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은 청얼 감독의 작품집이다.
요즘 중국 문화권의 출간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독이 쓴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총 7편의 글들은 1930년대 일본과 중국의 관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근대를 넘어 현대를 배경으로 한 4편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연관성 있게 이루어진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로맨틱 상실은 시대를 구분하지 않는 인간들이 본성에 가장 진실된 모습들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청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 소설인 「로맨틱 상실사」「여배우」「영계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연관이 되어 있으면서도 각개 독립적인 한 개인의 상실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특권층에 다가서는 여배우, 그런 여배우를 특권층은 어떻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며 여배우는 결국 남편이 자신을 떠나버리고 어떤 비운 한 운명을 맞는지를 그린 내용과 함께 자신의 사고 난 몸을 돌봐준 매춘 여인을 매몰차게 버리는 비정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계, 그리고 이들의 등장인물들이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이었던 다이 선생, 두 선생의 이야기와 함께 허구와 실제를 적절히 섞이면서 그린 작품이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두 선생의 매제인 일본인 와타나베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이 책에서 보인 이중성의 면을 제대로 드러낸 인물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4편의 이야기들도 낭만이 사라진 여운을 깊게 남긴다.
인어의 치장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물속에 잠긴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여인, 그 여인은 왜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잠잘 곳을 헤매는지, 몸에 난 상처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사연이 찡하다.
한편 은행원이란 직업에 안주하면서도 무료하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남자, X로 칭하는 인물의 세 번째 남자의 자살은 왜 해야만 했는지를 상실이란 단어에 맞게 그린 작품들은 과거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근대와 현대를 교차적으로 그린 책의 내용은 중국의 당시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분위기를 더 사실적인 감각으로 읽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감독이 그리고자 한 인간 본성의 낭만 상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정하게 이용하고 버리는 냉철함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면 더 좋을 책이다.
전쟁전 얘기라 흥미가 갑니다.
당시 일본의 중국의 관계설정이 재미를 더할것 같습니다.
일본작가들이 쓴 당시를 그린 소설은 몇권 읽었지만 중국작가가 쓴 책은
못 읽어 봤거든요.
배경으로만 비춰질뿐 그 시대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더 부각되는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