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2월 19일

악마의 문장

악마문장악마의 문장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12월

일본의 유명한 추리 스릴러의 작가들 경력을 보면 대부분 ‘에도가와 란포’란 수상을 한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유명한 일본계의 추리 스릴을 개척한 거장답게 수상작에 이름을 붙일 만큼 그가 이루어낸 길은 추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고 있는 사실인 만큼 이 작품을 통해서 그가 쓴 소설을 접해본 것 또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든 필명답게 그의 작품 속에서는 환상이 깃든 분위기, 공포가 들어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대적인 간격도 있고 그가 다룬 이전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다.

 

 

 

괴한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유명 기업가인 가와테와 두 딸은 유명 탐정이자 박사인 무나카타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무나카타는 조수에게 사건의 내막을 조사시킨다.

하지만 조수가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고 이어서 범인은 가와테의 두 딸마저 살인하게 되면서 사건을 벌인 범인 추적은 심각성을 띠게 된다.

 

책은 지금의 영화와 예전의 과거 영화를 비교할 때의 차이점이 드러나듯 현란한 기구나 기막힌 고도의 지능을 발휘하는 두뇌게임, 빠른 전개의 맛을 볼 수는 없다.

 

투박한 질감의 두꺼운 옷을 만지듯이 하나하나 천천히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들은 답답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런 만큼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변천사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준다.

 

범인은 무엇 때문에 가와테와의 인연을 악연으로 생각하며 이런 일들을 진행하는 것일까?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악마의 문장은 이 사건의 단서가 되는 3중 소용돌이 지문을 의미한다.(P108)란 말처럼 범인의 의중 있는 행동 속에 음험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사건의 전개는 왜 에도가와 란포가 유명한 작가의 대열에 이르렀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지금 보면 당연한 범인의 실체를 알아차릴 수도 있는 분위기와 증거를 통한 상상을 해 볼 수 있지만 당시에 쓰인 시대를 감안한다면 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썼다는 자체에 발전된 추리 스릴러의 앞장을 섰다는 데엔 의문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아케치 코고로’의 역할은 범인과 트릭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반전의 맛을 선사했다는 점, 악마의 문장이란 제목 아래 펼쳐진 범인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은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다이스맨

다이스맨다이스맨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누구나 한 번쯤은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삶에서 일탈을 꿈꾼다.

꿈꾸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것은 이상보다는 현실이 앞선다는 사실, 결국엔 망설임 끝에 자중을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과감하다고 해야 할지, 미쳤다고 해야 할지, 정말 모를 남자를 만났다.

 

사회적인 인식에서 보자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남자,  루크 라인하트.

직업은 정신과 의사요, 아름다운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생활을 하는  그는 점차 이런 생활에서 오는 변화 없는 삶이 평범하다 못해 단조롭고 그래서 느끼는   권태가 지겹다고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주사위를 보게 되면서 각 숫자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돌려서 나온 숫자의 결정에 따라 행동에 옮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작은 우선 아래층 부인을 강간하겠다고 결정한 숫자가 나오면 행동에 옮긴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말 주사위의 숫자는 그렇게 나와버렸다.

 

행동에 옮기게 된 루크는 이후 주사위에 적힌 결정대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그 치료는 후반부에 갈수록 각지에 주사위 센터가 설립되는 현상을 보인다.

 

마치 모든 결정권은 주사위가 내린 대로 하라는 식의  종교적인 의식처럼 퍼져나가는 이러한 일탈은 처음에도 그렇지만 루크라는 인물의 행동에 동조를 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정도는 답답한 삶에 갇힌 루크라는 인물을 통해 누구나 꿈꾸지만 할 수 없었던 일탈에 대한 의미에서는 이해를 하게 된다.

그 방법이 오로지 주사위에만 의존해서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책은 주사위 맨이라고 불리는 루크라는 인물의 행동과 결정을 통해 처음엔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모호한 느낌이 그 기준점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왜 이 책이 50년 가까이 ’20세기 최고의 컬트 소설’로 추앙받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선택이란 갈림은 하루에도 수시로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하찮은 일에서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후회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해 주는 주사위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겠지만 이 주사위마저도 그 숫자에 어떤 결정을 적어 넣느냐에 따라 또 다른 결정의 선택을 요구한다는 딜레마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루크처럼 새로운 어떤 일탈을 꿈꾸는가?

주사위를 던짐으로써 결정되는 선택의 쾌감과 일탈, 루크의 행동은 이해할 수없지만 조금이나마 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 싶다면,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작은 일탈을 꿈꾼다면 주사위를 돌려봐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