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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 살해 사건

천왕살해천황살해사건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10월

<관상> <궁합>, <명당>을 쓴 저자의 작품이다.

 

일본의 역사, 특히 일본 왕실에 얽힌 뿌리는 백제의 뿌리, 가야와도 연관이 깊다는 사실은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들이 아무리 쉬쉬 입을 다물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어나 풍습, 왕실에 대한 속살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조차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숨어있다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연관된 사실을 부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가진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작가의 오랜 사료 수집과 팩트에 근접한 사실을 기본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연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수밖에 없는 15조의 이유 중에서 한 가지인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 고메이 천황을 죽인 죄를 들었다는 데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메이지유신 하면 일본의 근대화를 가속시킨 시대, 근 서구적인 문물과 아울러 우리에겐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를 동반하게 하는 시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책은 1868년 9월 12일 일본 천황이 감쪽같이 뒤바뀌었다는 사실로, 이토 히로부미가 고메이 천황과 그의 적자 무쓰히토 황태자를 죽이고 시골에서 살고 있던 17세 소년을 메이지 천황으로 등극시킨 것을 시작으로 서막을 알린다.

 

여기엔 조선에서 끌려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천대와 박해,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후손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흐른다.

 

일본에서 핍박받고 살아가는 조선인 중에 한 명이 일본 천황 교체설에 대한 진실을 담은 기록 문서를 남기게 되고 이를 추적하는 일본의 궁내 사람들, 이 금관의 금서를 쓴 후손인인 고토코란 여인의 한 많은 복수를 통해 서로 연관을 지으면서 그려지는 내용들은 실로 허구가 섞였다고는 하지만 충격적이다.

 

스스로 신이라고 일컬어지길 원한 천황이란 존재, 조선과의 연관을 끊기 위해서 조선을 침략하고 자신의 뿌리인 조선에 대해 저지른 온갖 만행은 지금도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로 기록되어 남았다.

 

책은 저자가 그동안 보였던 역술, 종교, 풍수, 음의 조화까지 온갖 모든 것을 포함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려진 시대인 만큼 역동적이면서 다양한 재미를 알아가게 한다.

 

역사의 엄청난 비밀이 감춰진 금서는 과연 밝혀질 것인지, 서로 다른 목적 하에 이 금서를 둘러싼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은 일본이란 나라의 역사를 다시 관심 있게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금탄시실지법으로 알려진 음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방법까지, 시종 재미와 사실적인 역사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지금도 여전히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의 차별대우는 개선이 되고는 있지만 그 오랜 뿌리는 위의 책에서처럼 깊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음을, 자신의 뿌리 존재를 부연함으로써 일본인으로 새로 태어나려 한 역사 속의 인물들을 보자니 부모를 부정한 자식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기존의 저자가 쓴 글을 통해 영화를 본 독자라면 새롭게 근접한 이 책을 통해 한. 일 관계의 뿌리를 관심 있게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나는매일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제목만 봐서는 윗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부하 직원의 말처럼 들린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싫어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노’라고 말하는 대찬 성격을 지닌 신입사원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자기주장이 확실한 친구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 초년생이 겪을 수 있는 상사의 지시는 쉽게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 영업부에서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는 23살의 미치코는 헤어진 남자 친구 때문에 풀이 죽어있다.

그런 그녀에게 키 173센티미터의 장신의 앗코짱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여상사가 어느 날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미치코가 싸온 도시락을 먹은 후,

 

 

“다음 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물론 사례는 할 거야. 내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아침에 너는 내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는 거야. 나는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쓴 종이를 너한테 줄 테니까. 다른 사원에게는 말하기 없기야.”

 

 

하필 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말은 엄마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느낌의 미치코 도시락이 맛있다는데, 그런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미치코는 그 후 일주일 동안 앗코짱이 건네 준 메모에 따라 점심을 먹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음식에 관한 레시피를 보는듯 했다.

요일마다 다른 환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부분들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동하는 앗코짱이란 인물 설정은 이런 상사가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도시락1

면전에서 드러내 놓고 부하직원의 의기소침한 상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의 경험과 직장인으로서 느꼈던 경험을 미치코에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에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다가가게 한 계기를 마련해 준 점들이 인상 깊었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속마음은 부하직원의 능력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의견 발표를 통해 새로운 사회생활을 하게 하는 격려의 속마음 깊은 행동들, 두 사람의 관계를 넘어 번외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잠깐 등장하는 앗코짱의 이미지는 읽는 내내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일하는 목적 중에 하나가 삶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원초적인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들어간다면 바로 위의 말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말이 아닐까?

