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12월월

정조 평전

정조평전  정조 평전
박현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조선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여러 왕들 중에서 세종대왕과 정조만큼 서로 비교가 되면서 그들이 다스렸던 시대를 통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왕들도 없을 것 같다.

 

서로가 다른 시대, 다른 처지에서 왕이란 신분에 올랐던 만큼 ‘왕’이란 보위에 오르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도자로서의 활동들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연구하고 출간한 책들을 통해 다룬 내용들은 물론 기타 다른 책들의 연구를 통해 정조의 여러 다방면에 걸친 연구를 다룬 책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효장 세자의 아들로 입적한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 밑에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봤고 그 이후 정치란 어떤 것인지, 외척의 행동과 말들, 영조의 끊임없는 시험과 신뢰 쌓기를 통해 군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일찍이 깨달은 왕이었다

 

정조목표

 

책의 구성은 총 9장으로 나뉘어서 정조의 삶과 정치적, 군사적, 문화적, 경제적인 모든 주요 부분들을 다뤘다.

 

부제인 ‘말안장 위의 군주’란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조가 왕에 오르기까지, 오르면서도 여전히 탄탄한 자신의 세력을 만들고 유지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자 견제 격인 노론의 반격을 막으면서 정치 실현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를 대변한 말이다.

 

영조는 자신을 왕으로 이끌어 준 노론의 세력을 무시하지 못했고 그런 영향 때문이라도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그런 영향 이후 정조에게 당부했던 복수의 마음을 가지지 말 것을 부탁했다는 사실은 이미 자신이 파란만장한 정치의 세계가 어떤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피 바람이 몰고 올 후 폭풍을 예감한 듯 그런 약속을 받았을 것이다.

 

책 속에서의 정조는 이미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되 자신의 손을 거치는 것이 아닌 주위의 의견이 스스로 나오게끔 만드는 분위기 조성을 통해 자신의 분명하고 확실한 정치 실행을 관철시킨 왕이었다.

 

 

정조지도자1

 

정조지도자2

이러한 사실은 그의 생애 전부를 관통해 온 군주의 자리와 정치가의 생명력, 거기에 따른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재상 권 강화를 비롯해 더 이상의 복수는 없을 것이란 확실한 본보기의 처벌, 당파 세력에 치우치지 않는 지금의 싱크 탱크 격이었던 규장각 설치와 운용을 통해 인재를 등용했다는 점, 신해통공이란 경제 개혁을 처리하고 군제 개혁에 이르는 과정들이 개혁 군주답게 조선이라는 국가 경영과 그에 걸맞은 리더십의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펼친다.

 

 

또한 수원화성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거슬리면서까지 무자비 건설을 피해야 한다는 점과 지금의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았던 진보의 왕이었단 사실이 할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뜻대로 효를 이룬 지혜로운 왕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인간은 없기에 정조가 언관의 권한을 축소했다는 점과 사대교린의 정책에 맞물려 세계정세의 변화를 일찍이 감지했으면서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사실은 후대의 세도정치가들의 정권 잡기로 이어진 또 다른 조선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제시하는 저자의 글은 의미심장하다.

 

 

 

셰계정세리더쉽1

세계정세리더쉽2

 

 

지금도 정조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다.

 

특히 현명한 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으되 그의 통치 기간을 통틀어 개인적인 삶에서 볼 때는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안전한 보위를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탐구하고 경연을 통해 신하들과의 교류 쌓기, 이상적인 민생 안정 정치를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터득했던 리더로서의 자질을 쉼 없이 생각했던 왕이란 사실은  그의 이른 죽음이 다시 안타깝게 다가온다.

 

정조리더쉽

 

정권을 이어받은 왕으로서 우선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리더, 혁신적인 개혁과정을 수행함에 있어 모든 정적들과의 교류와 설득, 의견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를 연구했던 왕,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결국 왔구나

결국왔 포지

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처음 책 표지의 제목을 보고 무릎을 쳤다.

 

어쩜 이리도 현실적인 말을 제목에 달 생각을 한 저자의 센스도 그렇지만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이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어릴 때는 몰랐던 느낌들, 타인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지병을 앓고 게신다는 말들이 들려올 때면 그렇거니 하며 지나치곤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의 삶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나이가 들고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젊을 때와는 다른 시야가 됐을 때, 장성한 자식들이 이제 내 손을 타지 않고 저마다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 이제는  조금 편하다 싶었을 때 전혀 뜻밖의 새로운 일을 겪게 된다면?

