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0년 4월월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물고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오늘도 식탁에 올라오는 음시들 중 하나인 생선-

 

생선의 종류도 많아서 다양한 요리법과 조리에 의한 음식의 미각에 대한 느낌을 주지만 어떤 특정 물고기가 인류사의 영향을 끼쳤다면?

 

사실 역사를 돌아다보면 예기치 않은 발견이나 발명으로 인류사의 큰 발전과 영향을 끼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의 내용들은 한층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사를 보게 되면 중세 유럽사를 빼놓을 수가 없게 되는데, 바로 생선에 얽힌 세계사 또한 이 시대와 맞물린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에서는 육류를 뜨거운 고기라고 하여 먹는 것을 금지했다.

 

오늘날 서양인들의 주식이 된 육류도 알고 보면 그렇게 오랜 역사의 시간을 두고 발전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즉 고기를 먹을 수 없는 방안으로 생선을 택했고 일 년 중 거의 절반이나 되는 기간을 ‘단식일’로 정해 엄격히 시행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차선책으로 생선을 택했다.

 

 

물고기합체

 

그런데 하고많은 생선들 중 유럽과 북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두 마리의 대표적인 생선이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두 마리의 생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오늘날 식탁에 오르는 생선에 대한 역사와 인류의 발전사를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끔 여행 프로를 볼 때면 북유럽 사람들이 청어 캔을 즐겨먹는 모습을 보거나 책 속에서의 표현에서도 자주 등장할 때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냄새가 고약하다고 하는 청어, 그 청어가 유럽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니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직까지도 산란장소와 회유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청어가 유럽에 발견이 되면서 한자동맹으로 발전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 청어로 인해 발트해 연안의 발전이 있게 되지만 역으로 산란과 회유 장소가 바뀌게 되면서 네덜란드가 청어 무역 주도권을 장악한 헤게모니 국가로 성장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는 곧 다시 바이킹인들이  청어 이동경로를 따라가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가 아는 바이킹의 침략시대와 맞물린다.

 

한편 15세기 말 황금 섬으로 알려진 지팡구(일본)를 찾아 떠났던 존 케벗의 실수는 거대한 대구 떼를 만나면서 북미의 역사를 바꾸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독립 전쟁의 자유정신의 상징이 된 대구, 지금도 대구 상이 있는 곳도 있다는 것을 보면 생선의 움직임의 변화가 어떻게 인류사와 함께 발전되고 퇴화되었는지를 재미와 흥미를 함께 느끼면서 읽어보게 되는 책이다.

 

물고기1

 

무심코 먹게 되는 생선에 얽힌 이야기 속에 담긴 역사의 흐름을 알게 해 준 책, 책 속에 담긴 두 마리의 생선에 관련된 37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어 유익한 정보를 준 책이기도 하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 3

메디치권력의 가문 메디치 3 – 프랑스를 지배한 여인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유럽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지 못하는 가문이 있다.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운 가문, 막강한 유럽 왕가와 경제,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속속들이 참여한 그들은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을 말할 때 대두되는 인물들이 여럿 있지만  저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총 3부작에 이르는 한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그중 3부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날리고, 유럽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명인 여인, 카테리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인으로서 먼 이국땅, 프랑스로 시집 온 카테리나는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주위의 시선들, 남편인 국왕 앙리 2세의 부인이란 신분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을 받지 못한 국모요, 이방인이자, 외로움을 함께 한 여인이었다.

 

더군다나 왕 곁에는 왕이 총애하는 애첩 디안 드 푸아티에가 있었기에 그녀와의 사랑 쟁탈권은 물론이고 자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필두로 무언의 위협과 권력의 왕궁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그녀의 자리는 불안하다는 것은 기정사실화_

 

그런 그녀가 오로지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보전하고 다른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기필코 자녀를 낳아야만 하는 상황은 언뜻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듯도 하는 데자뷔를 느끼게 된다.

 

그나마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며느리 사랑에 대한 시아버지의 마음과  레이몽 드 폴리냐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외지에 홀로 남은 그녀에겐 무척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다행히 그녀는 프랑수아 2세,  샤를 9세,  앙리 3세를 왕위에 올리는 목적을 달성한 여인이 되지만 한 개인적인 여인의 삶으로 보면 그다지 행복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운명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사랑 대신 권력을 택했고 그 권력으로 자신의 후세들은 권력의 정점에 오르게 한 힘도 대단하지만 역사적으로 본 관점에서의 여인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사랑에 대한 갈구, 그러면서도 권력의 힘을 이용해 유럽 왕가의 영향을 끼친 부분들을 섬세하게 그린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권력이 주는 힘의 매력을 일찍이 알았던 여인, 남편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폴리냐크도 죽었지만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권력을 놓지 않았던 카테리나의 삶을 재조명해 보는 책이라 한 인간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도 있는 책이다.

