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첫 시작부터 강렬함을 선사하는 책, 2016년도 맨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의 재미와 문학적인 요소를 갖춘 책이란 생각이 든다.
선박의사로 포경선 볼런티어 호에 올라탄 섬너는 의사의 자격으로 배에 오르는 인물이다.
본인 말로는 재산으로 받게 될 골치 아픈 유산 문제로 인해 잠시 떠나 배에 올랐다고는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믿질 않는다.
고래를 잡는 포경선에 오른 그 외에 선장 브라운 리, 욕설을 달고 사는 헨리 드랙슨, 그 외 다른 선원들이 함께 탄 배의 묘사는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표현되는 문장들과 욕설에서 시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 육지도 아닌 바다 한가운데에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사투들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 앞에서 어떤 뚜렷한 구분을 지을 수가 없는 묘사들로 넘쳐난다.
각 인물들 묘사에는 비밀들이 있거나 상식선을 넘어선 인물들 투성이다.
흑인 소년을 강제 성폭행하고 죽이는 헨리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 사실 배가 떠난 목적이 고래를 잡기 위해서가 아닌 배를 침몰시키고 보험금을 타려는 속셈을 지닌 채 출항했다는 비밀 앞에서 여전히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배에서 생활하는 섬너의 행동들은 상반되는 목적을 지닌 인간들의 군상들이 어떻게 부딪치고 싸우는 과정에서 본색을 드러내는지를 가감 없이 묘사한다.
섬너가 없는 틈을 타서 그의 가방을 뒤진 헨리, 섬너가 말한 인도에서의 생활은 세포이 항쟁 당시 탐욕에 눈이 어두워 도적질을 하는 바람에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됐다는 사실, 이에 좀 더 나은 생활을 꿈꾸게 되나 결국 아편 중독자로 떨어져 버린 그의 삶 자체도 불행이지만 사람을 밥 먹듯 죽이는 생활을 하는 헨리라는 인물도 결코 정상인이 아니다.
그런 이들 외에 자신의 배를 버림으로써 또 다른 회생을 꿈꾸는 볼런티어 호의 주인 백스터까지 저자는 이들의 인물들을 통해 누가 선한 사람이고 악한 사람인지를 확연히 구분해 설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본연의 날것 그대로인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극과 극의 최대치를 보여줬단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의 고래를 잡을 때의 노래 장면이나 뱃일하는 과정들은 마치 생생한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영국의 찬란한 시대였다는 빅토리아 시대라는 당시를 상상하건대 이토록 위생 관리가 엉망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장면들까지, 그 어떤 것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점들이 각인이 되어 새겨지게 한다.
최후까지 남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섬너, 아니면 헨리일까?
대영제국이란 타이틀 아래에 자신들의 욕망과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너도나도 허우적 거리듯 헤엄쳐 나오려는 인간들의 군상들을 표현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속성들을 볼 수 있었던 책, 각 장면들 하나하나 지워질 수 없는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