 

 

 

– “자식 다 키워서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앞으론 부모를 돌봐야 해.”-P 83

 

내 부모님 만큼은 나이가 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 병을 앓아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별일 아니란 듯이 생활하실 것이란 생각에 쐐기를 박는 일들이 닥친다면 과연 나, 아니 자식 된 도리로서 겪게 되는 우리들은 어떤 생각과 실천들을 할 수 있을까? 를 되돌아 묻게 되는 책이다.

 

이제는 흔한 병으로 치부되다시피 하는 치매라는 병-

 

이들을 돌보는,  당해보지 않은 당사자 앞에서는 그 어떤 위로조차도 위안이 되지 않는 힘겨운 레이스를 총 8편의 단편으로 엮은 이 책은 가족 공감단이란 말이 어울리듯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가질 않게 한다.

 

치매의 특징이 나는 편하고 행복해도 이들을 마주하고 돌보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치는 자녀들의  입장에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거기에 아무리 국가적인 해결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병의 해결 앞에선 여전히 깊은 고민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책 속에는 다양한 환경에 처한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고뇌, 해결 방안을 통해 어떻게 나의 부모님의 병을 인정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곁들이고 있다.

 

식사를 끝내고도 바로 언제 밥을 줄 거냐며 며느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시아버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책장의 책들을 모두 꺼내어 발 디딜틈조차 없게 만드는 모습들, 자신의 아버지만큼은 치매가 아닐 것이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모습, 아버지 죽음 뒤에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났다가 치매에 걸려 결혼하지 않은 딸과 살게 된 엄마, 사위를 볼 때마다 수시로 바뀌면서 불리는 호칭들, 과거에 매여 지난 이야기를 마치 현재 겪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모들….

 

책 속에는 부모 만이 아닌 고령의 이모들을 돌봐야 하는 젊은 조카의 이야기, 남편의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홀로 아버지를 보살펴야 하는 아내의 심정, 젊었을 때의 활기차고 유머 있던 아버지가 끝도 없이 한 음식에 꽂혀 요리를 하는 모습들까지, 치매에 얽힌 여러 모습들은 그 어떤 한 가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들이 보인다.

 

다양하게 변주하되 기본적인 문제인  나의 부모님이 어느 날 내 앞에 이러한 모습으로 오셨을 때 자식으로서의 마음가짐과 그의 대처 방안은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 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고민은 저자의 중간중간 담백한 글과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행동들을 보인 부모님의 모습에 아픔을 느끼게 했다.

 

모두가 소중한 사례들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라면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던 큰 형님과 형수님이 어느 날 형제들을 모아놓고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모실 수 없다는 통보를 듣게 되는 다른 가족들의 처신을 다룬 이야기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다르고 형님이 꾸준히 모시고 있었던 그 고마움에 대한 것은 인정하지만 막상 다른 형제들에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놓는 형님을 바라보는 다른 형제들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은 어떤 때는 이기적으로 보였다가도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그들 역시도 쉽게 받아들일 수없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 자체가 ‘형, 뭐가 잘났는데?’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느 탤런트의 말처럼 모시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고, 형의 독선적인 행동들엔 다른 형제들 나름대로 답답한 점들도 있겠지만 여태껏 모시고 살아왔던 형에 대한 고마움 앞에선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다른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어머니의 재활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지만 만일 제대로 협력이 안되었다면 이 또한 가정 내의 다른 문제로 번질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라 결코 소설로 설정된 것에 그치기엔 아닌 소재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의 고령화 시대는 이미 우리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더욱이 문제가 되는 점들 중 하나가 요양원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조차도 모른 채 막연히 손 놓고 기다리는 실정, 실제 책 속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그려놓은 것들이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게 다가온다.

 

막상 시설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금전적인 문제와 기저귀의 남용들은 환경 문제로까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현재 우리나라도 치매와의 전쟁이란 말이 있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은 물론 개인들마다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보다 빠르고 원활한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문제, “결구 왔구나”는 나 자신도 늙어가면서 부모님 또한 연로하신 분들이기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병간호와 이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자세,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가 화합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책이기에 모든 독자들이 한번 쯤은 읽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사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겸손함을 불러일으키는 ‘노년‘이란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책이다.