 

다만 그녀가 지닌 한(恨)이라고 할까?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살았다면 오늘날 유럽사의 역사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새삼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을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의 여인을 다시 돌아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실제 역사 속의 인물을 소설적 장치로 다룬 책이라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척도

인간척도

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인류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하고 천재적인 업적을 이룬 사람을 말한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룬 업적의 토대가 지금의 과학에서부터 각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용이 될 만큼 그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의 사후  500주년 기념작으로 출간된 이 책은 다빈치의 노려한 눈썰미와 그가 이루고자 한 일을 함께 그리면서 추리 스릴러의 지적 세계로 초대한다.

 

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 지금의 유명한 도시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도시국가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밀라노의 통치자인 일 모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오나르도는 그가 약속한 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서자 출신으로 밀라노를 통치하고 있는 일 모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과 출신 성분에 대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방편으로 레오나르도가 제안한,  자신의 아버지로 인식된 스포르차 가문의 불멸의 명성, 영원한 영예를 기리는 청동 말을 만들겠다고 한 다빈치의  제안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때는 다빈치의 제자였으나 행실이 나빴던 옛 제자인 람발도 치티가 밀라노의 군주인 루도비코 일 모로의 성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이 벌어진다.

 

그 어떤 타살의 흔적조차 없는 시신을 두고 사건의 해결을 풀어보라는 일 모로의 명을 받은 다빈치는 살인에 의한 사건임을 알게 되는데…

 

역사 추리 미스터리의 특성상 실제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적절히 배합이 된 이야기의 구성은 그 당시 밀라노와 나폴리의 아라곤 가를 물리치려는 프랑스의 속셈,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빈치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던 공책 안에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설정 하에 이를 빼앗기 위해 접근하려는 첩자들이 이야기가 함께 등장한다.

 

가짜 은행 신용장을 만든 재주를 부린 람바도 치티는 누구에 의해 죽었을까?

왜 무슨 이유로 그를 죽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범인 추적을 다룬 내용은 추리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추리만이 아닌 당시의 시대 흐름의 역사와 맞물린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끈다.

 

저마다의 이익 타산을 계산하는 사람들, 본처를 두고 정부(情婦)를 둔 당시의 사회적인 모습,  본 책 제목이 의미하는 내용을 두고  범인과 다빈치가 벌이는  설전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뜻하지 않은 범인의 존재가 밝혀진 점도 스릴이 주는 묘미지만 책 말미에 다빈치가 생각하는 인간의 척도에 대한 글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정도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 책이다.

 

 

*****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p 346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여행기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요즘 책을 읽는 패턴들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눈으로 읽는 전형적인 책 읽기서부터 오디오북, 그리고 이제는 방송에서 같이 보고 듣고 패널들과 강사가 전해주는 대화들을 통해 다시 책을 만나보는 시간들이 대세라면 대세다.

 

그런 가운데 ‘책을 읽어드립니다’란 프로에서 나온 ‘걸리버 여행기’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향수에 젖게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흔히 알고 있었던 동화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두 편에 속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재밌었다는 느낌이 다시 든다.

소인국과 대인국의 정 반대 상황에 걸리버가 행한 모습들은 어린 눈에 맞춰서 그렸지만 알고 보니 이 책은 성인용(?)이란 점에서 다시 읽게 된 책-

 

총 4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알고 있는 대로 릴리펏이란 소인국,   브롭딩낵이라는 거인국, 여기에 라퓨타 등으로 불리는 일본 여행, 말의 나라로 불린다는 후이늠국 여행기가  포함되면서 저자가 당시 영국의 현실을 비판한 책으로 그려졌다.

 

걸리버가 여행한 곳에서 겪은  반대 입장에 처했을 때의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위치, 당시 정치제도에 대한 비판을 풍자 형식으로 다룬 내용들 외에  전제 국가 시대는  흘렀어도 책의 내용을 통해 전제 군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 여전히 존재하는 보수와 진보의 관계들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결말을 이룬 걸리버가 있었다면 성인으로서 만나는 걸리버 여행기는 또 다른 세계의 탐험을 보인 것이라 다시 읽어도 재밌고 시대를 앞서간 저자의 글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게 한 시간이었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누구도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20년 4월

저자의 이력이 참 화려하다.