 

정직원도 아닌 파견사원이란 한계, 스스로 싸온 도시락을 혼자 먹는 모습의 미치코에서 이제는 앗코짱이란 상사가 스스로 보여준 행동과 말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기하는 의지를 보인 미치코의 모습들이 점심이란 음식의 레시피를 통해 잘 드러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시리즈인 만큼 독특하고도 별난 캐릭터의 앗코짱이란 인물이 실존하다면 상사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시트콤

 

시트콤시트콤 새 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 편 소설상이다.

 

경장 편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이 경과 장편의 중간적인 특징을 아주 절묘하게 그리고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시트콤이란 말은 드라마를 통해서 주로 봤기 때문에 책에서는 제목과 어떻게 연결될까를 궁금했는데 역시나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느껴진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진행이 신인작가의 독특한 발상의 글로 인해 더욱 강하게 와 닿는다.

 

책의 내용은 주로 전교 1등을 하고 있는 이연아라는 학생과 그 엄마와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부모의 바람이란 대부분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오직 서울대를 가야만이 성공한 케이스처럼 생각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 자신의 존재감의 부재와 학업에 지쳐가는 연아의  심정이 부딪치는 장면이 살벌하게 그려진다.

 

엄마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는 인식이 들 정도의 모녀간의 대립은  극에 달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행태를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엉뚱하게도 얽히고 설키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시트콤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학교 상담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연애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기이한 탁자 밑의 동거, 정말 기막힌 설정이면서도 뜻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친 인간들의 그 순간을 모면하려 애를 쓰는 장면이 첫 장부터 웃음이 빵 터지게 만든다.

 

책의 내용은 과장된 부분들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책의 표지그림처럼 원으로 돌고 도는 관계들이 연결고리들을 이루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사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 충돌, 학생 매춘의 현장, 바바리 맨과 더불어 발랄하면서도 책을 통해 오래간만에 빵빵 터지는 장면을 연출한 구성이 재미를 주었다.

 

작가의 글 구성의 형태가 원을 그리듯 돌고 돌아 처음과 끝이 맞아떨어지는 흡입력, 거기에 시트콤의 특성인 장면 장면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특징인 형태인 만큼 책 속에서도 장면에 충실한 웃음을 넣어줌으로써 새로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가볍게 넘겨볼 수 없는 현실성 있는 글들이 시트콤이란 장치를 이용해 독자들로 하여금 흡입력과 가독력을 높인 점이 기억에 남는 책이다.

                                                                                                                                

비바, 제인

비바제인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루페 / 2018년 9월

책 소개를 통해서 기시감이 들었던 책,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미국의 전 대통령의 사건을 연상케 했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개의 성(性)으로 나뉘어 있지만 정작 정말 두 이성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이 세계는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책은 5명의 여성의 시점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레이첼-

64세의 그녀는 심장의 남편과 이혼한 후 인터넷 미팅 사이트를 통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전직 학교 교장 출신이다.

그런 그녀에겐 딸, 아비바 그로스먼이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치에 뜻을 품은 아비바, 그녀는 플로리다의 선거 특성에 따른 정치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어릴 적 이웃에 살고 있던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인턴이 되어 선거를 도운다.

 

그런데 딸이 20년 연상의 에런과 불륜이 났다.

딸의 말은 사랑이라는 확신 하에 그를 만난다고 했으나 이미 엄마로서의 입장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아온 인생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인 시선이 어떻게 딸에 돌아올지에  대한 걱정으로 딸을 지키려 한다.

 

두 번째 제인-

제인 영이 정확한 이름이다.

고향인 플로리다를 떠나 메인 주의 앨리슨 스프링스에서 행사 기획자이자 웨딩 플래너로서 일하는 싱글맘이다.

그녀에겐 너무나도 조숙한 딸 루비가 있고, 그녀를 지지해주는 모건 부인으로 인해 시장 선거에 출마를 한다.

 

세 번째 루비-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학생,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는 있지만 당차고 자신만의 생각이 철저한 아이다.

그런 루비가 어느 날 엄마의 선거 출마로 인해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이후 자신의 아빠를 찾으러 플로리다로 가게 된다.

친구이자 엄마로서 믿었던 사람의 과거를 통해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선거에서만큼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출마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네 번째 엠베스-

레빈 의원의 아내이자 변호사다.

아비바 게이트로 인해 한때  정치적 생명에 위험으로 빠질 뻔했던 남편을 용서하고 그의 정치이념을 지지하는 한편 그런 남편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지만 정작 자신은 유방암으로 인해 생에 대한  마감을 다투고 있다.