 

 

죽음의 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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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형사 시리즈를 대할 때면 항상 어떤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대변하듯 저자들은 독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센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시리즈가 있고, 그들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주인공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읽게 되는 독자의 입장에선 그런 재미를 느끼며 접하게 되는데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그리는 ‘마르틴 S. 슈나이더’ 시리즈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작 시리즈를 모두 접한 독자들이라면 이번의 작품을 반기며 읽을 수 있겠고 처음 대하는 독자라도 이 독특한 캐릭터에 흠뻑 빠지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총 나흘 간에 벌어진 일을 다룬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흐름은 과거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의 형식처럼 촘촘히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있기에 읽는 내내 도대체 그들에겐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고속도로에서 일방적으로 덤벼들듯 트럭에 자신의 승용차를 던진 한 남자의 죽음, 알고 보니   연방 범죄수사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뒤이어 한 여인이 기차선로에 자신의 승용차를 몰면서 자살로 마감하게 되고 그녀 또한 연방 범죄수사국에서 근무 중인 사람, 그녀의 언니가 이미 계단에서 떨어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터라 이 사건이 배후엔 누가, 왜? 귀결되는 의문의 사건으로 점착이 된다.

 

 

 

이 사건들의 배후를 캐기 위한 조사를 하는 자비네는 자신을 가르쳤고 지금은 총기 사건에 휘말려 현직에서 잠시 물러나 아카데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주인공 최고의 프로파일러 마르틴 S. 슈나이더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사건에 끼어들지 말란 경고를 슈나이더로부터 받은 자메즈, 그러나 연이어 상관의 부인들이 죽음을 맞고 상관마저 혼수상태에 빠지자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한편 20년 간 교도소에 복역하고 출소한 하디는 자신의  가족을 죽였다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년 전의 사건으로 돌아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프로파일러란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슈나이더란 인물의 창조는 매번 시리즈마다 그의 탁월한 수사력에 힘을 실어주는  흐름을 이어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마리화나를 입에 달고 살며 유명 디자이너의 정장을 고수하는 사람, 군발두통을 앓고 있으며 자신 스스로 침을 놓아가며 사건의 이미지 형상을 통해 진실에 다가서는 모습은 기존의 프로파일러란 이미지를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되며, 그가 결국 사건의 핵심에 도달하는 과정은 자비네와의 협력으로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한 사람의 인생, 한가정을 풍비박산 내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동료들마저 속이며 돈을 가로챈 범인의 행각은 복수와 정의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끝없는 추락 끝에 설 수밖에 없었던 하디의 인생은 결국 인생에서의 회색지대가 있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과 그것을 자신의 직업적인 양심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비네의 모습, 기존의 책에서 보았던 냉철한 슈나이더의 또 다른 반전의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재미를 더욱 느끼게 한다.

 

출판사 말에 따르니 원래 3부작으로 끝낼 슈나이더 시리즈가 독자들의 호응에 이번에 ‘죽음의 론도’란 책으로 시리즈를 이어 출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의 등장했던 상사가 물러나고, 새로운 수장이 오게 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사건을 기대하게 되는 끝말 미의 여운이 가시질 않게 한다.

 

 

냉철하면서도 사건에서만은 그의 철저한 이러한 점들이 도움이 되는 사람, 과연 다음 이야기엔 어떤 활약을 벌일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물건세계사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사에서 포착한 물건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박현아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2월

하루에도 무심코 지나치면서 사용하는 물건들, 이 물건들이 없다면 실생활에는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를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책 속에 담긴 주제들을 살펴보자니 새삼 인류의 역사 속에 담긴 각기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이용되어 오고 있는 물건들에 담긴 사연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건의 축적으로 세계의 역사가 생성된다 라는 주제에 맞게 책 속에 담긴 각종 물건들은 인류의 발전사와 발자취와 맞물려 서구와 동양, 이슬람 문명과 서양 문물, 몽골제국과 로마제국, 아랍 왕조의 멸망과 함께 어떤 영향을 받으며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게 됐는지를 밝힌다.

 

고대부터 21세기까지 자연을 끼고 살아간 인류의 발전과 맞물려 큰 강 유역, 대초원, 대양, 산업도시, 하나로 통합된 듯한 글로벌 사회의 이미지까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숨겨진 물건들의 사연들은  책 한 권에 짧게 다루되 중요한 포인트만 적어 놓아 읽기가 수월하다.

