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Afternoon relax with black coffee

스페이스 오페라
캐서린 M. 발렌티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5월

인간의 꿈은 원대하고 크기에 이제는 지구에서의 삶이 아닌 우주라는 공간으로 눈을 돌리는 시대가 익숙해진 지 오래다.

 

 

영화나 책에서도 이미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 소재들이 많기에 이 작품을 대할 때의 느낌은 비슷한 주류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느낀 첫 느낌은 뭐지? 였다.

긴 만연체처럼 이어지는 문장들, 마치 랩처럼 연이어 터져 나오는 긴 호흡의 글들은 좀 색다르게 다가왔다.

 

주인공 데시벨 존스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밴드 가수가 되면서 겪은 일들은 재능은 있으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알루니자르 표준년을 기준으로 100년 전, 우주의 행성들은 치열한 전쟁을 겪으면서 우주를 한데 묶는 방법으로 주기적인 음악 경연대회 개최를 열고자 계획한다.

 

명목상 전쟁의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는 좋으나 알고 보면 승리한 자는  꼴찌 종족을 몰살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는, 약간은 섬찟한 의미가  담겨 있다.

 

4월 말 어느 목요일 오후 2시, 지구를 찾아온 우주인 에스카는 생김부터가 묘한데, 한때는 인기를 얻은 밴드였지만 이제는 한물간 데세벨 존스를 찾아오고, 그에게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에 참가할 지구인으로 뽑혔음을 알리는 동시에 경연이 열리는 리토스트 행성으로 향한다.

 

생존이 걸린 막중한 책임이 있는 데시벨 존스와 그의 동료들은 과연 이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기존의 공상과학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외계인에 맞서 싸워 지구를 지키는 임무를 갖는 설정으로 자주 등장한다.

물론 데시벨도 그러한 임무를 띤 지구인이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그러한 것을 넘어 작고한 가수인 글램록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들과 함께 도대체 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다양성을 포함한 글로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툭툭 던지는 대사 속의 말들을 곱씹어 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 책이기도 하다.

 

음악과 코믹 SF소설의 작품을 적절히 녹여낸 가운데 외계인과의 이종 간의 섹스라는 설정이라든가, 죽지 않으려면 지각력 있는 생명체임을 증명해야 하는 서바이벌 형태의 가요제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실제 저자가 좋아하는 유로비전 콘테스트에 대한 애정을 담아 각 차트마다 주제의 이름도 실제 콘테스트에 나온 노래 제목을 넣었다는 이색적인 참신함, 라라 랜드 영화제작팀이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벌써부터 주인공이 궁금하기까지 하다.

 

 

상상을 허무는 공상과학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답게 제목 자체도 잘 어울리는 책, 다른 취향의 공상과학 소설을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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