 

 

20대 젊은 기업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LGBT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가 자신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감동이 벅차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가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에세이면서 일기장을 형식을 갖추고 있다.

유명인사로서 명성을 갖게 됐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 하기까지의 고뇌와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를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안다는 사실, 무엇보다 자신을 잃지 말라는 말을 들려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하기까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 속에는 사회 속에서 비주류로 인식되는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인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 우리는 화해와 화합이 아니라 반목과 분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보다는 약점이나 잘못을 찾으려고 한다. 참 피곤한 세상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열린 마음과 선의로만 대하기에는 무서운 세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우울의 땅굴 속으로 파고들려고 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친절이나 배려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조금은 긍정적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고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었기에 커밍아웃 후에 얻은 자유로운 마음, 우울증, 힘들어할 때 자신의 주위에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고백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들여준다.

 

비단 성소수자로서의 체험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부딪치는 어려움을 자신은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며 극복했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사진을 전공한 이력을 토대로 예쁜 작품집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인생은 얄궂게도 빙 돌아가더라도 결국 제자리를 찾는 법이다. 인생은 우리를 가야 할 방향으로 밀어준 뒤 때가 되어야 열매를 맺는 씨앗을 심어준다.

 

 

이야기와 함께 담겨있는 산문, 시, 사진들까지 고루 들어있는 책은 내용과 함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저자의 재능이 부럽기까지 했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차분히 내면의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매력적인 책이다.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종이심장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오랜만에 재미와 호기심, 소재 설정에 감탄하며 읽은 판타지 소설을 접했다.

 

디즈니 플러스 영화화 확정,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판타지 소설 후보로 올랐다고 하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독자들의 상상을 마음껏 펼치게 한 책이다.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 졸업반 최우등생인 시어니 트윌은 장래 꿈이 금속 마법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종이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자 내심 불만이 쌓인 상태로 그녀를 가르칠 종이 마법사  에머리 세인의 집에 도착한다.

 

어딘가 신비로운 면이 있으면서도 허술한 면도 있어 보이는 세인에게 점차 견습생으로서 그가 가르치는 종이를 소재로 한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 때쯤 그녀에게 뜻밖의 사건이 터진다.

 

전 아내이자 신체 마법사로 변한 세인의 아내 리라의 계략으로 세인의 심장이 리라의 손으로 빠져나가면서 세인은  점차 기력을 잃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종이로 만든 심장을 간신히 그의 가슴속에 넣은 시어니는 그를 구하기 위해 종이 개 판넬을 데리고 리라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판타지의 특성상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보임과 동시에 그 속에서 활약을 펼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 이틀이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떡하든 세인의 심장을 가져와야 만 하는 상황에서 시어니가 세인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리라와 대결을 벌이는 과정들은 세인이란  한 인간이 살아온 인생이 이야기를 보는 과정과 함께 그를 향한 로맨스의 감정이 곁들여지면서 더욱 활기를 띤다.

 

한 장 한 장의 종이는 힘이 약하지만 그 종이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강하다.

현실에서의 강아지와는 달리 물만 조심하면 언제든 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종이 강아지, 새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는 종이 새들, 비행기, 부채, 마름모꼴의 종이형태들은 그때그때마다 시어니에게 힘의 원천이 되어 준다.

 

4개의 심장 구조를 통해 한 방, 한방을 건너가는,  현실처럼 표현된 글들 속에는 판타지와 현실이 적절히 배합되면서 이루어진 설정 때문에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19살의 시어니란 주인공이 자신의 스승이자 점차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를 구해내고자 용기를 내어 펼치는 모험들은 종이 외에 금속, 유리, 고무, 플라스틱이란 재료를 결합한 독특한 마법의 세계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가 그려낸 20세기 초 런던의 풍경과 맞물려 그 안에서 살아있는 인물들의 활동은 벌써부터 영화로 만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시리즈물로  이어져 출간되는 만큼 시어니의 활약이 기대되는 책이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어제가 없으면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미야베 월드의 현대물인 ‘행복한 탐정’ 시리즈 제5권에 속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사립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펼치는 세 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읽으면서 분노를 느낀 작품들도 있고 사회 주변의 소소한 작은 변화를 통해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 작품으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인 ‘절대 영도’-

 

가장 분노를 느꼈던 작품인데 결혼한 딸의 자살 미수 사건을 의뢰하러 친정엄마가 찾아온다.

