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ㅣ 문지 스펙트럼 개정판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대표작인 작품을 만났다.
이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 원작 소설로도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다시 만나게 된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주제를 다룬 내용이다.
의사인 트리돌린과 아내 알베르티네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도 행복한 부부로 보인다.
저녁에 모두 모인 자리에서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모에게 아이를 맡긴 부부는 무도회에 다녀온 후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적으로든 아내의 솔직한 감정을 들은 이야기는 다름 아닌 덴마크 휴양지에서 반했던 장교 이야기로 만약 장교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그 당시 자신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몰랐다는 그 말에 트리돌린은 남편으로서, 한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자신은 17살에 결혼한 아내의 순결하고 순진한 면만 생각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무너지는 시점이자 자신에게도 마음속에 감춰진 욕망을 풀어내려 한다.
그러던 중 환자의 위급 상황 때문에 집을 나서게 된 그는 학교 동창으로부터 파티 얘기를 듣게 되고 그와 함께 찾아간 곳은 가면무도회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모두 저마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제각각의 가면과 복장을 입고 등장했으며 트리돌린 또한 그곳 모임에 맞는 성직자 복장을 하고 가지만 이내 자신의 신분이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그곳에 있던 수녀 복장을 한 여인이 구해줌으로써 그 현장을 빠져나오게 되고 연이어 자살한 여인이 나타남으로써 동일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다.
미스터리에 쌓인 가면무도회를 뒤로 하고 집으로 온 그,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게 되고 아내 옆에 있던 가면을 봄으로써 들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트리돌린은 지난밤에 벌어졌던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화해를 하지만 아내로부터 들은 그 한마디는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아내의 지난날의 일을 들었을 때 “어떠한 꿈도 순전히 꿈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고 말했던 자신에게 아내는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결코 미래를 속단하지 마.” – p158
시대적 배경이 19세기,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 성실한 남편과 가정주부로서의 행실을 갖춘 전형적인 이 부부의 모습은 아마도 당시의 표준적인 부부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살아감에 있어서 각자 내면에 감추고 있던 욕망이 표면적으로 드러났을 때 받아들이는 상대나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배우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들이 복잡하게 드러난다.
제도적으로 합법화된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이런 내면적인 욕망의 분출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심리 묘사는 현실에서 그것을 표출하는 남편과 시대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제도적인 장치에 의해 내면적으로만 욕망 표출을 드러내는 부인의 상대적인 모습이 인상적으로 비친다.
얼마 전 끝난 ‘부부의 세계’란 드라마가 있었다.
사랑으로 맺어지고 부부의 연으로 이어가는 사이었지만 그들의 관계가 금이 가면서 시작된 애증, 분노, 한때는 자신과 같은 동료이자 동지였지만 상대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감정의 파고가 현실적으로 그려졌던 터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 부부 관계에 대한 비교를 해보게 된다.
결코 뒤끝이 없는 화해도 아닌, 서로가 공유한 감정의 솔직함이 개인적인 사적 감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모순의 지적들이 잘 드러낸 작품이자, 독자들에겐 주인공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내적 독백 형식을 취한 소설의 내용은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무의식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부부의 세계를 생각해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부간에는 신뢰가 있어야 그 사이가 잘 유지되는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