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5월 22일

석세스 에이징

석세스에이징표지               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언제부턴가 보험의 책정 나이가 100까지 설정되어 있는 것이 대세인 시대다.

 

 

80세란 연령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던 우리들은 어느새 100세 수명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환갑, 칠순부터 팔순이라 단어가 무색하게 저마다의 건강을 유지하며 활발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이런 면에 반대되는 다른 쪽의 부정적인 시선에는 여전히 노인이란 의식 속에 담긴 의미는 또 다른  생각을 던져준다.

 

 

 

언제까지 청춘일 수만은 없는 인간의 생명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이런 노화란 점에 비중을 두고 뇌에서 어떤 일들이 생기며 그 생긴 현상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증거를 찾고 분석에 따른 결과물을 보인 책이 바로 석세스 에이징이다.

 

석1

 

특히 저자는 노화가 진행됨에 있어 뇌가 어떤 과정을 거치고 그 배후인 신경발달과 신체의 기능, 쇠퇴들을 비교해 봄으로써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시를 한다.

 

 석2

석3

간혹 방송에서 보면 연세가 높으신 분이 꾸준히 운동한 결과 젊은이 못지않은 신체의 발달을 보인 결과물을 접할 때도 있고 오랜 시간 자신만의 직업 전선에서 성실함을 기반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놀라운 달인의 경지에 이른 분들을 볼 때가 많다.

 

사회적 인식으로는 이미 은퇴하고 자신의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점임에도 여전히 건강한 자신만의 생활 철칙을 우선으로 일을 통한 활력을 얻어가는 모습들을 통해 이 책에서 보인 다양한 사례들과도 부합된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 실제로는 나이가 많지만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상당 부분 시냅스 가소성, 즉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형성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가소성은 유전자 구성, 평생에 걸친 경험, 생활 문화권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특히 나이가 들수록 하루 일과에 영향을 받는다.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전송하고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형성할 때 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뇌 세포의 일종인 성상세포(Astrocyte)는 그 에너지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신체 활동이 성상세포 효율성을 증가시켜서 시냅스 가소성, 기억, 전반적인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 p420

 

석4

현대인들의 가장 큰 질병 중 하나인 치매나 파킨슨 병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큰 걱정을 안기는 병이다.

 

그런 병을 갖고 있는 연예인들 중 가수 그렌 캠벨은 76세에 알츠하이머병을 갖고 있지만 자신이 그동안 연주해왔던 곡들을 연주한다는 사실이나

, 제인 폰다나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인 루스베이더 긴즈버그 같은 사람도 자신만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건강을 다진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치매 에방을 위해 손놀림이나 노래 부르기, 책이나 신문 읽기 등을 권장하는 것만 봐도 신체와 정신적인 노화를 멈출 수는 없지만 적어도 꾸준한 노력의 패턴을 통한 노화의 지양은 서서히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노인이라고 무조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를 가진 사람이란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점, 오히려 쌓인 경험을 통한 노하우는 무엇과 비교해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지혜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점차 변하는 가족이란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고 좀 더 나은 활기찬 노년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취미생활, 주변인들과의 사교활동을 통한 긍정마인드를  갖춘 생활을 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의 질을 바꿀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꿈의 노벨레

꿈의 노벨레꿈의 노벨레 문지 스펙트럼 개정판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대표작인 작품을 만났다.

 

이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 원작 소설로도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다시 만나게 된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주제를 다룬 내용이다.

 

 

의사인 트리돌린과 아내 알베르티네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도 행복한 부부로 보인다.

저녁에 모두 모인 자리에서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모에게 아이를 맡긴 부부는 무도회에 다녀온 후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적으로든 아내의 솔직한 감정을 들은 이야기는 다름 아닌 덴마크 휴양지에서 반했던 장교 이야기로 만약 장교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그 당시 자신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몰랐다는 그 말에 트리돌린은 남편으로서, 한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자신은 17살에 결혼한 아내의 순결하고 순진한 면만 생각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무너지는 시점이자 자신에게도 마음속에 감춰진 욕망을 풀어내려 한다.

 

 

그러던 중 환자의 위급 상황 때문에 집을 나서게 된 그는 학교 동창으로부터 파티 얘기를 듣게 되고 그와 함께  찾아간 곳은 가면무도회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모두 저마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제각각의 가면과 복장을 입고 등장했으며 트리돌린 또한 그곳 모임에 맞는 성직자 복장을 하고 가지만 이내 자신의 신분이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그곳에 있던 수녀 복장을  한 여인이 구해줌으로써 그 현장을 빠져나오게 되고 연이어 자살한 여인이 나타남으로써 동일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다.