무슨 이유로 자살을 하려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차치하고라도 사위의 반대에 부딪혀 딸의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는 답답함에 해결을 찾고자 찾은 사건이다.

 

왜 딸이 자신의 면회를 거부하는지, 사립 탐정인 스기무라 사부로를 찾은 엄마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독자들도 함께 이 사건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궁금해하게 한다.

 

사회에서 형성되는 위계질서는 존재하기 마련, 이 위계질서의 그릇된 형성 모임으로 인해 타인들이 얼마나 심적, 육체적으로 시달리며 거부를 하지만 이마저도 단체 생활에서 오는 집단적인 그릇된 행동의 결과물이 엄청난 사건으로 번지게 되는 흐름을 보인다.

 

 

 

특히 대학부에서 동아리 모임을 통해 형성된 위계질서의 잘못된 행태는 사회에 진출해서도 여전히 그 행동들을 벌이지 못한 모습들을 보이고 이 작품의 주된 요인이 되는 여성 외모 비하에 대한 거리낌 없는 행동들은 시대의 역행을 거스른 모습들을 보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장난 삼아, 몸에 밴 잘못된 교육과 가치관으로 인해 장난이라고 말하겠지만 실제 당한 당사자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충격을 겪은 다른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고스란히 보인 작품이라 인상적이다.

 

 

두 번째 작품인 ‘화촉’ 세 번째 작품인 책 제목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란 작품도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릇된 인식들, 가족들 간의 불협화음을 통해 사건을 펼치는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사건의 해결 중심부에 있는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의 이미지는 냉철한 탐정과는 거리가 멀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결혼 생활의 파탄과 딸에 대한 그리움을 동반하면서 의뢰인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한 딸의 아버지로서 같은 부모라는 입장에서 오는 공감대 형성은 기존의 작품에서 봤던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인물들과는 동떨어지는 캐릭터다.

 

그런데도 사건의 전체를 통해 그려보는 그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감정의 공통된 형성과는 다른 직업인으로서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읽으면서 과거가 있기에 오늘과 미래를 바라다볼 수 있는 희망을 그려놓은 작품들은 미미월드의 다른 시리즈물과는 다른 느낌을 준 작품들이었다.

 

 

***** 누구의 말이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사람은 모두가 혼자서 배를 저어 시간의 강을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등 뒤에 있고 보이는 것은 과거뿐이다. 강가의 풍경은 멀어지면 자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있는 무언가라고.    p.301

 

연작처럼 이어지면서도 독립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집,  차후 스기무라 사부로가 어떤 활약들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어둠의 눈

 

어둠의 눈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근래에 들어 역주행으로 유명해진 것들이 종종 사회란에 이슈가 되곤 한다.

 

특히 가요에 있어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부분들이 모 방송에서 제작한 노래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은데 여기에 책으로써 역주행 돌풍을 일으킨 책이 있으니 바로 ‘어둠의 눈’이란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스티븐 킹만큼 인기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미국 외에 여러 나라에서는 익히 알려진 대가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 또한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수그러들 줄 모르는 코로나 19 때문에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모든 면에서의 활동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은 팬데믹 현상 앞에서 작가는 40년 전에 이 작품을 통해 그런 가상의 상상을 그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한때는 잘 나가던 무용수였지만 이제는 제작자로 일하는 크리스티아 에번스는 이혼녀에다 1년 전 아들 대니를 사고로 잃었다.

 

아들의 시신조차 못 본 채 서둘러 이별을 해버린 아쉬움 속에 12살의 대니는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주위에 왠지 어떤 기운이 서린다.

 

아들의 소품 중 하나인  칠판에 쓰인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누가 쓴 것일까? 전 남편의 소행일까? 아니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행동의 모습일까?

 

책은 이러한 티나의 심적인 면에서의 의구심과 나약함을 동반하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미지의 영적인 힘에 의해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이미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진행 중이다.

특히 사이버 테러라든가 이 책에서 보인 바이러스 생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생화학 무기로써 이용하려는 거대한 음모는 한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서라도 이루려는 경쟁과 야망, 집착의 결과물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인다.

 

저자가 이미 밝혔듯 ‘우연’으로 책을 쓴 내용 안에는 너무도 지금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 섬뜩하게 다가온다.

우한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보라색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나’가 살고 있는 동네에  ‘보라색 치마’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다.