 

학창 시절에 배운 역사의 토대를 기본으로 삼아 그 근간에 물건의 역할이 생기면서 어떻게 문명이 쇠퇴하고 새로운 부흥으로 이어지는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단봉낙타에 대한 이야기나 토마토에 담긴 이야기, 바다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나라가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는 역사 이야기는 세계가 돌고, 인류의 삶이 향상되고 그런 영향의 여파로 세계 부흥의 주도권을 쥐게 된 패권국가들이 면면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장한 장 넘길 때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에 덧입혀 더 자세한 부분들까지 알 수 있게 한 책답게 오늘날 우리들 삶에 깊이 침투한 물건들의 역사를  재미와 흥미, 모두를 느끼게 교양서다.

                                                                                                                                

마이 앱솔루트 달링

앱솔루트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소설 초안만으로 수십억 달러의 출판 계약을  체결했다는 화제작이란  책 소개에, 더군다나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극도의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던 작품이다.

 

어릴 적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엄마, 근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제외하곤 혈육이라고는 아빠뿐인 14살의 터틀이 책의 주인공 소녀다.

 

천연의 자연이라고 해야 한다면 축복받은 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다행일 수도 있겠으나 그녀에게 단 하나뿐인 아빠는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다룬다.

 

하루하루를 목숨을 담보로 하며 각종 총기류와 사격솜씨를 보인 그녀의 훈련은 근처에 아무도 살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한계에 맞물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생활의 연속이다.

 

어느 날 산길을 헤매던 고등학교 오빠들을 만나면서 그전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이곳의 너머의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 아빠가 그토록 자신을 단련시키듯 해오던 행동과 천박하고 마음속에 각인이 되다시피 한 아픈 단어들의 연속인 말들은 아빠 마틴에 대한 사랑 방식에 의문의 고개를 들기 시작하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소식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다루어지는 이 세상에서 특히 아동학대라는 사건은 부모의 입장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불편한 심기와 때론 도를 넘어선 사건을 통해 울분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생각나게 한 이 책은  터틀이란 소녀가 자라온 성장 배경과 아빠와 홀로 생활해가는 모습들 속에 그녀가 또래의 소녀와는 다른 거친 걸 크러쉬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한계성, 오직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마음 하나로 아빠만을 믿고 버텨왔던 모든 삶이 무너졌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역경을 딛고 희망의 길을 선택해 나아가는 성장소설로 생각했던 독자들이라면 시종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읽어나가야 할 것 같다.

 

마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악행의 요소들을 갖춘 것이라고 욕해도 보게 되는 그런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집을 나갔던 아빠가 길거를 떠돌던 카이엔이라는 소녀를 데려오면서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들은 책 전체의 흐름에 있어 긴장도를 급속히 높이면서 이전과 이후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터틀의 처절한 투쟁의 시작을 알린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자신이 내린 결정으로 행동에 옮겨야만 했던 소녀의 과감한 용기와 결단성은 기존의 작품 속에서 보인 소녀들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각인을 새기게 했다.

 

그렇게 때문에 자연이 주는 척박함과 풍요로움 속에 학대와 구속을 벗어나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터틀의 이야기는 응원의 박수를 치지 않을 수없게 한다.

 

아마 영상으로 만난다면 작품 속에 묘사된 부분들이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하게 하는 책, 저자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강렬한 구성 탓인지, [마쉬 왕의 딸]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 책이다.

 

 

 

스티커 페인팅북 :세계여행(랜드마크)

 

 

스티커표지  스티커 페인팅북 : 세계여행 (랜드마크) – 안티 스트레스 액티비티 북 (한국판 정식 독점계약) 스티커 페인팅북
워크맨퍼블리싱컴퍼니 지음 / 베이직북스 / 2019년 1월

하나하나 조각된 모음들이 모여서 작품을 이룬다는 장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컬러링의 인기를 반영하듯 발전되어 온 책들의 다양한 종류들은 이제는 간단하게 붙이고 뗄 수 있는 재미까지 섞인 책으로도 만나게 됐다.

 

책 제목은 세계여행이다.

 

각 나라의 유명한 장소를 고루고루 가볼 수 없는 아쉬움을 스티커를 붙이면서 달래 본다.

스티커목록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명소가 하나쯤은 들어있어도 좋을 듯한데 앞으로 이런 랜드마크 세계여행 스티커 책이 다른 편으로 나온다면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책은 기존의 타 책들처럼 우선 전체적인 주제를 보이고 그 안에서 앞 장은 도안을, 뒷 장은 각 랜드마크에 해당되는 스티커가 들어있다.

