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4월 27일

글씨의 정석

글씨의 정석 표지

글씨의 정석 –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바른 글씨 연습
윤디자인그룹 지음 / 심야책방 / 2018년 4월

각 나라마다 갖고 있는 서체는 실로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랍권의 글씨와 불어, 스페인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독특한 서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독특한 글씨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한글이라고 생각한다.

 

초, 중, 종성에 따른 조합에 어울리는 글씨체의 변형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나만의 개성 있는 서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들어 부쩍 생겼다.

 

다름 아닌 필사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는데, 요즘은 컴을 이용한 자판 두드리기를 통해 나만의 필체를 언제 써봤는지도 가물 할 정도다.

그런 만큼 이 책을 통해서 보다 확실한, 나가 쉽게 적응하고 기존에 쓰던 필체와 비교해 볼 때 좀 더 쉽고도 타인의 눈에 보기 편한 서체를 연습해보면 어떨까?

 

이 책을 기획한 윤디자인팀은 30년 동안 우리나라 서체 개발에 연구를 해온 그룹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서체들은 이미 우리 눈에 많이 익은 것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더욱 친숙하게 연습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 들게한다.

 

기본적인 패턴의 종류로 우선 나뉜 서체는 알게 모르게 써오거나 눈에 익었던 필체가 사실은 다양한 실생활에서도 각기 다른 글씨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 예를 들어 1 장애서는  정중하고 사려 깊게란 타이틀로 윤명조, 윤고딕, 화이트 핏…. 이렇게 나뉘고 각 획에 맞는 순서대로의 쓰는 절차가 새롭게 보이게 한다.

 

글씨 기초1

 

책을 보다 보면 처음 한글을 배우고 본격적인 글쓰기 연습에 해당되는 과거의 시간을 생각나게 한다.

기초적인 명칭과 그에 어울리는 초성과 중성 종성과 획을 이용할 때의 다양한 서체의 기법은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서체에 대한 인문일반에 속한 것임을, 그저 흘려보내듯이 봤던 필체 법이 아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글씨2

글씨연습

 

편지에 어울리는 서체, 문서나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서체, 궁서체의 변화 기법을 통한 글씨 스타일법은 필기도구를 어떤 것을 사용해야 서체가 빛날 수 있는지도 알려줌과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고,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란 생각, 악필을 좀 더 보완해 응용하는 글씨체를 연습한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필체를 갖게 되리란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글씨3

 

한번에 이루려는 생각보다는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세심히 모방을 하되, 점차 나만의 필체를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씨체가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한여름길가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중국 문학계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러 접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대만 문학에 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흔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읽은 책도 그렇고 지금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탔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후보에 오른  작가란 말에 이끌려서였다.

 

동양 아시아 문학, 특히 아시아 소설의 관심이 대두되는 영향도  커진다고 볼 때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이 작가가 그린 작품의 세계, 잘 읽지 않는 단편집 수록이란 점에 관심이 더욱 갔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세운상가를 연상시킨다.

배경 장소인 중화상창은 1961년에 지어진 대만의 대표적인 건물로써 1992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장소를 중심으로 총 10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의 분위기는 마치 옛날 옛적 ~ 하는 느낌의 지난 이야기들, 이 건물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그중에서 이들 모두를 만났던 마술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그린다.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 마술을 구경하는 관객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책 제목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와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란 내용이다.

 

햇빛,,, 은 어린 시절 사이좋지 않은 아버지를 둔 까마귀란 남자를 만난 여성이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아르바이트로 코끼리 옷을 입고 풍선을 나눠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길 위에 코끼리가 서 있는 것을 보는 진행으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술에 힘에 의해 어떤 상상의 그림처럼 보인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란 작품은 아버지가 들려준 어린 시절의 회상, 즉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마치 우리들이 살았던 이전의 어느 한 시절을 연상하게 해 보는 마법 같은 기분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한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성장의 가속을 높이면서 어느 한 부분이 노쇠하고 쇠락해가면서 또 다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것들과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듯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중화상창 또한 타이베이 사람들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향수를 자극하는 글이 아닌가 싶었다.

 

한 소년의 회상을 통해 과거를 소환해내고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엮으면서 여기에 마술 같은 분위기를 풍겨 그려낸 이야기들은 어느 특정한 사건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는 장소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어느 한순간의 이야기들, 타이베이의 중화상창으로 대표되는 중국 소설의 또 다른 감각을 느껴보게 한 책이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흘 그리고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저자의 탁월한 추리 스릴 능력은 이미 전작을 통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작품을 대하고 난  지금은 확실하게 저자의 성향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되면 그들 나름대로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전반부에 범인이 나오고 그 이후를 다루는 방식, 아니면 반전이란 한방의 맛을 느끼게 하는 타입, 그런 가운데 악랄한 행동의 양식을 즐겨 다루는 작가,,,,

 

 

그런데 그동안 읽어왔던 방식과는 다른 패턴을 그린 이 작품은 기존의 추리 스릴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약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 닥친 주인공들의 급박한 설정에 몰입을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즐겨 다루는 죽음에 이르는 약이 나오지 않는, 어쩌면 한 인간의 거의 반 정도를 할애하는 듯한 여정을 통해 또 다른 스릴의 맛을 전해 주는 이 작품은 첫 도입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형식을 그린다.