언제나 같은 치마에 부스스한 머리, 주기적으로 상점가에서 크림빵을 사고 공원의 일정한 벤치에 앉아 빵을 먹는 그녀-

 

그녀를 관찰하는 ‘나’는 그녀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이 많다.

즉 친구가 되고 싶은데 사실 그러한 용기와 기회는 좀체 오질 않는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도 알고 그녀가 어떤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에 그녀가 직장을 구해 일하길 바란다.

 

생각 끝에 직업 구인란 신문을 그녀 가까이 두었고 드디어 그녀는 ‘나’가 일하는 호텔의 객실 청소 직원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처럼 그녀는 말이 없는 여인이 아니었고 점차 밝은 표정에 상사나 동료들과도 잘 어울린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당황한 면도 느끼게 된다.

자, 이제 슬슬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까? 하던 차…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으로 얇은 두께에 담긴 내용은 뭐랄까?

 

참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주위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형 외톨이처럼 보인 그녀, 보라색 치마만을 고집했던 그녀에게 관심을 둔 ‘나’또한 주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랬기에 어쩌면 동병상련처럼 그녀에게 관심을 두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책의 중반부터 보라색 그녀가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밝아지는 얼굴을 보면서 느낀 ‘나’의 당황스러움과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는 것의 상반된 감정은 뒤의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인해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전개로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해가는 모습도 좋았지만 독자들이나 ‘나’가 느꼈던 보라색 치마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허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나’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대목 또한 반전이었고, 이후의 ‘나’가 취한 행동 또한 궁지에 몰린 인간들의 본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은 평단의 추천을 다시 곱씹어 보면 왜 이 작품이 상을 수상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해가 가는 책이다.

 

현대 사회에 소외된 인간들의 모습 뒤에 감춰진 이익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 모습들은 작가가 ‘반전’이란 장치를 이용해 그린점이 신선했던,  그 이후 보라색 치마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한 책이다.

나의 기억을 보라

나의기억을 보라표지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한 인간의 내적인 고통을 외부로 돌출하기까지의 결심은 우리가 생각하듯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 놓였을 때 닥친 개인적인 경험은 그 경험이란 말 자체의 전달 정도가 심적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 놓지 못한다는 데에 한계를 지닐 만큼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이 책의 저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죽을 때까지 보스턴 대학에서 명강의로 이름을 날린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이다.

 

그가 극구 자신의 경험담을 세상에 내놓기 거부하면서 깊이 감춰두었던 진실을 세상에 알린 자전적인 책은 일약 그를 알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 책은 그의 제자가 그의 조교로 있으면서 그가 강의했던 내용들을 모은 책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라

기억이라는 보호막”

 

 

이 책의 모든 내용들을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는 위의 문구를 통해 그가 학생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15살 나이에 어느 날 들이닥친 독일군에 의해 가족 전체가 게토로 이동되고 바로 그곳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 엄마와 세 누이들은 사망하고 아버지마저 미군이 오기 전 바로 죽는 기막힌 이런 상황에서 홀로 남은 엘리 위젤의 이야기는 홀로코스트의 전형적인 유대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그를 일으켜 세운 ‘배움’이란 것을 통해 기억을 소환하고 간직하며 이 기억을 토대로 학생들과 다양한 학문의 세계를 통해 그의 지식을 아우른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의 생각은 경험을 통한 강연을 생각했지만 주된 내용들은 문학부터 철학, 정치, 종교.. 모든 학문을 통해 학생들이 질문을 받고 던지면서 진행되는 점들이 인상적이었다.

 

 

부제인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이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는 기억 속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향한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나와 타인 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할 때 존중의 태도가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총 7개의 장을 통해 강연을 펼친 그가 남긴 내용들은 한 장씩 넘기며 곱씹어 읽게 되는 매력을 지닌다.

 

유대인이기에 평생 경건한 유대교이자 전통 유대경전을 통한 배움의 자세, 제자인 저자의 개인적인 성장과정과 맞물린 그와의 첫 만남부터 그가 죽을 때까지 인연을 맺으며 이어간 내용들은 ‘기억을 잊지 말라’란 말이 아닌 ‘보라’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 책이다.

 

 

****  절망이 전염될 수 있다면 기억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기억, 우리가 품고 있는 진정한 뜻과 관련된 기억, 심지어 경건파의 가르침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갈망하는 미래에 대한 기억조차 전염될 수 있다. 그리고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 모두 목격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역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p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