 

 

미스터리에 쌓인 가면무도회를 뒤로 하고 집으로 온 그,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게 되고 아내 옆에 있던 가면을 봄으로써 들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트리돌린은 지난밤에 벌어졌던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화해를 하지만 아내로부터 들은 그 한마디는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아내의 지난날의 일을 들었을 때   “어떠한 꿈도 순전히 꿈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고  말했던 자신에게 아내는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결코 미래를 속단하지 마.” – p158

 

 

시대적 배경이 19세기,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 성실한 남편과 가정주부로서의 행실을 갖춘 전형적인 이 부부의 모습은 아마도 당시의 표준적인 부부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살아감에 있어서 각자 내면에 감추고 있던 욕망이 표면적으로 드러났을 때 받아들이는 상대나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배우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들이 복잡하게 드러난다.

 

 

제도적으로 합법화된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이런 내면적인 욕망의 분출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심리 묘사는 현실에서 그것을 표출하는 남편과 시대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제도적인 장치에 의해 내면적으로만 욕망 표출을 드러내는 부인의 상대적인 모습이 인상적으로 비친다.

 

 

얼마 전 끝난 ‘부부의 세계’란 드라마가 있었다.

사랑으로 맺어지고 부부의 연으로 이어가는 사이었지만 그들의 관계가 금이 가면서 시작된 애증, 분노, 한때는 자신과 같은 동료이자 동지였지만 상대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감정의 파고가 현실적으로 그려졌던 터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 부부 관계에 대한 비교를 해보게 된다.

 

 

 

 

결코 뒤끝이 없는 화해도 아닌, 서로가 공유한 감정의 솔직함이 개인적인 사적 감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모순의 지적들이 잘 드러낸 작품이자, 독자들에겐 주인공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내적 독백 형식을 취한 소설의 내용은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무의식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행복은 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표지행복은 이어달리기 – 마스다 미리 그림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마스다 미리의 글들은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하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상태를 솔직하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드러낸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재능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작가만의 심성이 곱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요즘 연일 매일매일 힘들고 지친 상황들이 많다.

직장에서는 상, 중, 하의 위계질서 속에서 자신만의 상황 대처에 대한 스트레스, 퇴근길에 돌아올 때면 반짝하던 해를 보던 때가 언제인지도 모를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들의 연속, 동료와 친구, 지인들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그런 면에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국적과 살고 있는 곳은 달라도 모두가 느끼는 공감대의 형성,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가 모르고 지나쳤던 그 순간의 행복을 찾아 나서게 한다.

레스토랑에 가서 처음 맛본 음식의 평을 함에 있어서 주류의 흐름이 아닌 저마다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맛나게 먹는 시간,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마트에 들러 음식을 사러 가는 시간들, 미래의 어느 순간을 향해 상상하는 모습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달1

 

 

이런 반면 어른이 되고부터 자기 자신의 몸 건강은 자신이 챙겨야 함을, 더 나아가 이제는 부모님의 상태를 체크하게 된다는 말에는 공감이 가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특히 아버지 날에 아버지가 없는 공허함과 쓸쓸함,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존재란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하는 담담한 고백들은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 애도의 말을 들으면 나는 어른이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해버린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뇨, 아뇨, 이젠 괜찮습니다”라며 만난 사람에게 웃음 지어 보였는데,  밤이 되자 나 자신이 심하게 상처 입었음을 깨달았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고는, 자신의 말로 인해 괴로웠다. –  p 139

 

 

언젠가는 이별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게 된다면 자식의 입장은 과연 어떤 감정을 추슬려야 하며 앞으로 어떤 날들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인생은 슬픔과 불행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마스다 미리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통해 들려주기에 여기저기  존재하는 글들도 인상적이다.

 

전문대생의 학생 시절 생각했던 여행에 대한 의미도 일말 수긍하게 되기도 하고 돌발적인 유머 코드는 ‘쿡’웃음을 짓게도 한다.

 

여행 선물로 받은 실체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경험이라 재밌게 읽은 장면이었다.

 

달2

 

우리들의 행복은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무슨 거대한 행사처럼 다가오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나도 내 주변에 하나하나 작은 행복은 무엇이 있었을까를 생각해본다.

 

힘든 회사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던 일에 대한 희열감, 캄캄한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던 별을 보던 시간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던 자격증 시험, 부모님을 위해 함께 여행했던 일들, 여행지에서 만났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일….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항상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슬픈, 우울한 일들만 연이어 오는 것은 아니기에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을 찾는 일도 소중한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마스다 미리의 글을 통해 작은 한순간마저도 행복을 느끼고 생활한다면 소소하고 작게 오는 행복도 결국은 큰 행복으로 번지게 될 것임을….

 

그렇다면 이 순간도 행복을 찾아서 우리 모두 이어달리기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