 

 

 

특이한 점은 썸네일을 같이 보여주고 있어 붙이기 전에 어떤 그림들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A, B, C의 이름 앞에 스티커의 다양한 컬러가 들어 있어 따로 개인 취향대로 우선 A만 골라서 붙일 수 있도 있고 전체적으로 하나씩 섞어가면서 붙일 수도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조각스티커

 

완성전후

 

몰입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붙이게 되는 마법의 스티커 붙이기-

한번 시작하면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멀리 보면 볼수록 더욱 예쁘고도 아름다운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완성전체

 

그림완성1 그림완성2

 

 

마음에 드는 장소부터 우선 시작해 볼 수 있는 독립된 장소들, 작은 핀셋이나 가는 도구가 있다면 붙이는 데에 더욱 효과적으로도 붙일 수 있는 재미를 느껴가며 할 수 있는 컬러링 북이라 한 번쯤 누구나 도전해도 좋을 책이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어떤 사람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아스퍼거 증후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LD)-

요즘 방송에서 흔히 다루는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아이들보다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는 특징을  드러내는 이름들이다.

 

이제는 책에서나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는 일들이 전보다 많아지고 그런 성향을 가진 경우를 통해 익숙한 면도 있지만 이 저자처럼 자신이 이런 병들을 갖고 있었던 30년 전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이해의 부족한 면이 많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코믹 만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읽다 보면 코끝이 찡해오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이런 성향을 지닌 것을 몰랐던 부모들 ,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따돌림, 선생님들로부터의 체벌은 기본이고 홀로 다른 곳에서  선생님에게 당한 학대들은 수치심을 넘어 강한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그림1

 

그림2

 

타인들과 다르다는 점, 이런 성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어린 나이에 유서를 쓰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저자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자신의 삶을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지금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가가 됐다.

 

그림3

 

 

나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꼭 정해진 룰에 끼여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듯 자신의 어떤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아픔을 다른 곳에 승화시켜 또 다른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이 이율배반처럼 들리는 것에는 이런 저자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있기에 만화를 읽고 나면 더욱 저자의 공감을 같이 느낄 수가 있는 책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면 지금도 이런 주위의 시선에 아픔을 느끼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매체를 통해서 보고 느꼈던 것을 다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 저자의 솔직한 내면의 고백이 담긴 글에 응원을 보낸다.

 

메리 수를 죽이고

메리수를 죽이고

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오쓰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야마시로 아사코, 에치젠 마타로-

 

제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작가들이 내놓은 단편집이다.

 

책 띠지를 보면 왜 이런 문구가 나왔는지를 알게 되는 책, 처음엔 각기 다른 색깔의 단편들이라 작가들의 글을 읽는 시간이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은 동일작가다.

 

즉 자신의 필명을 여러 개 사용하고 각기 이름을 내세운 작품에는 다른 느낌을 문학을 썼다는 데에 일단 저자의 창작 능력에 부러움은 느끼게 한다.

 

여러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작가가 쓴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설정들이 때론 동정과 안타까움, 과연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짧은 단편 속에 담긴 이야기들 속에는 인생의 다른 면면들을 미래나, 환상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이야기>는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범인을 찾는 과정과 함께 학원폭력의 참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라 통쾌한 면도 있었고 긴장되는 순간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책 제목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처음엔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런 의미는 아니란 사실, 내용인즉 주인공인 ‘나’가 2차 창작을 통해 다시 만들어낸 창작 인물이란 것, 자신의 소망처럼 만들어낸 14세 미소녀 루카를 통해 다른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릴처럼 다가온 제목이란 느낌을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뭔가 남달랐던 작품-

총 5명의 분신처럼 여겨지던 작가의 노련한 7편의 단편은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을 재밌게 읽은 느낌마저 준 보너스 같은 작품이다.

 

 

후 항설백물어(상)

항설백물어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어느 나라나 전설이 있고 전래가 있고 이런 것들의 바탕엔 인간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존의  책이 두 권 출간된 이후 근 10여 년 만에 [후 항설백물어]가 출간이 됐다.

상. 하 권으로 나뉘어 출간이 된다고 하니, 곧 얼마 있으면 후편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들을 한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때론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을까, 아니면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저 허구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란 생각 속에 여전히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정서와도 비슷한 개념의 느낌을 받게 한다.

