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커렐라
애슐리 포스턴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펌 / 2018년 1월
옛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놓은 방식은 이미 영화에서 많이 이용되는 소재가 되곤 한다.
특히 어릴 적 꿈같은 잘생긴 백마 탄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순수한 가슴에 아련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히 청소년들부터 읽으면 그 호감도가 클 것 같은 책이다.
재투성이 아가씨란 서양 동화는 한국의 콩쥐와 팥쥐에 해당되는 비슷한 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가진 동화다.
그런 신데렐라의 재해석처럼 여겨지는 이 책은 여주인공 엘의 열악한 삶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새엄마와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엘은 7년 동안 이런 생활의 고충을 겪고 있다.
아버지 살아생전 좋아했던 고전 중의 고전 SF 드라마 < 스타필드 >를 함께 했던 덕후 생활이 계속 이어져서 레벨거너’라는 <스타필드>만을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그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새엄마의 협박과 쌍둥이들의 등쌀에 못 이기면서도 아르바이트로 푸드트럭에서 일하고 언젠가는 독립의 날을 꿈꾼다.
어느 날 그토록 좋아하는 스타필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히로인 카민도어 왕자와 아마라 공주역에는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의 제목인 기커렐라는덕후를 뜻하는 ‘geek’과 신데렐라를 합성한 ‘Geekerella을 뜻한다.
제목의 암시처럼 책은 엘이 애틀랜타에서 2주 뒤에 열리는 <스타필드> 코스프레 대회에 참여해서 1등을 하고 말겠다는 결심과 왕자 주인공인 십 대들의 스타 배우 대리엔의 화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한없이 불편하고 억울한 생활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그런 과정 속에서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른 채 자신이 갖고 있는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본연의 모습을 알아봐 준 미지의 한 소녀와의 전화 문자를 통한 사랑의 메시지 전달은 시종 따뜻하고도 유쾌하게 그려진다.
화면에 보이는 모습만 보고도 주인공에 어울리는 역할이 아닌 사람이 됐다는 인식을 허물고 스타라는 자리 뒤에 감춰진 대리엔이 가진 고민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 그 속에서 신데렐라에서 나오는 호박마차, 드레스, 유리구두, 무도회의 표현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동료인 도움과 엘의 성공을 기원해주는 진정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게 그려진 과정이 재미를 준다.
가엾고 불쌍한 신데렐라가 진정한 사랑의 상대를 찾고 왕자와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룬 이야기처럼 엘 또한 대리엔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펼쳐나가는 이야기의 전개는 모처럼 동화의 로맨스로 푹 빠지게 한 시간을 준다.
두꺼운 페이지임에도 순식간에 빠져드는 전개, 옛 동화를 펼쳐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