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역사란 굴레 속에서 인간들의 삶은 운명처럼 굴러간다.
특히 신분계급이 엄연히 있었던 과거의 시대라면 더욱 그럴진대, 여기 쌍둥이처럼 태어난 두 남자의 운명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흘러간다.
왜란 때 조선에게 군사를 보내준 명의 청을 거절할 수없었던 왕은 이미 누르하치의 근접할 수 없었던 세력이란 느낌이 있었음에도 결국 군사를 보내게 된다.
양반 출신의 강은태는 자신의 가문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한 아버지의 뜻을 따라가게 되었고 노비 모종 법에 따라 노비가 된 황천도 역시 주인댁 아들 대신 전장에 나가게 된다.
두 사람의 기막힌 인연, 후금의 거센 공격에 둘은 포로가 되면서 신분의 차별 없는 노비 생활로 들어서게 되었고 이후 둘은 쌍둥이처럼 같이 지내며 신분을 초월해 돈독한 우정을 이어가며 혹독한 삶을 지탱한다.
그들이 희망은 단 하나, 살아서 가족이 있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노비 생활 20여 년에 들어선 두 사람 앞에 인생의 희비가 엇갈린다.
임금이 바뀌면서 속환사를 통해 강은태는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황천도만 남게 된 상황이 닥쳐온 것이다.
책은 이 시점에서 스릴과 긴박감의 연속성을 보이며 진행된다.
중국에선 신분의 구별이 없던 그들에게 이렇듯 고국이란 이름 앞에서는 확연히 달라지게 되는 상황은 황천도가 벌인 행동을 통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인간이란 존재로서 느끼는 좌절감과 더 이상을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섞이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행보를 보인다.
강은태를 죽이고 자신이 강은태 행세를 하면서 살게 되는 계획을 세운 황천도가 겪는 고국에서의 아슬아슬 줄타기의 인생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그가 겪는 애환은 또 다른 한 인생의 단면을 보인다.
저자는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가미해 인간들이 역사라는 굴레와 나라의 위정자들에 의해 결정지어진 운명을 어떻게 개척하는지, 그 개척의 의미가 과연 자신에게 어떤 희망을 보이는지를 스릴을 통해 보인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강은태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안 하면서도 끼니 걱정을 하지 않고, 솜털처럼 부드러운 비단옷을 입고 따뜻한 솜이불을 덮고 자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하고도 완벽하게 강은태로 살아야 했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이나 ‘써머스비’, ‘리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황천도란 인물의 행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 행동들은 과연 나라면 이런 상황이 닥쳐온다면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를 묻게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숙명 앞에 삶과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인 강은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황천도의 삶을 통해 역사와 시대적인 비극의 모습을 보인 책이라 책 제목이 다시 한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