 드랙슨, 그 외 다른 선원들이 함께 탄 배의 묘사는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표현되는 문장들과 욕설에서 시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 육지도 아닌 바다 한가운데에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사투들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 앞에서 어떤 뚜렷한 구분을 지을 수가 없는 묘사들로 넘쳐난다.

 

각 인물들 묘사에는 비밀들이 있거나 상식선을 넘어선 인물들 투성이다.

흑인 소년을 강제 성폭행하고 죽이는 헨리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 사실 배가 떠난 목적이 고래를 잡기 위해서가 아닌 배를 침몰시키고 보험금을 타려는 속셈을 지닌 채 출항했다는 비밀 앞에서 여전히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배에서 생활하는 섬너의 행동들은 상반되는 목적을 지닌 인간들의 군상들이 어떻게 부딪치고 싸우는 과정에서 본색을 드러내는지를 가감 없이 묘사한다.

 

섬너가 없는 틈을 타서 그의 가방을 뒤진 헨리, 섬너가 말한 인도에서의 생활은 세포이 항쟁 당시 탐욕에 눈이 어두워 도적질을 하는 바람에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됐다는 사실, 이에 좀 더 나은 생활을 꿈꾸게 되나 결국 아편 중독자로 떨어져 버린 그의 삶 자체도 불행이지만 사람을 밥 먹듯 죽이는 생활을 하는 헨리라는 인물도 결코 정상인이 아니다.

 

그런 이들 외에 자신의 배를 버림으로써 또 다른 회생을 꿈꾸는 볼런티어 호의 주인 백스터까지 저자는 이들의 인물들을 통해 누가 선한 사람이고 악한 사람인지를 확연히 구분해 설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본연의 날것 그대로인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극과 극의 최대치를 보여줬단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의 고래를 잡을 때의 노래 장면이나 뱃일하는 과정들은 마치 생생한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영국의 찬란한 시대였다는 빅토리아 시대라는 당시를 상상하건대 이토록 위생 관리가 엉망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장면들까지, 그 어떤 것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점들이 각인이 되어 새겨지게 한다.

 

최후까지 남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섬너,  아니면 헨리일까?

 

대영제국이란 타이틀 아래에 자신들의 욕망과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너도나도 허우적 거리듯 헤엄쳐 나오려는 인간들의 군상들을 표현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속성들을 볼 수 있었던 책, 각 장면들 하나하나  지워질 수 없는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