 

메이지 유신에 이은 개화의 박차를 가하고 있던 당시 일본의 분위기상으로 신분의 계급도 다양한 젊은이들이 출현하게 되는데 요지로, 겐노신, 소베, 쇼마가 그들이다.

 

이들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이 이야기들의 뿌리들을 연구하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런 그들이 찾아가는 사람은 선배인 자칭 잇바쿠 옹이라는 노인이다.

 

막힘이 있으면 잇바쿠를 찾아가는데, 바로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자신이 경험했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서 들여주기에 과연 이것이 실화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한다.

 

저자는 에도 시대의 화가 다케하라 슈운센의 괴담집 「회본백물어繪本百物語」에 등장하는 고전 설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전래의 맛과 전통을 지닌 채 실제의 일들을 합친 듯한 이야기들이 설정이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총세편의 이야기들은 뱀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늘 불, 붉은 가오리까지 모두 저마다의 재밌는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 이런 욕심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들은 인간의 양면성을 꼬집는 듯한 저자의 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특히 붉은 가오리 같은 경우는 바다와 인간, 가오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거대한 바다의 신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처럼 전설과 현재의 이야기를 혼합해 놓은 듯한 글의 흡입력은 그동안 후속을 기다려왔던 독자들에겐 많은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에 일조할 듯하다.

 

깨끗한 마무리의 결론이 아닌 뒤로 슬쩍 물러난 듯한 이야기의 뉘앙스 때문이라도 후속 편이 더욱 기다려지는 책, 과연 뒤편에선 마무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기대해 본다.

 

 

비탄의 문 1.2

비탄의 문[세트] 비탄의 문 1~2 세트 – 전2권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한국에서 미미 여사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다.

아마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에 접한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새로움을 접했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전작에 대한 느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판타지가 섞인 스릴이라 좀 당황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19세의 대학생인 미시마 고타로는  돈도 벌고 즐거움도 찾던 중 선배 마키 세이고의 추천으로 그가 있는 사이버 패트롤 회사인 ‘쿠마’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말들을 찾아 이상한 것들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이상한 것들을 잡아내는 회사로서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한다.

 

신체절단을 행한 살인사건,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발가락 수집가 버펄로 빌’로 불린다는데 무려 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여기엔 쿠마 회사 사장마저 포함이 된다.

 

 

한편 같은 아르바이트생인 모리가나 겐지는 실종된 노숙자들의 행방을 쫓다 자신이 행방불명 상태가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고타로는 선배의 향방을 추적한다.

 

 

 

다른 장소인 또 다른 곳인 차통 빌딩에는 이상한 소문들이 나돈다.

옥상에 설치된 가고일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소문,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는 소문에 전직 형사인 쓰쯔키 시게노리는 이 사실을 알기 위해 빌딩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선배를 찾던 고타로와 마주치게 되는데….

 

현실적인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말들 속에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일파만파 커지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학원폭력에서도 여전한 힘을 발휘한다.

 

말의 무게

 

고타로의 이웃인 여학생이 당하는 왕따의 현실적인 위협적인 말들, 옥상에 설치된 가고일의 실체는 인간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저편의 세상에서 온 ‘가라’란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란 설정이 이 책의 전반전인 흐름을 이어나간다.

 

말의 정령

 

선배와 살인범을 찾기 위해 가라와 계약을 체결하는 고타로는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된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고 사건의 해결은 현실의 감각과 판타지의 요소가 결합된 사회파 미스터리를 갖춘다.

 

사람들의 갈망을 모아서 자신의 아들이 있는 곳, 비탄의 문을 넘어가야 만날 수 있는 그곳에 가기 위해 고타로를 이용하는 가라와 그런 가라의 ‘말’을 보는 능력을 받게 된 고타로의 범인 추적을 그린 이야기는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 학원 안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폭력, 노숙자들의 문제들을 드러낸 저자의 사회파 미스터리가 드러난 작품이다.

 

악인도 정해진 바가 없고 그렇다고 선함도 뚜렷하게 경계를 지어질 수 없는 인물들의 설정은 고타로가 사건의 해결함에 있어 양쪽의 모든 면을 드러낸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과연 고타로는 가라와 함께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그려본 작품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판타지가 섞여 있어 기존의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를 즐겨 본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