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9년 2월
독일의 스릴러 작가 하면 떠오르는 피체크의 신작이 출간이 됐다.
기억으로는 2015년도에 이 소식을 접했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니 시간도 빨리 흘렀나 싶게 여전히 그의 필력은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추리와 스릴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오른쪽 손바닥에 노아라는 글씨를 문신처럼 새긴 남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는, 기억을 잃은 남자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노숙자인 오스카였고 그는 총상을 입은 그를 살려내면서 같은 노숙자로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마닐라에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편을 잃은 한 가족이 등장하고 이들은 정부의 조치로 인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모든 공간의 제약을 받자 먹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지하 수로를 통해 탈출을 계획한다.
이러한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마닐라 독감이 유행하면서 거대 제약 회사 대표인 ‘재파이어’가 후진국과 빈민가에게만 ‘백신’인 ‘제트플루’를 팔겠다고 발표를 함과 동시에 총격을 받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아라 불린 남자는 몸에 벤 특수 활동마저 기억하지 못한 채 백만 달러가 넘는 그림의 주인이 자신임을 기억해내고 이를 수소문하던 기자 셀린과의 만남을 약속하게 되는데….
세상의 중요 잣대를 결정짓는 모종의 세력들이 모인 집단이 과잉 인구로 넘쳐나는 지구의 발전을 위해 절반을 희생시키고 절반의 남는 사람들만 살아가는 계획을 세웠다는 가정으로 펼치는 이야기는 사실 지금의 인구폭발과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을 훼손하면서 살아가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회문제를 제시한 책이기도 하다.
자신의 태생과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특수한 병을 앓고 있는 노아란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해후를 하게 되고 그가 계획한 일들을 무마시키기 위해 또 다른 일들을 감행하는 과정들이 가깝게는 그리 멀지 않은 우리들의 한 부분을 그린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는 공간 활용과 주인공의 활동은 과거의 그가 그린 추리 스릴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예전 작품들이 끔찍한 살인이나 살인마의 정신적인 영향으로 인해 사건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이에 벗어나 한층 사회적인 문제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들이 이기심을 그린 것이라 소설로 읽기에는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정부의 공표를 토대로 믿는다는 점을 이용, 대통령을 위시해 근 미래의 해결책으로 저지른 이러한 일들은 마닐라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선택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불평등한 시선, 지금의 편리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이용하는 결과물들이 차후 어떻게 우리 미래에 다가올 것인지에 대한 어두운 느낌을 전달해 주는 책이라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따라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이러한 문제점들을 추리와 스릴을 통해 잘 그려낸 저자답게 이번 출간 작은 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