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11월 4일

고양이 손톱과 밤

고양이 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애묘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양이란 동물은 개와는 다른 특징으로 인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

그런 만큼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그려지는 또 하나의 독특한 이야기의 세계로 빠지게 될 것임은 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밤, 나른하고 졸린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끼는 그런 날, 고양이들에겐 인간이 느낄 수 없는 묘한 모임이 있으니, 바로….

 

달이 차고 오르고 기우는 과정 속에서의 어느 날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그림을 통한 이야기는 한 편의 짧은 동화를 연상시켰다.

 

분명 오늘이 그런 날일 것이란 고양이들만의 약속, 한 마리 두 마리,,, 그림을 통해 본 고양이들의 모습이 모두 똑같지 않게 그렸다는 점, 많은 무리의 고양이들이 서로 모여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신들과 비교해보는 설정은 그동안 다른 이야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즐거움을 안겨줬다.

 

고양이2

고양이3

 

자신들의 신체와 하늘에 떠 있는 달의 모습이 같음을 확인하는 짧은 과정과 여정이었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그날이 돌아오길, 그들만의 약속은 인간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지켜지고 있지 않을까를 상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어른을 비롯해 어린이들까지도 즐겨볼 수 있는 그림책과 이야기들이기에 가족들이 함께 즐겨봐도 좋을 책이다.

 

 

 

 

벨맨 앤드 블랙

블랙벨벳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인생에 있어서 탄생과 죽음에 관한 주제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19세기 영국 고딕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이야기꾼으로서 풀어낸 저자의 이번 작품은 다시 오랜 주제로 넘어가게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신분의 구애 없이 찾아오는 평등의 존재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개념의 죽음이란 것-

 

소년 윌리엄 벨맨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의 곁에서 시종 머물고 있었던 존재인 블랙은 서로가 쌍둥이처럼 동거 동락하면서 살아온 세월을 그려낸 진행의 흐름이 다른 작품과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19세기 영국 휘팅포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린 윌리엄의 생애로 시작한다.

 

영리하고 미남이며 교회 성가대 스타이자 동네 아가씨들에게 인기 남인  그는 처음부터 행운아인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버려졌으며 할아버지로부터 냉대를 받은 아이,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백부의 도움으로 벨맨 방직 공장에 고용이 되어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행동과 철칙을 내세워 성공을 거듭한다.

 

 

아름다운 아내를 맞아들이고 자녀들을 낳았지만 이런 행복감은 열병이 도지면서 가족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런던으로 자리를 옮긴 윌리엄은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장례용품 전문점 ‘벨맨&블랙’을 연다. 

왜?

죽음은 유행을 타지 않으니까, 더군다나 부고장부터 장례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통해 영국 최초의 죽음 컨셉숍을 탄생시킨 그의 사업은 성공을 거두게 되고 그가 이런 사업을 하게 된 아이디어는 자신이 아닌 윌리엄이 그저 블랙이라고 부르는 남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니까요, 그게 곧 미래죠, 안 그런가요?

나의 미래, 당신의 미래. 모두의 미래.- p 234

 

어린 시절 친구들과 새 사냥에 나섰다가 까마귀를 맞힌 경험이 있었던 윌리엄, 그의 곁에 맴도는 그 사람은 오로지 윌리엄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로서 블랙이라 불리는 그 남자의 정체는 까마귀와 동일시된다는 느낌을 준다.

 

자신의 성공 뒤에는 정작 자신은 행복을 누리지 못한 사내, 그가 느꼈던 죽음은 성공의 또 다른 이름처럼 보인다.

 

성공 후에 찾아온 불행의 조짐이었던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결국 다른 사업으로 인한 성공을 안겨주었다는 설정은 인생의 각기 다른 굴곡의 흐름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우울하고 음습한 느낌의 고딕 풍이 물씬 풍기는 소설의 배경이 잊히지 않는 책,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이야기의 주제를 한 인간의 성장에 맞추어 긴장감 놓치지 않고 이끌어 나간 흐름이 인상적인 책이다.

 

 

 

 

빛의 눈속임

빛의 속임수빛의 눈속임 – 앤서니상 수상작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유혜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8년 10월

[네 시체를 묻어라]에 이은 일곱 번째 가마슈 경감 시리즈로 이번 배경은 스리 파인스 마을이다.

무명의 화가인 클라라 모로는 쇼트 케이스처럼 자신의 베르니사주를 열게 되고 미술계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한다.
무사히 마치고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게 된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파티를 열지만 자신의 정원에서 목이 부러진 상태로 죽은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 그녀를 파티나 베르니사주에서 봤다는 사람은 없다는데, 그녀는 어떻게 초대를 받지 않고 이 자리에 왔을까?
더군다나 그녀는 어릴 적 클라라와 아주 친했었던 친구 릴리언 다이슨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묘하게 흘러간다.

 

사건에 투입된 아르망 가마슈과 그의 부하인 보부아르, 그 외에 다른 경찰들이 본격적으로 그녀를 중심으로 수사에 나서게 되는데….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 속에 탄생한 자신의 작품을 두고 비평가들이 쏟아내는 리뷰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들 자신의 예술적 영감과 창작열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런데 만약 혹평이다 못해 자신의 창작열을 꺾을 정도의 리뷰를 보게 된다면 과연 그 예술가는 어떤 심정일까?
릴리언으로부터 혹평을 받은 예술가들은 그렇게 편한 마음이 되질 못했나 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말’이란 것, 언어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감정도 다를 터, 릴리언에게 혹평을 받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창작에 대한 의욕을 꺾어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모인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읽노라면 누구나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점, 특히 유명 예술가들 사이에 펼치는 경쟁과 그들 간에 진주를 발굴하고 자신만의 보물로 안착시키려는 아트계의 인물들의 심리전과 쟁탈전들은 이 책을 보는 재미를 또 다르게 달리 보는 재미를 준다.

 

특히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클라라의 남편 피터의 경우는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생각나게 한다.
부부라도 예술의 창작이란 길에는 시기와 질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있기에 범인은 누구일까를 연신 생각하면서 읽게 한다.

 

책 제목은 클라라가 그린 그림 속에 드러난 빛과 어둠을 통해  릴리언에 대한 평가도 같은 의미로  표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릴리언에 대해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람들까지, 릴리언의 인생도 누가 어떻게 느끼고 보느냐에 따라 명암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어떤 모습이 진정한 릴리언의 모습일지를 상상하게 된다.

 

독특한 느낌으로  가마슈 경감 스타일만의 조사와 범인 색출 장면은 다른 작품에서 보인 캐릭터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하며, 자신의 일과 부하의 일, 그리고 사건을 두고 펼치는 각 인물들 간의 인생 이야기들은 따뜻한 인간애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매번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하는 만큼 가마슈 경감을 빨리 만나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