 

1999년 12살의 앙투완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유는 자신의 이웃에 살고 있는 데스메트 씨 집에서 기르고 있은 개 한 마리 때문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던 개가 차에 치이고 더 이상 기를 수가 없다고 판단한 데쓰메트씨는 개를 총으로 죽인다.

그 광경을 목격한 앙투완은 자신을 형처럼 따르던 데스메트씨의 어린 6살 아들 레미를 홧김에 죽이게 되고 숲 속 느티나무가 쓰러진 구멍 속에 밀어 넣는다.

 

책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후 그 이후 앙트완이 성인이 되고 의사가 되면서 겪는 심정 고통과 불안을 다룬다.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는 마을 사람들, 자신에게 물어오는 군경대, 스스로가 촘촘히 조여 오는 포위망을 뚫고 나오려는 인간 본연의 자세가 어린아이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는 과정이 사뭇 애처롭게 느껴지게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처럼 타인들 눈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자신을 정조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앙트완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면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 성인이 되어 12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고향에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하게 되는 원인인 죽은 아이의 시체 미발견과 공소시효의 무제한적인 시간의 흐름들, 미개발지였던 숲이 개발이 결정되면서 죽은 사체가 발견이 된 시점은 결국 앙트완의 발목을 잡는 결과물이 된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여인과의 미래는 자신의 한 순간 실수로 고향 여인을 임신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되고 앙트완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앞날은 결국 자신의 고향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임계점까지 왔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 기존의 작품과  구별되는 점이다.

사흘1

 

 

살인을 저지른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앙트완이란 인물이 겪은 심적 고통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그 모든 사건의 비밀의 뒤안길에 감춰진 진실들은 책 제목 그대로 사흘 동안에 벌어진 살인과 한 인간의 인생 전반부에 미치는 결과를 추리 스릴을 취한 형식으로 다룬다.

 

이 살인을 둘러싼 자연의 혜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서서히 조여 오는 고통의 맛을 느껴보라고 내린 형벌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이 차츰 진행되는 과정 속에 느끼는 자포자기 식의 결정들,  자신의  또 다른 인생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앙트완이란 인물을 통해 한 순간도 평온할 수 없었던 한 인간의 모습을 처연하게 그린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끝까지 갖고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나약하고 미약한, 그러면서도 어린 나이에 겪었던 아픔의 기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살인에 대한 추리 스릴 맛을 느껴보게 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 상인

베니스의 상인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12월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 특히 고전에 속하는 작품을 다시 읽게 되는 경험은 특별하다.

 

어릴 적 읽은 동화를 토대로 그 기억의 잔상이 계속 남아 있는 감동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번에 접한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 은 어릴 적 어린 마음에도 읽으면서 솔로몬 왕의 지혜에 버금가는 통찰력 있는 재판관의 판결이란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다.

 

하나의 말장난처럼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막상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숨이 걸린 판결이라면 어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던 책-

 

 

읽다 보면 선과 악의 명확한 선을 긋고 읽었던 기억의 내용이 과거였다면 지금 다시 읽은 이 책은 여러모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마치 흥부와 놀부, 팥쥐와 콩쥐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 캐릭터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 그리고 현대로 넘어와서 바라보는 주인공의 성격과 나쁜 사람으로 등장하는 대결구도의 인물들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제시한 대목들을 읽노라면 이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에 대한 생각도 달리 보이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그리는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직업은 결국엔 한 가지로 귀결된다.

 

겉으로 붙이는 명칭이야 그럴듯하지만 알고 보면 돈벌이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샤일록이란 유대인이 가진 고리대금 업자란 명칭이 그다지 가깝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가 선의로 빌려주는 것이 아닌 이익을 취하기 위한 직업, 특히 제 날짜에 갚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결과물을 강조하는 약속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바싸니오가 포셔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두고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안토니오는 순순히 자신의 상선을 담보로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약속 불이행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여기서 무조건 샤일록만 나쁜 고리대금업자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 당시의 배경을 생각해 본다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천대받고 직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왜 그가 그토록 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책은 일반 책들처럼 문장 형식이 아닌 연극의 형태, 극본처럼 쓰인 총 5막으로 구성된 책이다.

 

베니스1

 

원전에 가깝게 그려낸 책이기에 당시의 분위기, 대사나 등장인물들이 동선을 감안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지만 뭣보다 샤일록이라고 대표되는 유대인이 갖고 있었던 당시의 인종적인 차별, 기독교인들이 행했던 종교적인 편견에 희생된 인물임을 그려낸 저자의 탁월한 문제작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책이다.

 

어떤 특정 인물에 치중해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작품이 아닌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물질에 대한 탐욕, 같은 인간이면서도 동종인으로서 인정하지 않았던 차별성, 종교적인 문제들을 적절히 잘 구성해 저자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