 

다섯 번째 아비바-

책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생각했던 ‘사랑’이란 책임에 대해 행동한 결과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망쳤으며 결코 다시는 아비바란 이름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여대생,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선택’이란 단어를 통해 다루어진다.

 

자신은 사랑했다는 마음으로 행동을 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불륜녀, 유망한 정치인의 앞날을 망친 여자로 매도한다.

어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의 행동, 이런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교묘히 채웠던 에런 레빈의 관계는 상하 복종,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불장난에 불과함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그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책망하고 그녀가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해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이후  아무리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해도 구글로 검색만 해도 나타나는 자신의 존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이력서는 무용지물,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로 새로운 제인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룬다.

 

 

 

책은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같은 책임 하에 벌인 일을 두고도 세상의 잣대는 오로지 여성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고 그녀의 행동을 매도함으로써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는 듯한 풍토가 여전함을 유머를 적절히 섞음으로써 완급조절을 통해 보인다.

 

 

총 5명의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게 연결된다.

사건의 결말에 따른 그들의 인생 또한 변한 자와 변하지 않은 자, 그렇지만 결국 변하지 않은 자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인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그의 모든 것을 감싸안는 아내 엠베스, 그녀 또한 같은 여성이지만 아비바를 보는 견해는 세상의 잣대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녀 또한 아비바 못지않게 불행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제인 영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아비바는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이 그녀에게 보인 싸늘한 시선에 맞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 여성이 아닐까 싶었다.

 

원제 <Young Jane Young>과는 달리 한국의 책 제목인 비바, 제인은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낸 제목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역할이 점차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같은 일을 두고도 판단을 내리는 대중의 심리와 사회 전반적인 시선들은 아직도 바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아비바란 여대생의 사건을 통해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남성이 행한 행동에  대한 너그러운(?) 자비심을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풀이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루면서 결코 이에 무너지지 않은 아비바, 또 다른 여성인 제인 영에 대한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작품이었다.

 

 

 

아날로그

아날로그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무엇이든지 정확하고 빠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겐 어렴풋이 어렸을 적의 아날로그란 말이 새삼 그리워질 때가 있다.

 

0과 1로만 계산되는 시대가 아닌 사람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흐름의 시간들, 어쩌면 속도전에 젖은 우리들에게 이 책은 오랜만에 그런 감성의 시간으로 초대를 해준 작품이다.

 

 

 

도쿄의 건축디자인 사무소에 다니는 사토루-

아픈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 미혼의 직장인 남성이다.

그 흔하디 흔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의 패턴에 역행한다고도 할 수 있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건물을 다룬다.

 

머리 속에 각인된 건축의 시뮬레이션을 직접 모형으로 만들어 실제 설계도에 그려진 부족함을 눈으로 보고 채워지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인데 상사조차도 그의 재능을 이해하면서도 흐름을 좇지 않는 그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카페 ‘피아노’에서 미유키라고 칭하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이내 그녀에게 빠진다.

하지만 요즘의 시대에 흔한 방식인 전화번호나 주소, 이멜조차도 교환하지 않은 채 목요일이면 그곳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된다.

 

매주 목요일을 기다리게 되는 사토루-

하지만 직장인의 애환인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출장에 쫓기다 보니 약속 요일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만난다고 하더라도 연인들이 느끼는 진한 감정의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한 채 오로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나간다.

 

더군다나 이제는 오사카로 전근을 가야 하고 이 시점에 맞춰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결심하는데,,,,

 

흐름 자체가 느리게 그려진다.

빠르게 만나서 감정 확인하고 서로가 익숙해지는 진행이 아닌 오로지 사토루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 책은 미유키가 왜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삭이며 그녀를 생각하는 사토루의 순수한 마음을 그려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연이란 것이 과연 있기는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흔한 말로 반드시 만날 사람은 어느때고 만나게 된다는 사실, 더군다나 미유키가 나오지 못하게 된 사연을 알게 된 후에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그녀 곁에 머물고자 한 사토루의 ‘사랑’에 대한 진심은 새삼 요즘 보기 드문 순애보란 생각이 든다.

 

사랑은 하지만 여건상 그것을 극복하고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난관을 겪는 연인들이 있지만 사토루처럼 결단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곁에 머물러 있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토루에 대한 인물을 통해 모처럼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이해타산을 두드리며 만나는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의 형태를 보인 그들만의 사랑에 많은 행복이 있기를 빌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