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그림 – 명화로 풀어내는 삶의 불가사의한 이야기 ㅣ 무서운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 최재혁 옮김 / 세미콜론 / 2020년 4월
[무서운 그림 시리즈], [신 무서운 그림]에 이은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출간한 저자의 신작이다.
기존의 그림들을 통해 그동안 알게 모르게 겉으로 훏어봤던 그림들의 이야기들이 좀 더 세분화한 의미의 뜻을 포함한 이야기를 다룬 것을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 또한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설이나 실제 있었던 인간들의 삶에 있어 고난이 닥쳐올 때 이에 머물지 않고 헤쳐나가는 불굴의 정신이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들은 보통 ‘고난의 운명’을 물리쳤다란 말을 듣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운명에 맞선 이야기들이나 신화,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을 통해 이를 그린 화가들의 삶과 견주어 다루어 보는 것도 재밌게 읽을 수가 있다.
첫 작품으로 등장하는 영화 ‘글레디이에터’를 연상케 하는 검투사의 운명을 다룬 그림들을 선두로 정치인으로서의 초상화나 당시 화풍의 기류를 타고 같은 시대를 호흡한 그림들이 있는가 하면 인상파의 대두는 처음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화풍이었단 사실까지 두루두루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익히 알고 있는 품페이오 화산의 폭발을 다룬 그림들을 통해 한 폭에 담긴 등장인물들과 풍경이 품고 있는 의미들을 글과 그림을 통해 함께 보는 즐거움은 색다른 여정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저간의 사정을 간직한 사람들을 그린 작품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란 작품은 실제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묘사 장면들을 묘사한 글을 통해 실제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당시의 시대상을 상상해보는 아픔을 느끼게도 해 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그림을 그린 화가와 실제 그림 작품을 의뢰한 의뢰인의 운명적인 변화를 다룬 르누아르의 [샤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이 아닌가 싶다.
이미 에밀 졸라의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 집안이었고 르누아르의 인상파 화풍을 지지했던 샤르팡티에였지만 끝내 출판사를 유지하지 못한 채 그의 자녀들에 의해 그림을 시장에 내놓는 과정들이 점차 명성을 이어간 르누아르의 삶과 대조되는 이야기는 ‘운명’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체적인 그림들인 신화, 역사, 척박한 자연을 이기고 살아가는 실존인물들의 등장과 당시 풍속을 드러낸 그림들을 통해 ‘운명’이란 숙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야기를 지루할 틈 없이 들려주는 책,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권력, 질투, 사랑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모두 엿볼 수 있는 책이라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